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지상(知不知上):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훌륭하다
2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9월 16일)
노자 <<도덕경> 제71장은 사람에 따라 해석도 구구 각색이다. 여기서는 가장 많은 논자들이 취하는 해석에 따라 지부지상(知不知上)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훌륭하다'고 해석한다.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봤기 때문이다. 노자에 따르면, 자신이 어떤 사물이나 진리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최상의 지식이고, 쉽게 말해,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에서 나아가 알면서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란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이라고 보았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진짜 아는 것인지 회의(懷疑)를 통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확실하거나 변하지 않는 절대적 진리는 없다고 하는 앎의 단계로 나아가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진리는 영원하지 않으며,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옳고 틀림, 높고 낮음, 선과 악, 아름답고 추함에 대한 앎은 모두 상대적이어서 확실하게 안다고 할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다는 고집을 버리고, 타인의 앎을 존중하고,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진정 제대로 앓을 실천하는 성인의 모습이다. 안규백 시인은 말한다.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다/보는 것이 진실이다".
주변에서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언행을 일삼으며 혼자 똑똑한 척하는 '중근기' 사람들을 우리는 일종의 '병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주변에서 어렵지 않다. 그리고 자신을 동조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런 부류를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스스로 '중근기' 고개에 걸려 있다는 생각을 '중근기'일수록 더 하지 못한다. 이들은 관련된 서적을 잠깐동안 관심을 갖는 척하는 사람일 뿐이다.
자신의 앎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앎을 확신하는 것보다 큰 병이 없다. 자기가 보고 들었던 것만 진리의 논거이며,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은 모두 부정하는 것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앎의 병이다. '부지(不知)의 병'은 폭력을 낳기도 하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졸교적 앎, 신념의 앎, 이념과 정치적 앎에 집착하면 결국 적과 동지, 선과 악으로 세상을 구분하여 싸움의 진영을 만들어 낸다. ㅅ상에 내가 확실하게 아는 것은 없다고 하는 앎의 단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세상을 제대로 보는 안목을 갖게 될 것이다.
앎은 확신의 체계가 아니라, 불확실성의 가능성을 무한히 개방하는 것이다. 앎은 앎의 한계를 스스로 자각할 때만이 앎으로써 위대한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장자>> <대종사>에서 장자는 인간이 건설하는 지식의 체계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한 바 있다. "앎이 아는 바를 가지고, 암이 알지 못하는 바를 키워 나가는 것, 그러하면서 천수를 다 누리고 도중에 일찍 죽지 않는 것, 그것이야 말로 앎의 최상품이다." 결국 아는 것을 가지고 모르는 것을 키워 나가는 것이 인간의 삶의 과정인 것이다. 끊임없이 다가오는 더 많은 모름의 세계에 대해 인간은 겸손해야 하고 끊임없이 자기를 비워야 한다. "허기심(虛其心)"이 없으면 앎은 확장되지 않는다. 앎이 확장되지 않으면 도의 전체를 볼 수가 없다.
어제는 가을 비가 내렸다. 이 비는 계절이 가을로 가는 길을 더 재촉할 거다. 비는 그 철을 돕거나 재촉하는 촉매제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봄비에 만물이 잘 보이고, 여름비에 튼실한 열매 열리고, 가을비에 나뭇잎 보내고, 잎 떨어진 벌거벗은 나무에 겨울비 내릴 거다. 이 비와 함께 가을을 기다리며, "가을이 오면", 나무처럼 더 가벼워 지리라.
가을이 오면/홍수희
나무야
너처럼 가벼워지면
나무야
너처럼 헐벗겨지면
덕지덕지 자라난
슬픔의 비늘
쓰디쓰게
온통 떨구고 나면
이 세상
넓은 캔버스 위에
단풍 빛으로 붉게
물감을 개어
내 님 얼굴 고스란히
그려보겠네
나무야
너처럼만 투명해지면
좀 더 길지만, 원문을 읽으시려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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