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우리의 시간을 끊임없이 빼앗는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9월 7일)
지금은 유튜브가 대세이다. 그러니까 문자보다 영상이 대세이고, 이미지와 보기 그리고 듣기가 함께 이루어진다. 그래 보고 들을 때는 고개가 끄덕여지며 이해가 되지만, 문제는 바로 다 잊어 먹는다. 그게 문제이다. 머리에 기억은 안 되고, 이미지로 느낌만 남는다. 원래 우리의 뇌는 기억과 기억의 관계만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래 다시 들은 내용을 이야기를 하려면, 잘 못한다. 그래 어제 온 손가락이 아프 도록 박문호 박사의 유튜브 강의,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를 4편까지 받아 쓰면서 듣고 있다. 그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던 몇 가지 사실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내일 있는 한밭대 <인문학 특강>에서 학생들과 그 내용을 인문학적으로 풀어 들려줄 생각이다.
유튜브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었다. 집 안에서 여러 번 반복하며, 그것도 공짜로 듣는다는 것은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과 컴퓨터라는 것이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쉽게 원하는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게 한다. 다시 한 번 수잔 보이치키(Susan Wojcicki)에 경의를 표한다. 그녀는 하버드에서 문화와 역사를 전공한 문과 출신의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1998년 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스탠퍼드대 인근에 새집을 장만했는데 대출 이자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창고를 세놓았다. 이 창고를 임대한 사람들이 바로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었다.
수잔 보이치키는 구글의 천재들이 일 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러면서 투자라 생각하고 매달 1700달러의 임대료를 받지 않았다. 구글 창업 후 그녀는 구글의 정식 직원(16번째)으로 입사한다. 입사 후 수잔 보이치키는 자신의 매력을 떠벌리지 않았다. 품 넓게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소리 없이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사람들은 그녀를 '구글의 엄마'라고 부르면서 따랐다. 구글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검색해서 누구나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부문에서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SNS에서는 특별한 강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페이스북에 맞서기 위해 자체적인 SNS 플랫폼을 개발했지만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유튜브(YouTube)를 인수하는 것이었지만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자존심 때문에 유튜브 인수를 망설였다. 이 때 그들을 조용히 설득한 사람이 수잔 보이치키였다. 수잔 보이치키는 자신의 매력을 감추는 엄마 리더십으로 유튜브 신화를 창조했다.
문제는 절제하여 필요한 것만 듣고 시간을 아끼는 거다. 카지노의 유산을 물려받은 게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게임이다. 30분만 보겠다고 결심하지만 2~3시간을 넘기는 게 예사인 유튜브와, 밤을 새우게 만드는 온라인 게임은 카지노와 비슷하다. 잭팟이 불규칙하게 터지는 것처럼, 누군가의 ‘좋아요’와 ‘구독’, ‘게임 아이템’ 획득 역시 패턴이 없다. 예측 불가능은 중독의 가장 큰 촉매제다.
카지노에는 ‘시계와 창문’이 없다. 시간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당한 사람들은 계획보다 오래 머물며 더 많은 돈을 잃는다. 시계, 창문, 공짜 음료, 이것은 중독의 메커니즘이다. 짐바르도의 책 <<나는 왜 시간에 쫓기는가>>에는 많은 카지노에서 음료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를 음료에 든 알코올 성분이 우리를 더 현재 지향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알코올로 인해 증폭된 현재 지향성이 큰돈을 덥석 걸게 할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 무료 음료를 받으면 어쩐지 그곳에 더 머물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카지노는 우리의 시간 관념을 왜곡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도입했던 것이다.
최근 플랫폼은 경쟁적으로 ‘추천 알고리즘’과 ‘자동 재생’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게 한 편만 보겠다는 애초의 결심은 무너진다. 돈 쓰는 법만큼 절약하는 법에도 능통한 현대인은 어째서 시간의 희소성에 대해선 둔감할까? 시간은 돈처럼 낭비되는 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다. 소설가 백영옥의 주장이다. 그녀의 말을 더 직접 들어 본다. "하지만 투자의 대가들은 왜 유독 ‘장기 투자’를 선호할까? 이때 '부자가 되는 데 중요한 것은 시간이지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한 조너선 버튼의 조언은 기억할 만하다. 누군가 우리의 시간을 끊임없이 빼앗는다. 우리의 체류 흔적, 즉 데이터가 21세기의 석유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데이터 전쟁 중이고, 그 핵심에 ‘시간’이 있다. 회사원 시절, 하 릴없이 보낸 일요일 오후에 우울감이 몰려오곤 했다. 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결과는 평등하지 않다.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에 대한 보복이다'라고 나폴레옹이 말하지 않았던가?" (백영옥 소설가)
그렇지만, 절제하며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은 현명한 시간 사용이라고 본다. 특히 듣고 싶은 음악을 실컷 듣게 하는 유튜브에 나는 감사해 한다. 다행히 태풍이 비교적 조용히 물러가고, 오늘은 가을이 완연하다. 아침 맨발 걷기에는 발이 좀 시렸다. 다행스러운 것은 오늘 아침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와인 색에 가까운 비둘기도 내 앞에서 맨발로 함께 걸었다. 내가 걷는 운동장의 나뭇잎들이 "날마다/짧아지는 해 따라/바삭바삭 하루가 말라간다."
9월/ 목필균
태풍이 쓸고 간 산야에
무너지게 신열이 오른다
모래알로 씹히는 바람을 맞으며
쓴 알약 같은 햇살을 삼킨다
그래, 이래야 계절이 바뀌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한 계절이 가는데
온몸 열꽃 피는 몸살기가 없을까
날마다
짧아지는 해 따라
바삭바삭 하루가 말라간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사진하나_시하나 #목필균 #배움 #유튜브 #플랫폼 #중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