새로움은 오래된 것에서 나온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1월 28일)
오늘 아침은, 오랜만에, <나를 깨우는 하루 한 문장 50일 고전 읽기>라는 부제의 <<어른의 새벽>> 읽기 여섯 번째 이야기를 한다. 오늘의 주제는 '새로움은 오래된 것에서 나온다'이다. 공자 <<논어>>의 <술이>편에 나오는 말이다. "아마도 알지 못하면서도 창작하는 자가 있겠지만, 나는 그런 적이 없다. 많이 듣고, 그 가운데 좋은 것을 선택하여 따르고, 많이 보고 그것을 마음에 새기면, 이것이 아는 것에 버금가는 일이다."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착각이다. 새로운 것이라는 말조차 이미 새롭지 않은 것과의 비교 속에서 나온 의미일 뿐이다. 왜냐하면 오래된 것이 없으면, 사실 새로운 것도 있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독창적인 것을 추구하려고 해도 혼자서 오롯이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렇게 생각하니, 앞에서 말한 공자의 말처럼 이전의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전에 우선 존경심을 갖고 배우고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오래된 것을 무조건 불필요하다고 던져버리는 것보다,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밝은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미 있는 것을 잘 다듬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현명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새로움이란 이미 있는 것 중에서 강조점을 조금 다르게 한 것일 수도 있다. 이미 있는 것들을 오래 검토하고 배워서 강조해야 하는 지점에 변화를 주는 거다. 이러는 가운데 중요한 것이 뭐든지 부정보다는 긍정, 경시보다는 존중하는 마음이다. 배우지 않고 부정하는 것만 배워서는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 맹자는 "높은 것을 만들려면 반드시 구릉을 이용해야 하고, 낮은 것을 만들려면 반드시 하천과 못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순자도 "나는 일찍이 하루 종일 생각에 골몰하였으나 잠깐 동안 배운 것만 못하였다. 나는 일찍이 발돋움하여 멀리 바라보려고 하였으나 높은 데 올라가 넓게 내다보는 것만 못하였다"라는 자신의 학문적 경험을 이야기 했다.
우리가 공부하는 목적은 공학도인 이순석 부장의 표현이 멋지다. "현재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태들에 대하여 감각의 문을 활짝 열고, 고집스런 내 편견과 선입견을 사슬을 끊고 풀어헤치려" 노력하는 거다. 그리고 그 방법론은 "고전들 속에서 고수들이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보편성을 집대성 했는지를 동시에 파헤치는 노력을 쉬지 않는 거다." 그래 나도 고전을 꾸준히 읽고, 사유하고, 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의 주장을 좀 더 들어 본다. "공학자들은 그걸 구조적 관점에서 정리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구조는,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태라는 현상들을 일어나게 하는 몸체에 대한 전략적 배치이기에, 개별 사태를 모두 기록하며 소비되는 방대한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게 해주는 탁월한 방법론이자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 구조적 축적 방법론이, 지구 생명들에게, 지금과 같은 생태계의 운영 방법론을 터득하게 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조상들의 특질들과 나의 특질들이 구조적 결합을 통하여 새로운 특질들을 생성하게 하여 또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방법론이다. 그 방법론이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점점 더 선명 해져서, 세대가 이어질수록 시행착오를 줄이며 보다 다양한 새로운 개별성을 생성하게 하고 또 더 역동적인 보편성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하여, 우리라고 할 수 있는 인류와 지구생명의 오늘을 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방법론으로서의 '공학(工學, 에지니어링)'이고, 이 공학에 철학이 결합되어야 한다.
다음의 사유로 잘 넘어간 것을 보면, 그는 공학도이면서 철학자이다. "이런 가운데 발견하는 가장 특별한 것은 '오늘이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오늘을 있게 한다'라는 생각이다. 모호함에 나를 먼저 던져 놓은 것이, 남들이 만들어 놓은 '-다움'을 쫓는 오늘의 삶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되기'라는 진취적인 오늘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러하기에, 우리들 담벼락 대부분의 글들은 '넌, 이런 것 몰랐지'가 아니라 '이것은 당신에게 어떤 생각을 불러 일으키나요'라는 질문"인 것이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질문을 만들어 보는 거다. '-다움'이란 한 존재가 사회 내에서 마땅히 갖춰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동 양식이자 존재 양식이다. 한 개인 내면에서는 정체성의 중핵을 이루고, 한 사회에서는 규범의 기준을 형성한다. 흔히 상식(common sense), 즉 공통 감각에 기대어 생겨나고 확산되며 강제된다. 그러나 '-다움'은 영원하지 않다. 공통 감각이 바뀌면 '-다움'도 달라진다. '인간 다움'에서 인간은 한때 남성, 백인, 정상인, 이성애자를 가리켰으나 오늘날 문명세계에서는 여성, 유색인, 장애인, 성소수자 등을 차별 없이 포괄한다. 이제 타고난 신체 조건이나 특정 취향을 빌미 삼아 '-다움'을 밀어붙이는 것은 몰상식한 야만 행위가 됐다.
인간의 고통은 대부분 자신이 바라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하는 '-다움'을 억지로 강요당하는 데서 온다. 최근 책의 트렌드인 '나 다움 에세이 열풍'은 그동안 한국 사회의 공통 감각이었던 '가부장제 피로 사회'에 대한 반발과 항의에서 생겨났다. 우리는 흔히 사회에서 규정하고 기대하는 여러 '-다움'을 잘 수행해 무난한 인생을 사는 것을 행복이라 착각하며 산다. 그러나 건강한 삶이란 스스로 '나 다움'을 설계하고 실현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나날이, 천천히, 꾸준히 단련할 때만 생겨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특정 형태의 삶을 모두에게 강요하는 '-다움'이 넘쳐서 불행하다. 어이없게도 최근에는 '피해자 다움'을 강제하는 일마저 있다. '각자가 바라는 대로'를 존중하는 것은 좋은 공동체의 조건이다.
'나 다움'을 억압하는 사회에서 '나 다움'을 인정하는 사회로, 그 속에서 남들이 만들어 놓은 '-다움'을 쫓는 삶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되기'가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이건 네가 우리 가운데 한 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 중심을 잃지 않도록 해야 '고유한 나'가 된다. 그 길이 쉬운 것은 아니다.
난, 오늘 아침, ''-다움'에서 '-되기'로 건너 가자'는 말에 크게 방점을 찍는다. 최진석 교수는 틈나는 대로 "인간은 건너가는 존재, 머무름 없이 건너가는 존재, 변화를 야기하는 존재, 익숙함을 벗고 낯선 곳으로 나서는 존재"라고 말한다. 인간이 머무르지 않고 건너가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관찰력이고, 관찰하려면 궁금증이 있어야 하고, 궁금증은 세계 누구와 공유되지 않고 오직 나에게만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그 길을 고전에서 찾을 수 있다. 옛 성현의 지혜를 밟고 건너가다 보면, 그것이 알고 싶은 것을 얻는데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이 된다. 그러니까 고전을 읽고 접하는 것은 더 새로운 것을 피어나게 만드는 힘을 준다. 고전이라는 가깝고 확실한 것에서 배움을 추구하는 일은 더 빨리 높은 곳에 이르고자 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목포 구도심의 재생 사업 견학을 갔던 곳이다. 낡았다고 버리지만 말고, 다시 고치고 색칠하면 다시 새롭게 된다. 오늘은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백석 시인의 시를 공유한다. 눈이 펑펑 내렸으면 한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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