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회에 ‘예스’라고 답하라.

3426.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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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령’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영국의 에셀 캐터햄 할머니가 올해 116세의 생일을 보냈다 한다. 할머니는 과거 솔즈베리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기회에 ‘예스’라고 답하라. 그것이 어떤 길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모든 것을 절제하라”며 자신의 장수 비결을 밝힌 바 있다.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김한규
그것은 끝없는 내 안의 담금질
꽃은 질 때가 더 아름답다는 순종의 미처럼
곧 떨어질 듯 아름다운 자태를 놓지 않는 노을은
구름에 몸을 살짝 숨겼을 때 더 아름다워
비 내리는 날에도 한 번도 구름을 탓하는 법이 없다
우아하게 나이 든다는 것
그것은 끝없이 내 안의 샘물을 길어 올려
우리들의 갈라진 손 마디에 수분이 되어주는 일
빈 두레박은 소리 나지 않게 내려 내 안의 꿈틀거리는 불씨를
조용히 피워내는 불쏘시개가 되는 일.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욕망의 가지를 피를 토하는 아픔으로 잘라내는 일
혈관의 동파에도 안으로 조용히 수습하여
갈라진 우리들의 마른 강물에 봄 비가 되어주는 일.
살다가 문득 홀로 거닐다 바라본 높은 하늘이 너무 청아해
누군가에게 꼭 하늘을 마주 바라보자는 그 말을 전하고 싶어
문자를 보내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너 혹은 나의 처진 어깨를 펴 주고
가끔은 나를 버려 우리를 사랑하는 일이다
추하지 않게 주름을 보태어 가는 일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낸 날들이 다만 슬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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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 수록 버려야 하고, 채워야 하는 것들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책이 유영만 교수의 인생 반전을 일으키는 절반의 철학이 담긴 <<<2분의 1>>이다. 인생 후반전 출발선에 선 사람들에게 반전을 일으켜줄 "절반의 철학"이라고 한다. 그는 먼저 행복감을 주지 못하는 일, 의미와 가치를 주지 않는 일, 마지못해 해왔던 일을 절반(1/2)으로 줄이라고 한다. 그러면 두 배(2)로 늘려야 할 것들이 보이고 이렇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1)한 나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수식 화하면 '1/2(절반) x 2(두 배) = 1(유일한 나)'이다. 흥미로운 공식이다. 저자 스스로가 용접공에서 교수가 되고, 책 100여 권을 쓰며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 수많은 채널과 매체에서 강연을 하고, 나이 오십을 앞두고 사막 마라톤에 도전할 만큼 끊임없는 자기 계발로 멋지게 나이 듦을 증명 중이다. 이 책은 이러한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인생 설계 처방전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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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마지못해서 하던 일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를 살아 있게 만들어주는 일을 두 배로 늘리자는 거다. 이것을 "절반의 철학"이라 표현하면서, 그 철학이 필요한 이유를 4 가지 들었다. "절반의 철학"은 인생 후반전에 나침반이 가리키는 진북을 향해 목적의식과 소명을 갖고 진군하는 과정을 지원한다는 거다. "절반의 철학"은 '줄임'이 '쓰임'을 결정한다는 삶의 철학을 구체적인 실천 덕목이라는 거다.
