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언제나 진실을 말한다.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마침)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1. 3. 11:03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1월 3일)

"언제나 진실을 말한다.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 중 여덟 번째 이야기를 어제 하다가, 다 못다한 것을 오늘 아침 이어간다. 오늘 사진은 화살나무가 단풍이 든 것이다. 속에 화살을 품으면, 속이 타 이런 색이 나오는가 보다.

기독교 전통에서 그리스도는 로고스, 즉 하느님의 말씀과 동일시 된다. 태초에 하느님의 말씀으로 혼돈이 질서로 변했다. 그리스도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이 땅에 내려온 하느님으로, 기꺼이 진리와 선과 하느님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 결과 그리스도는 죽었다 부활해 다시 태어났다. 이 걸 다음과 같이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만들어 내는 로고스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하느님에게 제물로 바친다.' 이 말은 사소한 것이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면 작은 죽음이 뒤따른다는 것을 말해준다.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때마다 과거의 개념이 도전을 받고, 혼돈에 휩싸여 사라지며, 결국에는 더 나은 것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치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잘못된 말을 할 때마다 내적인 갈등과 나약함을 느끼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이때의 느낌은 감각일 뿐 생각이 아니다. 그런 느낌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거짓말하는 때를 알 수 있다. 그것은 체면치레의 말, 당면한 주제에 대한 무지함을 감추려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먹이며 스스로 생각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때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천양희 시인의 <말>이라는 시를 알게 되었다. 문태준 시인이 <경향 시선>에서 소개한 거다. 다음과 덧붙임과 함께. "지나치게 많은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낸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홍수를 이룬 말들 속에서 오히려 말의 허기를 느낄 때가 있다. 말에도 때가 있고, 말에도 공터가 있다. “말의 공터”라는 말은 얼마나 멋진 가? 말의 비어 있는 땅을 볼 줄 아는 사람의 말은 나직하고 신중하고 고상하다. 여지를 두는 말, 에둘러 해서 듣는 이가 짐작하게 하는 말이 좋은 말이다. 그런 말은 세상에 꽃을 피우고, 세상에 길을 낸다. 그러나 이 세상엔 창처럼 찌르는 말이 넘쳐난다.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는 말이 넘쳐난다.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는 말이 넘쳐난다. 불 같은 말은 스스로의 마음을 먼저 다치게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진실을 말하라. 이게 오늘의 화두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태초에 하느님은 말로써 혼돈을 질서로 바꾸었고, 남자와 여자가 모주 하느님의 향상대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지금 우리도 말을 통해 혼돈을 질서로 바꾸고, 미래의 많은 가능성을 실재하는 과거와 현재로 바꿀 수 있다.

말/천양희

어느 날 나는 내가 생각한 것의 반만큼도
말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말의
성찬이나 말의 홍수 속에서 나는
오히려 말이 고팠다
고픈 말을 움켜쥐고 말의
때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쉬운 말들과 놀고 싶어서 말의
공터를 한번 힐끗 본다
참말은 문득 예리한 혀끝으로
잘려 나가고 씨가 된 말이
땅끝으로 날아다닌다
말이 꽃을 피운다면 기쁘리. 말이
길을 낸다면 웃으리. 말은
누구에겐들 업(業)이 아니리

모든 말이 허망하여도 말의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냐
우리는 누구나
쌓인 말의 나무 밑으로 돌아간다.

제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답을 찾아내려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진실하게 살든지, 거짓되게 살든지 그 결과를 직시하고, 스스로 결론을 내려 보아야 한다. 이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신념에 입각한 행동'이다. 그리고 진실이 밝혀질 때마다 항상 그 진실에 맞추어 살려면 삶의 방식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받아들이고 해소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은 분별력을 갖춘 책임감 있는 인간으로 조금씩, 때로는 크게 성장해 갈 것이다.

신념에 입각한 행동은 해 보기 전에, 그것을 아는 방법은 없다. 답을 찾으려면 위험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행위는 바람이 자신의 배를 더 안전하고 좋은 항구로 데려갈 것이란 믿음에 입각한 행위이고,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함으로써 삶도 바로잡힐 것이란 믿음에 입각한 행위이다. 우리는 이런 행위를 '위대한 탐험 정신'이라 부른다.

