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역사적인 한미 정상 회담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9. 7. 17:30

3428.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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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이 ‘평화를 만드는 사람(peacemaker)’이 된다면, 저는 그 곁에서 페이스 메이커(pacemaker)’가 되어 돕겠다” 현지 시각으로 25일 역사적인 한미 정상 회담이 있었다."피스(peace·평화)와 메이커-페이스메이커(pace maker·스포츠에서 다른 선수를 돕는 조정자)란 표현은 명언이자 전략적인 발언이라고 평가 받을 만 하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가 선호하는 내용과 단어를 활용해 대화를 유도했다. 협상가다운 기지를 유감없이 발휘한 장면 이다. 이 말은 나도 당신 옆에서 함께 띄며 당신이 최대 성과를 내도록 돕겠다는 말이다. 자신의 전쟁 종식 성과와 의지를 나열했던 트럼프를 적절히 띄어주며, 거부할 수 없는 임무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를 만들어 골프를 치게 하자”고 언급한도 잘했다. 정치를 비즈니스처럼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굿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호응하며 올해 안에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것은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경주 APEC 참석 시 북미대화 관련 적극적인 발언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하노이 노딜 이후 재개될 북미대화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성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략적 언어 선택으로 협상가다운 기지를 발휘했던 것이 멋지다. 

 

2

대통령실이 25일(현지시간) 공개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준비한 선물. 명장이 제작한 금속 거북선, 국산 골드파이브 수제 맞춤형 퍼터, 카우보이 마가 모자, 펜 등이다. 펜은 선물이 아닌 이 대통령의 서명용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즉석에서 선물했다. 대통령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을 기념한 서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사용한 만년필을 보고 “멋지다”며 관심을 보이자, 이 대통령이 즉석에서 만년필을 선물하며 친교를 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핵심참모들이 배석하는 소인수회담에 앞서 방명록에 서명하는 이 대통령의 갈색 만년필을 보고 “직접 대통령이 가져오신 건가. 다시 가져가실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한미동맹의 황금시대, 강하고 위대한 미래가 새로 시작됩니다”라고 적은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고 “아주 아름답게 작성하셨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두께가 굉장히 아름답다. 정말 멋지다. 어디에서 만든 건가”라며 만년필에 관심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한국에서 만든 것”이라며 펜을 선물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용하진 않겠지만 선물을 영광스럽고 소중하게 간직하겠다”며 “가시기 전에 제가 대통령과 대표단께 선물을 드리겠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통령께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받은 선물을 봤는데 사진첩이더라”고 말했다.

그리고 방명록을 쓰기 위해 가져온 두껍고 또렷하게 잘 써지는 펜, 그의 힘참 문장은 그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정치를 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이 수제 펜은 몸통이 나무로 만들어졌고, 몸체에는 봉황 문양이, 뚜껑에는 태극 문양이 각인되어 있다. 엉뚱하게도 어부지리는 모나미가 얻었다. 오전 한때 주가가 20% 치솟았다. 스페셜 에디션 펜을 모나미가 제작했을 것으로 다들 지레짐작한 덕분이다. 제작사는 모나미가 아니라 제나일(Zenyle)이라는 수제 펜 전문 공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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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이규리 시인을 글을 공유한다.

불안도 꽃인 것을/이규리

누가 알기나 했을까
불안이 꽃을 피운다는 것을

처음으로 붉은 피 가랑이에  흐를 때
죽고 싶다 할 때마다 조마조마 꽃이 피었던 걸

불안으로 한 아이를 낳고
불안으로 젖을 먹이고 몸을 씻기는 동안
불안 속에서 꽃이 피고 있었네

불안은 불안을 결코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속에 오래 있으면
기막히게 불안해도 쾌감이 있다는 걸
아이가 젖꼭지를 깨물었을 때라 할까
아니면 불륜, 불법, 불신, 불가능의 한 때라 할까

불안으로 시험을 치고 낙방을 하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고
그때마다 불안의 꽃이 피었던 걸
그 다음 시절이 일러주었네

수많은 당신이 불안이었던 걸 말해도 될까
눈부신 구름 꽃바람 꽃
비가 되었던 물의 꽃

꽃은 불안을 알지 못하지만 불안은 꽃을 알아보더군
천 날 만 날 내일이 불안하고 휴일이 불안하고
지나온 길
그 불안으로 꽃을 피웠으니
여기 이 꽃 무덤들, 이 불안의 무게들