▪ 인생 후반전이 일생 반전이다. 모든 끝(end)에서 또 다른 시작이 이어진다(and). 재미난 표현이다. 'End'와 'end' 사이에 언제나 'and'가 살아간다. 끝과 끝 사이에 그 끝을 이어주는 접속사 '그리고(and)'에는 언제나 인생 반전을 꿈꾸는 '절치부심(切齒腐心, 몹시 분하여 이를 갈며 속을 썩임)'이 살아간다. 인생의 중반을 넘어섰어도 만반의 준비로 반전을 시도하면 인생 후반전이나 종반전에도 얼마든지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 반전을 꿈꾸려면 우선 몸집을 가볍게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 절반 속에 나침반이 살아간다. 절반을 줄이면 어디로 가야 할지 인생의 나침반이 보이고, 두 배로 늘리면 무엇을 숭배하며 살아야 할지 인생의 보배가 보인다. 절반에게는 시계보다 나침반이 더 필요하다. 시간을 보면서 앞만 보고 달리던 시계 중심의 인생은 절반으로 줄이자는 거다. 절반 속에 살아가는 나침반을 찾기 위해서는 그동안 마지못해 늘 해오던 습관의 관습의 틀을 벗어 던지고 나에게 의미와 가치를 주지 않거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모든 일들은 과감하게 끊어버려야 한다. 끊기 없는 끈기는 삶의 위기를 불러오다.
우리는 주어진 직무에 무조건 성실하게 따르기 보다는 자신의 나침반을 가지고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을 고통스러워도 따라야 '위대한 개인'이 된다. 그런데 사회는 우리에게 그런 '위대한 개인'보다 '유능한 개인'이 되기를 원한다. 지식인이란 "지남철의 여윈 바늘 끝처럼 불안하게 전율하고 있어야 하는 존재"(신영복)이다. 떨림이 없이 어느 한 쪽에 고정되면 나침반이 아니다. 오늘의 지식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콘크리트처럼 굳어진 신념과 그 신념을 펼치기 위한 자리 구하기가 아니라, 사회를 위해 고민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떨림'이어야 할 것이다. ‘나침반의 바늘이 흔들리는 한, 그 나침반은 틀리는 일이 없다’라는 아라비아의 경구가 있단다.
▪ 분에 넘치면 본분을 다할 수 없다. 난 '수분자안(守分自安)'을 내 만트라 삼고 있다. 혼자서도 안정적으로 잘 지내자는 거다. 관계에 얽매이거나 매달리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줄 알고, 나만의 행복을 느끼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남 눈치 안 보고, 시선 의식 안 하면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다른 누구에게 기대서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이 가진 그 자체의 빛을 뿜어낸다. 어쨌든 매우 매력적인 사람은 혼자서도 안정적으로 잘 지내는 사람이다.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할까? 결혼을 했든 혼자이든, 성공을 든 실패를 했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괴로움 없이 마음 편하게 사는 거다. 수분자안(守分自安)이다. 나의 '만트라'인 이건 '자신의 분수를 지키면서, 편안히 지낸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삶의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여긴다.
절반으로 줄여야, 하고 있는 일의 가치가 갑절 늘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는 일의 의미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면서 삶의 활력소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절반의 철학은 본분을 다하기 위해 절반으로 줄일 것을 선정한 다음, 나머지 인생을 만끽함으로써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일은 두 배로 늘리는 거다.
▪ 줄임의 크기가 쓰임의 크기를 결정한다. 나의 쓰임을 알아내려면 하던 일을 절반으로 줄이고 안 하던 일을 두 배로 늘려봐야 한다. 몸이 개입되는 체험적 경험을 거치지 않고 서는 내 인생의 의미를 알려주는 신체적 각성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식보다 체험이 중요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절반으로 줄이기만 해도 내 삶의 다은 쓰임새가 전혀 다른 곳에 있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마지못해 늘 해오던 습관과 관습을 벗어 던지고, 나에게 의미와 가치를 주지 않거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모든 일들은 과감하게 끊어버려야 한다. 그러면 두 배 늘려야 할 것들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틈나는 대로, "줄여야 할 습관과 두 배로 늘려야 할 습관"들을 이 책을 읽어가며 공유할 생각이다. 그 중 몇 개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일상에서 충분히 적용 가능한 제안이다.
▪ '빠듯하게 일정을 관리하기보다 뿌듯한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나를 위한 시간 관리를 해라.
▪ 지시하고 명령하는 말보다, 넌지시 배려하고 지지하는 말을 많이 하라.
