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된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9월 9일)
오늘부터 추석(秋夕) 연휴이다. 추석의 순수한 우리 말은 '한가위'이다. '한가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조상 대대로 지켜 온 우리의 큰 명절로 일 년 동안 기른 곡식을 거둬들인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이웃들과 서로 나눠 먹으며 즐겁게 하루를 지내는 날이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떡을 빚어 나눠 먹었다고 해서 속담 중에 "일년 열 두 달 삼백육시오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추석의 순 우리 말, '한가위'에서 '가위'는 '가운데'를 의미한다. 음력 8월의 한 가운데, 혹은 가을의 한가운데인 8월 15일을 나타낸다. '한'은 '크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한가위는 '8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 혹은 가을의 한 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다. 추석(秋夕)은 말 그대로 하면 '가을의 저녁'이다. 추석을 중추절(仲秋節), 가배일(嘉俳日)이라고도 한다.
추석 연휴 기간동안 크게 할 일이 없다. 지난 달부터 습관이 된 맨발 걷기를 확대해 볼 생각이다. 우리 대전에 있는 계족산에 가 황토길을 맨발로 걷고 싶다. 그러면서 걷기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딸도 동의하고 함께 걸어 더 좋다.
미국 하버드대 세포생물학 교수인 루이스 캔틀리(Lewis Cantley)의 글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 내 생각과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껏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자동차 없이도 살 수 있는 곳에 있다는 것이다. (…) 더 탁월해졌고 더 행복해졌고 더 의미가 깊어 졌다. 이유는 단 하나! 자동차가 없기 때문이다. 날씨나 교통 체증에 관계 없이 나는 일터까지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다. 지붕위에 쌓인 눈을 퍼낼 필요도, 유리창에 붙은 얼음을 긁어낼 필요도, 주차 공간을 찾아 몇 십분 씩 빙빙 돌 필요도 없다.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온갖 삶의 디테일한 축복을 만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매일 똑같은 길을 걸어도, 매일 새로운 것들이 발견된다. 어제 보지 못한 것을 오늘 볼 수 있다는 건 매일을 기대감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는 의미다."
아! 얼마나 멋지고 경이로운 일인가! 걸으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된다. 우리가 걷는 것은 건강 때문만 아니다. 걸으면, 그토록 원했던 활력과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이 생긴다. 잘 늙어가려면, 균형 잡힌 삶을 살아야 한다. 그냥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며 살 것인가? 다 옳은 말이기 때문에 균형이 필요하다. 예컨대, 나이 먹어가며 몸이 자연스럽게 망가지는 것의 속도를 낮추고, 균형 있게 늙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균형 잡힌 식사라고 본다. 그리고 식탁에서 먹는 즐거움과 기쁨이 중요하다. 즐겁지 않게 먹으면 오히려 더 살이 찐다.
그리고 구부정한 자세로 책상에 앉아만 있는 우리에게 허리를 곧추세운 직립 자세로 걷는 것도 균형 있는 삶의 지혜이다. 걸으면 우리 몸에서 피가 순환되면서 머리는 차고 손발은 따뜻해 지는 ‘두한족열(頭寒足熱)’로 몸이 살아나는 신호를 보낸다. 게다가 이 신호와 함께 온갖 번뇌가 가라앉으며 맑아진 머리는 그동안 실타래처럼 엉킨 보이지 않았던 삶의 방향이 보인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고, 그동안 마음속에 뭉쳐 있었던 증오도 발바닥으로 내려가 자연 속으로 스며들고, 가슴에 넉넉한 자연의 바람이 스며든다. 걷는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균형 잡힌 삶을 위한 치유의 방법이고 명상이다.
오늘 아침은 "두한족열" 이야기를 좀 더 해 본다. 머리는 차고 발이 따뜻하다는 말이다. 방안의 공기도 방바닥이 따뜻해야 공기의 순환이 잘 이뤄지듯이, 우리 몸도 발이 따뜻하고 머리는 차가운 상태라야 기의 흐름이 잘 이루어진다는 거다.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따뜻한 차를 즐기고 머리는 잡스런 생각을 줄이고 발은 일을 많이 시키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맨발 걷기를 하는 거다. 자기 집에 가까운 곳을 찾아 좀 깨끗한 흙 길을 반복해서 약 40분에서 50분 맨발로 걷는 거다. 그러면 발이 하루 종일 따뜻하다.