신념에 입각한 행동으로 "언제나 진실을 말하고,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높은 목표를 정할 필요가 있다. 삶은 고통이다 그리고 우리는 근본적으로 나약한 존재라서 신체의 쇠락을 피할 수 없이 고통받는다. 그 고통이 섬뜩하고 무섭지만, 어떤 고통도 독자적으로는 세상을 타락의 늪으로 밀어 넣을 수 없고 지옥으로 바꿀 수도 없다. 그렇게 하려면 거짓말이 필요하다.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상상력이 있어서 다른 세계를 꿈꾸고 만들어 낼 수 있다. 인간에게 상상력은 창조력의 근원이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상상력에도 대응 관계에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그 능력을 발휘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속여 세상을 실제와 다르게 믿고 행동하게 만든다.

그래 거짓말을 하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거짓은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된다. 하나의 거짓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한 방울의 구정물이 1,5리터짜리 큰 병에 담긴 물에 미치는 영향과 같다. 거짓은 그야말로 살아서 꿈틀거린다. 큰 거짓도 작은 거짓들로 이루어지고, 그 작은 거짓은 더 작은 거짓들로 이루어진다. 결국 가장 작은 거짓이 큰 거짓의 출발점이다. 거짓은 사실에 대한 잘못된 진술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인간을 사로잡으려는 모든 음모적 행위가 거짓이다. 무해하고 사소해 보이는 거짓의 겉모습, 거짓을 부추기는 약간의 교만, 거짓이 목표로 삼는 사소한 책임 회피, 이 모든 것으로 인해 거짓의 실체와 위험성이 감추어 지는 것이 문제이다. 그리고 작은 거짓들이 가장 사악한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 역시 감추어 진다. 거짓은 세계를 타락시킨다. 그것이 거짓의 목적이다.

거짓이 무서운 것은 처음에는 작은 거짓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작은 거짓을 뒷받침하는 작은 거짓들이 보태 진다. 그 다음에는 그런 거짓에서 비롯된 부끄러움을 덮기 위해 생각의 흐름을 왜곡한다. 그 왜곡된 생각의 결과를 감추기 위해 더 많은 거짓이 동원된다. 필요할 때마다 거짓을 행하면서 거짓은 이제 습관이 된다. 거짓이 '무의식적인' 믿음과 행동으로 굳어지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우리는 이를 '자기 기만'이라 한다. '자기기만'은 '스스로를 속인다'는 뜻이다. 양심에서 벗어나는 일을 무의식 중에 행하거나 의식하면서 강행하는 경우이다. 자기기만을 피하는 길이 그저 잠시 앉아 살피는 일인데도, 우리는 떠밀려 살아온 관성을 제어할 용기를 못 내고 있다. 기만이라는 덫에 걸리는 사냥감은 대개 탐욕일 경우가 많다. 나의 탐욕과 집단의 탐욕을 바라보고, 해체하고, 인정하는 시간은 고통스럽지만, 새우가 껍질을 벗고 성장하는 시간처럼 인간도 진정한 어른으로 탈피하는 시간이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기기만에서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거짓이 성공을 거두면 그 후에는 교만과 우월 의식이 따라온다. 사실 거짓으로 이룬 성공은 진정한 성공이 아니라서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모두 속임수에 넘어간 것처럼 보이면 '나를 제외하고 모두 멍청하다'라는 교만과 우월 의식에 빠지게 된다. '모두 어리석어서 나에게 속아 넘어간다. 따라서 나는 원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옥은 나중에 닥친다. 거짓으로 개인과 현실, 혹은 사회와 현실 간의 관계가 무너질 때 지옥이 찾아온다. 그러니 진실을 보고 진실을 말하여야 한다. 진실은 삶의 깊고 깊은 원천에서 끊임없이 샘 솟는다. 그래서 우리가 삶의 필연적인 비극에 맞닥뜨리더라도 영혼이 위축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앞에서 말했듯이, 삶의 비극은 존재의 원조이다. 우리 모두 어떻게 든 견뎌 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삶이 꿈꾸던 것이 아니라면 진실을 말하도록 노략해야 한다. 의욕이 없고 소외 당하는 기분이 든다면, 혼돈에 휩싸이고 절망에 빠진 기분이라면, 진실을 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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