▪ 갖고 싶은 물건을 갖는 것보다, 나에게 지적 자산과 추억을 선물하는 경험 프로젝트에 더 돈을 써라 등의 노하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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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에 인생의 전반전은 비록 남을 위해 살아왔지만, 후반전만이라도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자고 말한다. 임제 선사가 말한 '수처작주 입처개진(數處作主 入處皆眞')이 소환된다.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서있는 그 곳이 진리의 세계"라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은 곧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주인이 되지 못할 자리에는 안 가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의미가 있다. '네 삶의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가기 싫은 데는 안 가는 거다. 네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누가 나를 구제해 주길, 위로해 주길, 이끌어 주길 바라지 마라. 그대는 이미 스스로 일어날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허허당) 그러니 '수처작주'를 실천하면, 우리는 모두 삶의 주인공이 되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철학에다, '낡은 몸과 마음 그대로의 나'를 머물지 않고, '건너가기'를 하자는 거다. 나이는 "나 이제부터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라 한다. 진정한 담당자는 주어진 인생을 감당하는 사람이다. 문제 없는 인생이 문제라고 하지만 가만히 생각만 하고 있다고 다가오는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리 만무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인 인문 정신이다. 인문 정신은 확실성을 내려놓고 불확실성에서 사유를 시작하는 것이다. 끊임 없는 불안감을 끌어 안고 살아야 하는 수고가 있다 할지라도, 고정된 정답보다 새로운 질문 묻기를 하는 것이다. 상투성에 저항하고 자명성에 물음표를 붙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이 "지식견해(한근태)", 즉 '지(知)·식(識)·견(見)·해(解)'의 단계를 주장한다.
▪ 지(知) 단계: 아는 것이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표현할 수 없다면 진정으로 아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식(識) 단계: 여기서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이다. 글쓰기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시킬 수 없다. 글은 아무나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아는 것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 머릿속에서 대강 정리가 된 생각은 글을 쓰면서 개념이 점차 확실해 진다.
▪ 견(見) 단계: 볼 견이지만, 의견(意見)의 견이다. 자신의 의견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의견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배움의 결과로 얻어지는 식견(識見)이라는 말도 있다. 지식이 있어야 견해가 생긴다. 지식이 없는 의견은 자기 만의 의견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은 자기 의견이 있어야 독립적이고 주체적이 된다.
▪ 해(解)의 단계: 문제를 푼다는 말이다. 성숙의 가장 큰 성과는 문제 해결 능력의 향상이다. 배우고 공부하면 복잡한 문제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세상의 어떤 문제라도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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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하지만 불행하지 않다"는 말을 다시 새겨본다. 미야노 마키코와 이소노 마호의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이라는 책 속의 구절이다. 불운했지만 불운한 사건을 감당한 사람의 해석 결과에 따라 불행할 수도 있고 불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미래를 앞당겨 예측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미래를 점을 봐서 알아내려고 하기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축적한 직간접적인 모든 경험의 점을 연결해서 생긴 선을 그리다 보면, 내 삶의 면모가 드러난다. 시간의 깊이와 넓이의 점이 희로애락을 겪으며 저마다의 인생 곡선을 만들고, 파란만장한 곡선의 여정이 결국 한 사람의 면모를 만들어 간다. 후반전의 삶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고, 미지의 세계로 몸을 던져 어제와 다른 우연이라는 선물을 만나는 여행이다. 어떤 우연이 나와 마주칠지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어야 어제와 다른 앎이 생긴다는 점이다. "믿어야 앎이 생긴다"(마이클 폴라니). 다리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어야 다리를 건너는 행동이 따르는 것이다. 절반으로 줄이고 두배로 늘리는 그 생각과 행동 사이에서 이제껏 만나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나를 탄생시키는 아름다운 순간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래 오늘도 <인문 일지>을 쓰는 것이다.
다른 글들은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