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열정이 없거나 시들고, 핵심과 디테일 모두를 꿰뚫어 장악하지 못한 책임자라면 그 자리를 그만두는 것이 맞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9. 21. 15:16

2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9월 18일)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유능한 전문가와 리더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발방지 대책에는 더욱 세심하다. 평안한 일상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문제발생을 예방하는 무수한 이들의 숨은 노고와 실력으로 유지된다. 반면 맡은 일에 전문성도 책임감도 없는 이들이 정파성이나 연고로 층층시하 지위를 차지한 곳에서는 늘 사건 사고와 참사가 반복된다. 그런 리더들이 모인 조직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성실히 일하던 사람들도 의욕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모든 재난의 원인에는 부실 인사가 있고, 최종 리더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선화)

열정이 없거나 시들고, 핵심과 디테일 모두를 꿰뚫어 장악하지 못한 책임자라면 그 자리를 그만두는 것이 맞다.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무게보다는 오직 권력의 빛에 눈 멀고 꿀만 빨려는 이들이 모여든 집단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리더는 격노하고 처벌하라는 자리가 아니다. 전문성과 지혜를 통해 아랫사람들을 독려하고 의욕을 북돋아, 본인 스스로 재난을 예방하라는 자리다. 직원보다 무능한 상사를 요즘 세대들은 월급 루팡, 즉 세금 도둑이라 부른다.

또한 재난참사에서 상급자의 책임은 하급자를 잘못 둔 것과 다르다. 재난참사 대응 시스템은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든 빠르고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잘못들로 시스템 전체의 작동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건 하급자의 책임에 그치지 않는다. ‘엄정한 문책’이 상급자의 책임 전부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시민의 생명을 구하고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이 부족했든 실질적으로 대처할 역량이 부족했든 상급자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난참사와 같이 복합적이고 규모가 큰 사건에서는 자신이 져야 했고 져야 할 책임을 바로 알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진상규명이 중요하다. 무언가 부족했고 잘못이 있어 재난참사가 발생했을 때 그 부족함이나 잘못에 자신의 몫이 있음을 미리 말해야 한다. 자신의 책임을 배우고 익힐 방법으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피해자에게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할 때 사과도 끝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진상규명은 ‘꼬리 자르기’에 그치고 책임 분배에 실패하고 만다. 빨리 '오기 정치'를 먼추고, '책임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런 힘이 없다면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생의 순간마다 많은 다짐을 하면서 생겨난 징검돌을 “다짐이 희미해질 즈음” 하나씩 내려놓아야 한다. “가슴속에 품은 돌덩이”는 욕망이나 책임, 자책 같은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징검다리/김완

죽어야 겨우 그 죽음만큼의 다리가 생긴다
다짐은 스스로에게 놓은 징검다리 같은 것
다짐이 희미해질 즈음 가슴속에 품은 돌덩이
하나씩 내려놓고 딛고 가는 게 인생인지 모른다
놓은 돌들이 하늘로 날아 올라가고 되돌아온다
걷고 또 걸어 도착한 곧고 외로운 자신만의 길
거짓말처럼 생은 한순간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좀 더 길지만, 원문을 읽으시려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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