4
아침에 읽은 한 칼럼에서 또 다른 사유 거리를 찾았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두려움 대신 기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의 청년들은 미래 진로와 직장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가득 지니고 있다. 
▪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고, 
▪ 어떤 직장에 가야 주변의 인정을 받을지 걱정하고, 
▪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자신이 없어 고민 하고, 
▪ 소명으로 살아갈 믿음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생존에 대한 불안이 크다.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나 자신과 세게를 위해 인생을 바치겠다는 비전은 현실이라는 돌멩이에 깨져 버린 듯하다. 축소 사회의 어두운 미래는 청년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움츠러든 청년들에 말한다.  
▪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염려하지 말고, 세상을 위해 사용되기를 원하라. 
▪ 내가 미래를 개척하는 주체라면 두려움과 불안은 내 살이 되고 뼈가 된다 것을 알아라. 
▪ 세상이  우리의 미래를 이끄시는 주체라고 믿으면 설렘과 기대가 두려움과 불안을 잠재운다. 
▪ 자기 믿음으로 불안 대신 기대로 미래를 꿈꾸는 거다.

5
바이러스에 감염돼 좀비가 된 딸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사랑으로 품어내는 아버지 이야기라는 영화 <좀비딸>이 돌풍이라 한다. 나는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확실성과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대엔 이런 뜨거운 사랑과 눈물겨운 희생의 이야기가 큰 호응을 얻어왔다. 국가 부도가 난 1990년대 말엔 조창인의 <<가시고기>>가, 금융 위기로 힘들었던 2008년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괴로울 때 힘내게 하는 이야기를 찾는 건 우리 본능 깊이 각인돼 있다.

지나친 걱정과 염려는 우리를 망가뜨린다. 위기에 중독된 사람은 활기를 잃고 냉담해지며,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상황을 바꾸려는 의욕도 줄어든다. 다시 말하면, 위기와 공포의 서사에 빠지면, 모든 게 종말의 신호로만 읽힌다. 망치가 세상 모든 걸 못으로 보듯 말이다. 이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과 같다. 좀비란 되돌릴 수 없는 종말, 회복할 수 없는 절망의 상징이다. 

따라서 나라가 위기라고, 세상이 망조라고 반복해 말하는 이들을 멀리하여야 한다. 앞이 안 보일 만큼 괴롭고, 불안이 목을 조여올 수록 우리에겐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상실과 함께 회복을, 절망과 함께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이 영화가 동풍인 것은 좀비딸이 아니라, 좀비딸 아버지라 한다. 그는 우리에게 그 어떤 순간에도 용기를 품고 사랑을 지속할 수 있음을 알려줌으로써 이 시대의 영웅이 되었다는 거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지베르니 펴냄)라는 책에서 저자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은 우리 삶이 우리가 읽고 보고 듣는 이야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영화를 보거나, 어떤 소설을 읽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진다는 거다.
▪ 우리가 접하고 전하는 이야기가 우리가 돈을 어떻게 벌고 어디에 쓸지, 
▪ 휴가를 어디로 갈지, 
▪ 무엇을 기억하고 망각할지, 
▪ 어떤 사람을 믿고 사랑할지 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이야기는 의미를 만들어 내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인격을 이룰 뿐만 아니라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도 발달"시키는 까닭이다. 예컨대, 절망의 이야기는 우리를 망가뜨린다. 재난, 폭력, 파괴로 점철된 소식만 계속해서 접하면 무기력과 허무주의에 빠진다. 심리학에선 이를 '외상 전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아직 겪지 않은 일을 염려하다가 마음이 병든다는 뜻이다. 암, 실업, 살인, 경제위기, 자연재해, 팬데믹, 테러, 전쟁 등으로 이뤄진 이야기에 중독되면, 자기 삶을 개선하려고 애써야 할 이유를 빼앗긴다. 조만간 병들어 죽거나, 세상이 망해버릴 텐데 왜 열심히 산단 말인가. 위기와 공포의 서사에 빠지면, 모든 게 종말의 신호로만 읽힌다. 망치가 세상 모든 걸 못으로 보듯 말이다. 인간은 희망을 상상하고 떠올리는 만큼만 노력하는 법이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장은수의 칼럼을 읽고 갈무리한 것이다. 절망을 말하지 않고, 희망을 말하고, 상실보다 회복을 말하는 사람이 되고, 또한 그런 사람들과 놀고 만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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