우리 몸에는 찬 기운과 따뜻한 기운이 함께하며, 서로 상하로 순환하면서 우리 몸에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거다. 이 때 위로 찬 기운이, 아래로는 따뜻한 기운이 유지되어야 기의 흐름이 좋은데, 반대로 머리가 뜨겁고 아래의 발쪽이 차면 기의 흐름이 순조롭지 못해 몸 전체의 기운이 약화되어 질병으로부터 방어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거다. 동의한다. 수승화강(水丞火降)의 원리이다. 물(水)의 찬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불(火)의 따뜻한 기운은 아래로 내려오게 하는 거다. 우리나라의 온돌 난방의 비밀이기도 하다. 어른들에 의하면, 손발이 차면 몸에 흐르는 기운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라 했다. 반면 손발이 따뜻하면 기혈순환이 잘 되며, 근육과 피부에 탄력이 생기고 윤기가 난다. 실제로 맨발 걷기를 한 후, 그런 현상을 직접 체험한다. 손발이 따뜻하고, 몸에 에너지가 충만한 것을 느낀다. 맨발 걷기를 통한 두한족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동네 한의원 원장에 따르면, 머리에 열이 올라 생길 수 있는 증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질병은 투통이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머리로 열이 올라 두통을 일으키게 된다는 거다. 그리고 안구건조증도 상체로 열이 올라서 생기는 증상 중에 하나하 한다. 안구건조증은 아랫부분보다 위쪽부터 따뜻하게 하는 온풍기가 일상생활에 다량으로 보급되면서 더욱 많아졌다. 실내에서 일상생활 하는 사람들은 다리부터 따뜻하게 되는 게 아니라 머리부터 따뜻해 져 두한(頭寒)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난치성질환 중 하나인 탈모도 頭寒(두한)이 잘 안되어서 생기는 증상이다. 물론 탈모는 다른 여러 원인으로도 올 수도 있지만 머리 쪽에 열이 오르면서 가뭄에 벼가 말라 잘 살지 못하듯이 머리카락도 마찬가지로 잘 자라지 못하고 빠지게 된다.
그 다음, 足熱(족열)이 안 된 현상, 즉 하체가 차가워져서 생기는 증상은 더욱 많다. 먼저 여자분들이면 누구나 아파본 적 있는 생리통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옛날에는 여성들이 아궁이에 직접 불을 때서 가마솥에 밥을 해야 하기때문에 몸이 힘들 긴 했지만 아궁이에 불을 때는 동안에는 따뜻한 온기를 하체 쪽으로 받기 때문에 자궁질환이 덜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요즘에는 미니스커트, 짧은 팬츠와 같은 패션을 즐겨 입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하체 및 자궁으로 차가운 기운이 많이 가게 되어서 생리통을 심하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또한 방광염도 하체가 차가워져 생기는 질환입니다. 추운 곳에 오래 있었을 때 소변을 자주 가게 되는 경험이 있으실 것이다. 하체가 차가워지면 소변횟수가 증가하고 방광 쪽으로 도는 혈류순환이 원활해 지지 못해서 방광염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설사나 변비도 다 하체가 차가워져서 생길 수 있는 증상이고, 무릎 관절염 역시 하체가 차가워지는 분들에게 더 쉽게 발생 할 수 있다.
맨발 걷기 찬양을 하다,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추석연휴의 첫날로 특별하게 할 일이 없다. 아침에 편안한 마음으로 맨발 걷기를 습관처럼 했다. 오늘 아침 사진은 그때 찍은 하늘이다. 이런 하늘은 처음 보았다. 이런 식으로 하루를 바쁘고 충만하게 살다 보면, 문득 추석이 나가 온다. 올해는 추석이 더 빠르다. 그 때마다 생각나는 시이다. 절절한 시다. '절절하다'는 '몹시 간절하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간절하다'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바라는 정도가 매우 절실하다'라는 의미다. 그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절절할 때가 있다. 속절없이 흐른 시간에서 그렇다. 그래 시인처럼, 트로트를 마음을 다해 절절하게 부고 싶다.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이성복
그러니까 그 나이였다…… 시가
날 찾아왔다. 난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파블로 네루다, '시'
오래 시를 쓰지 못했다. 그리고 추석이 왔다. 추석에는 어머니 사시는 고덕동에서 대치동 형님 집까지 올림픽대로를 타고 갔다. 영동대교를 지날 때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가 생각나, 그 노래를 부를까 하다가 아내가 한 소리 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러나 막 영동대교 다리 밑을 지나자마자, 그 노래의 다음 구절인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가 입속에서 터져 나왔다. 내가 부르지 않아도 노래는 흐르고 있었다.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노래는 내가 영동대교 다리 밑을 지나가기를, 지나갈 때는 좀 더 유치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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