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타면자건 (唾面自乾);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그것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0. 18. 20:11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0월 16일)

한 주간 얼마나 바빴는지, <인문 일기>가 밀렸다. 그래 토요일마다 쓰는 와인 이야기를 일요일 아침에 쓴다. 지난 한 주 동안 배운 것은 인내의 힘이었다. 그러던 중 오늘 아침 카톡에서 좋은 사자성어를 배웠다. '타면자건 (唾面自乾)'이라는 말이다.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그것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으로 인내가 필요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중국 당나라의 관리 누사덕은 마음이 넓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성품이 따뜻하고 너그러워 아무리 화나는 일이 생겨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동생이 높은 관직에 임용되자 동생을 불렀다. “우리 형제가 함께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으면 남의 시샘이 클 터인데 너는 어찌 처신할 셈이냐” 고 물었다. “남이 내 얼굴에 침을뱉더라도 화내지 않고 닦겠습니다.” 동생의 대답에 형이 나지막이 타일렀다. “내가 염려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침 같은 것은 닦지 않아도 그냥 두면 자연히 마를 것이야.” 화가 나서 침을 뱉았는데, 그 자리에서 닦으면 더 크게 화를 낼 것이니, 닦지말고 그대로 두라는 당부였다. ‘타면자건(唾面自乾)’에 얽힌 고사다.

누사덕의 지혜를 오늘날 가장 완벽하게 실천한 지도자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오바마의 개인 트위터 계정에는 모욕적인 악플이 범람했다. 심지어 ‘검은 원숭이’, ‘원숭이 우리로 돌아가라'’는 흑인 비하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자신을 겨냥한 저급한 비방을 지우지 않았다고 한다. ‘사이버 침’이 SNS에서 그냥 마르도록 내버려둔 것이다. '사이버 침'이란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배울 지혜이다.

오바마의 놀라운 포용 정치가 다시 빛을 발했던 적이 있다. 오마바가 재임 시 백인 청년의 총기 난사로 숨진 흑인 목사 장례식에 참석했다. “놀라운 은총, 얼마나 감미로운가” 추모사를 읽던 오바마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더니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놀라운 은총)’를 부르기 시작했다. 반주도 없었다. 영결식장을 가득 채운 6,000여 명의 참석자는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두 일어나 찬송가를 함께 따라 불렀다. 어떤 흑인 여성은 오바마를 손짓하며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은 연설 도중 희생자 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그들이 신의 은총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TV로 지켜보던 국민들의 박수소리가 아메리카 전역에 울려 퍼졌다. "포용은 말처럼 쉽지 않다. 고통스러운 인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내의 忍은 심장(心)에 칼날(刃)이 박힌 모습을 본뜬 글자다. 칼날로 심장을 후비는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 바로 인내다. https://youtu.be/8_OiBGRY2EA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자면, 누구나 가슴에 칼날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참느냐! 못 참느냐! 거기서 삶이 결판난다. 누사덕, 오바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인생사가 다 그렇다.  세상을 나의 눈으로만 보지 않고, 때로는 남의 눈으로도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꽃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한 주는 참지 못해 일을 그르친 적이 있다. 아침에 침대에서 이 글을 카톡에서 읽고, 반성하는 마음에서 리-라이팅했다.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는 것"인데 말이다.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는 것/손병흥

주고 또 줘서 잃는 것 많을지라도
왠지 안타까워 애써 양보하고 싶은 마음
더 잘난 사람 비교는 커녕 매달려만 지는 것
비록 꿈꿔왔던 이상형 다를지라도
그냥 환상적 착각에 빠져 드는 것
끊임없이 주변 맴돌면서도
시침 뚝 떼고서 무표정 짓는 것
가끔씩 기다림에 지칠지라도
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사랑하는 순간임을 알게 해주는 것
누군가에게 큰 관심 갖게 해주던
새삼스레 믿음 주려고 노력하는 것
그 바람 같은 마음마저 머물도록
언약 가진 자의 축복인냥
내가 믿어 줄 단 한 사람
때론 빗줄기에 흠뻑 젖어
삶의 고비고비마다 우수에 잠겨버려
크게 부족하고 많이 어긋날지라도
뭐 어때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하는
슬픔 외로움 허전함 달래주던 포근함
마음 아파 괴롭고 미울지라도
되려 겸손과 감사함으로
더욱 더 성장케 해주던 영혼
닫힌 마음 활짝 열고서
늘 가득 채우게 해주던 그리움
조금 외롭더라도 간절히 원하는 그 마음
화해 손 먼저 내밀게 해주던 성숙된 사랑.



지난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손병흥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 #인내 #타면자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