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영혼에 암이 걸린 사람들이 많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0. 24. 12:43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0월 23일)

오늘은 첫서리가 내란다는 상강(霜降)이다. 상강은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있는 24절기 가운데 18 번째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절기이다. 이때는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지만 반 기온은 서리가 내릴 정도로 매우 낮아지게 되는 절기이다.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말뜻 그대로 찬이슬이 맺히게 되는 시기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얼음이 얼거나 눈이 오는 경우도 있으며 산에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이 때쯤이면 추수가 거의 끄탄고 동물들은 일찌감치 겨울잠에 들 준비를 하기도 한다.

나는 아침에 몇몇 칼럼을 읽는 호사를 누린다. 지난 한 주동안에 재미있게 읽은 글이 서울대 중문과 김월회 교수의 글이다. 제목은 "영혼에 암이 걸린 사람들이 많다"이었다. 2022년 대선판에 일부 후보들의 이야기 같다. 그러나 정치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이라 보지만, 그래도 좀 심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영혼이 없다”는 말을 종종 접하곤 한다. 주로 “진정성이 없다”는 뜻으로 사용되지만 본래는 “인간답지 못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짐승 같은 종자” 유의 말을 점잖게 에둘렀다고나 할까, 암튼 자못 신랄한 말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짐승 같은 짓을 일삼으면서도 자신이 늘 옳다는 자기기만에 빠진 ‘인간 말종’이라 하여 영혼이 진짜 없을 리는 만무하다. “영혼이 없다”는 표현도 영혼이 있는 존재에게나 ‘뼈 때리는’ 지적이지, 애초부터 영혼이 없는 존재에겐 그야말로 손톱만큼도 타격 없는 밍밍한 말에 불과하다. 좀비에게 영혼 없다며 탓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얘기다. 결국 영혼이 없다는 소리는 “네 영혼은 어디다 처박아 두고 이런 못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느냐”는 엄한 질책이다. 특히 힘 있고 돈 있으며 지식 많은 이들, 소위 ‘사회적으로 잘났지만 실제론 못난 이’들에게는 지독한 저격과 다름없다. 바로 영혼이 있기에 그렇게 잘날 수 있었음에도 영혼을 나 몰라라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영혼이 없다는 저격에 끄덕도 않는다. 도리어 영혼은 가져다가 어디에 쓸 거냐며 되묻는다. 영혼 그 따위는 루저에게나 먹히는 소리라며 되레 면박을 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회적 못난이의 영혼은 마치 없는 것처럼 아무 역할도 못하게 됐을까. 영혼도 다른 신체 기관들처럼 병이 드는 걸까. 병이 깊어지면 기능이 멈추어 마비되기도 하고 더 큰 병을 야기하기도 하는 걸까. 사람 형상을 하고 영혼 없는 채 움직인다면 우리는 그것을 좀비라고 부른다. 사뭇 추악하고 탐욕스럽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못난이가 좀비는 아니다. 단지 영혼이 기능을 무척, 때로는 전혀 못하여 마치 전신마비가 된 것같이 기능이 멈춰버렸을 따름이다.

영혼이 암에 걸렸음이다. 암이 무서운 것은 전이 때문인데, 영혼암도 마찬가지다. 영혼에서 정신으로, 또 마음으로 전이되어 급기야 맹자가 말한 도덕심같이, 인간과 금수를 구분해주는 근거들이 소멸된다. 영혼암 환자, 그러니까 사회적 못난이는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실제로는 육신의 감각과 욕구만이 남는다. 그렇게 그들은 금수와 구별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우리는 몸에 암이 걸릴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영혼암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영혼암이라는 말이 내 뼈를 때린다. 그래 오늘 오후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동네 분들과 가을 나들이를 하고 왔다. 우리 동네는 국화전시회를 한다.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해, 함께 산책을 나갔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소환한다.

국화 옆에서/서정주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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