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는 무언가 알려 주려는 사람에게 호감이 간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9. 4. 16:22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9월 4일)

아침에 다시 엄지혜의 <<태도의 말들>>을 손에 쥐었다. 늘 <사소한 것이 중요하다>는 그 책의 부제 때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다음 주부터 시작될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무겁다. 게다 '강력한' 태풍이 온 다니, 마음이 심란하다. 그럴수록 일상의 사소한 것에 중요성을 두고, 중심을 잃지 않고, 균형 잡힌 일상을 살려고 애쓴다. 그 길은 검소한 생활을 하는 거다. 인간의 욕심에는 원심력 속성이 있고, 인간으로서 근본에는 중력의 속성이 있다. 원심력을 타고 자신의 근본을 이탈하려는 욕망을 중심 쪽으로 끌어내리려고 절제하는 태도가 바로 검소함이다. 절제를 통해서만 인간은 균형을 갖춘 존재가 되는데, 이 균형의 유지라는 것이 인간 품격의 높이를 보여준다.

엄지혜의 책이 도움을 준다. 닥치는 대로 아무 페이지나 펼친다. 오늘은 작가 강원국의 말이 잡혔다. "우리는 무언가 알려 주려는 사람에게 호감이 간다. "저 사람이 나을 대접해 주는구나" 이런 마음이 들 때 행복하게 일한다." 주변 사람들과 여러 가지를 공유하는 거다.  그 공유는 일종의 배려이다. 상대가 알고 있으려니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이외로 모른다. 말하지 않으면. 엄지혜는 "칭찬 전달하기"가 취미라 했다. 그거 좋은 일이다. A가 B를 칭찬하면 꼭 B에게 전하는 거다. 그 다음 만난 것은 김용택 시인의 글이다. "세상을 자세히 보다 보면 할 말이 많아진 단다. 자기 삶이 자세히 보이게 된다. 그 일상을 구체적으로 쓰면 글이야. 그리면 그림이지." 나는 아침마다 쓰는 <인문 일지>에 그 전 날 찍은 사진을 첨부한다. 그 사진을 찍기 위해, 나는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그러면서 평소 모르고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힘이 많이 생겼다. 세상에 더 넓게 내 눈에 들어 온다. 나 만의 감성이 가득 밴 내 사진첩을 다시 보는 일은 즐겁다. 치근에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해 사진 찍기에 더 전념하고 있다.

언론은 '강한' 태풍이 온다고 호들갑인데, 오늘 아침은 고요하다. 말 그대로 폭풍 전야인가? 온다는 태풍 이름이 언뜻 보면 '한남동'으로 보여 친숙한 듯한데, 잘 보면, '힌남노(Hinnamnor)'로 발음이 잘 안 된다. 2% 부족한 한글 같다. '힌남노'는 라오스에서 제출한 것으로 '돌가시나무 새싹'을 뜻한다고 한다. 2000 이후 태풍의 영향 반경에 위치한 14개 지역으로 이뤄진 태풍위원회에서 이름을 결정한다. 14 개국을 나열해 본다. 캄보디아, 중국, 북한, 홍콩, 일본, 라오스, 마카오, 말레이시아, 미크로네시아 연방, 필리핀, 대학민국, 태국, 미국, 베트남이다. 각 회원국에서 10개씩 제출한 140개 이름을 토대로 목록을 만들고, 태풍이 발생한 순서대로 일본 기상청이 이 목록을 참고해 번호와 이름을 붙인다. 흥미로운 것은 매년 초 태풍위원회에서는 부적합한 이름을 목록에서 빼는 일도 한다. 태풍이 큰 피해를 끼친 경우 앞으로 유사한 피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일부 이름을 버린다. 우리 나라에 최악의 피해를 안겼던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는 퇴출 당해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2005년 일본을 강타한 '나비'(우리나라가 제출)도 퇴출 당해 '독수리'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었다 한다.

오늘 아침 사진은 내가 나를 고독하게 만나는 장소이다. 뇌는 '살던 대로 살 거야'하며 관성의 법칙에 지배를 받는다. 습관이라는 것은 뇌가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덜 쓰기 위해 만들어 놓은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학습해서 습관을 만드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뇌의 효율성 관점에서 보면 변화라는 것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닌 것이다. 아트 마크먼(Art Markman) 의 <<스마트 체인지>>(한국경제신문)에 의하면, 저자는 늘 하던 대로 하려는 뇌를 변화 시켜서 우리의 습관을 새롭게 만들려면 뇌의 '고'와 '스톱' 시스템을 이해하야 한다고 했다.

