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늙어가는 것이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0. 29. 18:09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0월 29일)

공지영 작가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 오르면 다음과 같이 멈춘다 한다. 나도 그런다. "오직 오늘 뿐, 오직 지금 뿐, 나는 내일의 일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저 모를 뿐이라는 걸 다시 상기했다. 다만 감사하고 경탄할 준비만 하고 있으면 되리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떼니까." 그래 나는 내 연구실인 수오실(守吾室, 나를 지키는 방)에 "내일은 없다. 오늘이 좋습니다."라는 액자를 걸어 두고 있다.

남이섬에서 엄청난 실력 발휘를 하시고, 지금은 제주도에 계신 강우현님이 거꾸로 써 주신 글이다.

오랜만에 오늘 류시화 시인의 시를 공유한다. 이 시를 소개한 [먼. 산. 바. 라. 기.]까지. "별들의 후손인 우리는 왜 이렇게 조무래기가 되었나. 한 생을 아등바등 거리기만 하다가 살기엔 우리의 출신은 너무 고귀한 게 아닌가. 눈이 퇴화한 지렁이처럼 우리는 고향을 잊었다. 아예 별을 바라볼 줄 모른다. 질문할 줄도 모른다. 건방진 말인지 모르지만 이 시는 꼭 나를 대변하는 것 같다. 과학자와 목사와 신비주의자가 가리키는 길을 비틀거리며 걸어 여기까지 왔다. 손에 잡힌 건 아무것도 없다. 이젠 기대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바람도 마찬가지,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명상할 때의 고요함과 빵 한 조각으로 만족하는 것!'"

별/류시화

별은 어디서 반짝임을 얻는 걸까
별은 어떻게 진흙을 목숨으로 바꾸는 걸까
별은 왜 존재하는 걸까
과학자가 말했다. 그것은 원자들의 핵융합 때문이라고
목사가 말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님의 증거라고
점성학자가 말했다. 그것은 수레바퀴 같은 내 운명의 계시라고
시인은 말했다. 별은 내 눈물이라고
마지막으로 나는 신비주의자에게 가서 물었다
신비주의자는 별 따위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뭉툭한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차라리
네 안에 있는 별에나 관심을 가지라고

그 설명들을 듣는 동안에
어느새 나는 나이를 먹었다
나는 더욱 알 수 없는 눈으로
별들을 바라본다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인도의 어느 노인처럼
명상할 때의 고요함과 빵 한 조각만으로
만족하는 것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그 노인처럼
밤에 먼 하늘을 향해 앉아서
별들을 바라보는 것을 방해받는 일

다시 공지영 작가 이야기로 돌아 온다. 거의 끝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내 눈으로 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본다. 그래 공지영 작가는 자신의 눈으로 거울을 보기가 쉽지 않으니, 연습을 하라고 했다. 내 눈 가지고 내가 내 거울 보는데 내 눈을 얻기가 매우 힘들고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내가 내 눈으로 나를 보고 나를 사랑해야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거다.

산다는 건, 성장하느냐, 아니면 늙어 버리느냐 이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늙어가는 것이다. 법정 스님은 한술 더 뜬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사람이며,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어야 한다." 늘 배우고, 익히며, 일상의 기본을 잘 유지해야 존재가 풍성해지고, 녹슬지 않는다.

공지영 작가가 전하는 프란체스코 교황(Pope Francis)의 메시지는 나도 <인문 일기>에서 공유한 적이 있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트리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말입니다. 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 좋습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입니다. 입새들이 계절 따라 변하는 것은 아름답고, 삶이 각 과정에서 변해가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또한 이 둘은 확고한 비전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니 투덜거리거나 불평하는 대신 고통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 있다는 징표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힘이 있다는 증거이고,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공지영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 "예루살렘의 성전을 부순다는 의미는 이제껏 산 대로 대충 적당히 산다는 걸 깨부순다는 의미입니다."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어떤 선입견이나 바람 없이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디자인하는지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공지영 작가는, 내 생각처럼, 산다는 건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고 말하며 이 허무가 자신의 욕심을 버리게 하고, 집착을 끊어내고, 삶이 길지 않으니, 지금-여기 그리고 나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내야 한다고 했다.
"지금-여기-나 자신"을 사랑하자.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니, 그녀에게 책은 좋은 친구라 했다. 나도 그렇다. 대학에서 강의를 그만두고, 아침 글쓰기, <인문 일기>를 매일 쓰면서, 책이라는 좋은 친구를 알게 되었다. 공 작가에 의하면, "친구란 이 세상이 당신을 다 버렸을 때 당신을 찾아 오는 사람"이라 했다. 나는 친구가 여럿 있다. 책,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 그리고 나 자신, 그리고 내 주말농장 그리고 <복합와인문화공간 뱅샾62> 그리고 내 연구실, 수오실(守吾室, 나를 지키는 방) 그리고 내 음악 연습실, 세심실(洗心室, 내 마음을 닦아는 방)이다. 너무 부자인가?

공지영 작가는 가장 중요한 친구가 책보다 '나 자신'이라 했다.  그리고 공지영 작가가 인용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모든 불행을 살아내는 것이다./빛이란 무엇인가, 온갖 어둠을 응시하는 것이다"는 카잔차키스의 말이 나 자신에게 용기를 준다. 우리는 우리를 절벽으로 내 몰아야 한다. 그러면 거기서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세상이 나를 괴롭히면, 다음 말을 기억하리라. 물론 '나'는 없다. 이미 다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나를 괴롭히고 저주하려는 그들이 그런 짓을 못하게 할 능력은 내가 없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대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힘겹더라도 내적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또 그녀가 소개하는 에픽테토스의 말을 자주 기억하리라.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어떤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표상, 즉 내가 가진 이미지이다.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이다. 이미지가 실체는 아니다.] 비난도 모욕도 가난도 어쩌면 죽음 마저도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 단어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포의 양이 그것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 공포를 줄이면 된다. 줄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공 작가의 말이다. "오늘이 전부일 뿐 바라는 것이 적으면 두려움도 적다." 지금-여기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 공 작가의 바람, "모두들 행복하시라. 바로 오늘! 바로 지금! 한 번 뿐인 당신의 생이 가고 있으니", 오늘 지금-여기서 행복하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할 것이다.

어제는 조정래 작가의 인터뷰를 접했다. 그는 "인생도 경영"이라 말했다. 운이 아니라 노력에 의한 경영이 삶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했다. 그의 롤 모델은 신체가 부자유한 장애인들과 운동 선수라고 했다. 불편한 몸으로 사는 것도 힘든데, 그런 불편함에도 일을 해내고, 사지를 못쓰면 입으로 라도 그림을 그려내는 장애인들을 보며 그는 삶을 가다듬는다고 헸다. 그리고 나이 들수록 정신 건강과 육체적 건강을 경작해야 한다. 나이는 육체가 먹는 횟수일 뿐이다. 나이 들수록 정신은 명료하고 명징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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