'고(go)' 시스템은 행동으로 이끄는 능력으로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회백질 부위를 많이 활용한다. '스톱(stop)' 시스템은 전두뇌엽에 있는 많은 영역을 활용하고, 실제로 실천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 때 그 행동을 멈추게 하는 역할을 한다. '고' 시스템은 의식 없이도 자연스럽게 어떤 상황에 하게 되는 습관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다. '스톱' 시스템은 이보다 훨씬 의지적 노력과 에너지가 든다.

다음과 같이 뇌의 시스템을 잘 이용하면, 우리는 나쁜 습관을 바꿀 수 있다.
(1) 최적화된 목표를 세운다. '살을 빼야 지'보다는 '10kg을 줄인다'고 생각하는 방식이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건강한 생활을 한다'로 결과 목표가 아닌 과정목표를 만드는 것이 낫고, 더 나은 것은 새로운 조리법을 익히고, 생활 속의 운동을 늘리는 실천방법을 찾도록 유도한다. 결과목표가 아닌 과정목표의 장점은 삶의 일부로 행동 변화를 가져와서 장기적으로 별 노력 없이도 실천할 바람직한 습관을 만든다는 것이다.
(2) '고'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왜 하지?'라는 것에 답을 주는 실행의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또 실천을 구체화해서 '맨발 걷기를 매일 한다'가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면 오전 6시부터 7시까지 1시간 걷는다'로 구체화한다.
(3) '스톱' 시스템을 이용해서 유혹에 거리를 최대한 둘 방법들을 찾고, 삶의 가치관 안에서 지켜야 할 가치를 통해 스톱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한다. 동물보호, 환경보호라는 가치관이 있다면 이것이 음식을 먹는 습관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의지력은 쓸수록 강해지는 근육 같은 것이고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라고 보는 마음의 관점을 갖는다.
(4) 주변의 환경을 잘 관리한다.
(5)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들을 이용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을 한다.

이런 방법을 잘 이용하면, 삶의 여러가지 관성적 나쁜 습관을 줄이고, 좋은 습관이 늘어나는 삶의 변화를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일상에 적용 가능한 생각들이다. 인간은 그가 자주 하는 '그 것'이다. 기원전 6세기 에베소 철학자 헤라클리토스(Heraclitus)는 한 사람의 운명이나 천재성은, 그 사람의 습관이라고 말했다. 식사와 잠 같은 생존을 위한 습관들을 제외하고, 자신의 삶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용한 습관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감을 일시적으로 자극하는 쾌락자극은 종종 자신을 해치는 중독으로 이어져 온전한 삶을 유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괴물이 되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현대인들은 하루에 평균 3시간 휴대폰을 쳐다본다. 그 시간의 양은 인생의 1/8, 즉 평균수명을 80년으로 잡는다면 10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휴대폰을 보면서 인생을 허비한다. 반면, 내일의 나를 만들기 위한 행동들이 있다. 만일 내가 그 행동들을 구별된 장소와 시간을 통해 반복하고 나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그것들은 습관이 돼 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구별된 습관은 내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원칙(原則)이다.

오늘도 맨발 걷기를 할 생각이다. 걸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종교 의식에 빠졌을 때와 닮았다. 걸음 속에 자성(自省)과 위무(慰撫)가 있다. 그래서 걷는 일을 일상의 종교라고 말하는 시인의 생각에 나는 동의한다. 오후에는, 번잡함에 휩쓸리다 가도 "이래서는 안 되지"하며 돌아설 수 있게 되는 것도 걸을 때이다. 더 고독해질 일이다. 내가 살 길은 거기에 있다.

내 일상의 종교/이재무

나이가 들면서 무서운 적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핸드폰에 기록된 여자들
전화번호를 지워버린 일이다
술이 과하면 전화하는 못된 버릇 때문에 얼마나 나는 나를
함부로 드러냈던가 하루에 두 시간 한강변 걷는 것을 생활의 지표로
삼은 것도 건강 때문만은 아니다 한 시대 내 인생의 나침반이었던
위대한 스승께서 사소하고 하찮은 외로움 때문에
자신이 아프게 걸어온 생을 스스로 부정한 것을 목도한 이후
나는 걷는 일에 더욱 열중하였다 외로움은 만인의 병 한가로우면
타락을 꿈꾸는 정신 발광하는 짐승을 몸 안에 가둬
순치시키기 위해 나는 오늘도 한강에 나가 걷는 일에 몰두한다
내 일상의 종교는 걷는 일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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