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내린다.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9월 3일)
37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며 마음이 아픈 사람 3만명 이상을 치료해 온 채정호 교수(서울성모병원)는 저서 <<진정한 행복의 7가지 조건>>에서 행복을 '우연히 일어나는(幸) 좋은 일(福)'로 여기는 우리의 잘못된 선입견을 지적한다. 그리고 실제로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행복,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행복의 원칙들을 소개했다. 이를 우리 삶 속에서 하나 씩 구현하다 보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행복한 삶, 잘 사는 삶에 가까이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어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오늘 더 이어간다.
채 교수에 의하면,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확연히 드러나는 특성 중 하나는 '지혜롭지 못하고 스트레스 상황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혜를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능력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는 풀기 어려운 난제가 곳곳에 숨어 있게 마련이다. 누구든 문제에 대한 관점을 바꾸거나 심리적 거리를 두는 인지 훈련, 공감과 겸손, 평온함을 익히는 마음 챙김 명상 등의 적절한 훈련과 노력을 통해 지혜를 계발할 수 있다. 독서나 삶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지혜를 터득하고 배우기도 한다.
살면서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내린다. 피곤한데 더 잘까 말까? 저기 오는 버스를 뛰어가서 탈까 말까를 선택하고, 여름 휴가를 바다로 갈지 산으로 갈지 선택한다. 매일 점심 메뉴도 골라야 하고, 오랜 연인과 이별할지 말지도 고민해야 한다. 어떤 직업을 가질지, 누구를 배우자로 맞이할 지와 같은 비교적 중대한 삶의 문제들도 역시 각자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에릭슨이나 발테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삶의 매 단계에서 해야 할 선택들은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모든 선택의 순간에 지혜가 필요하다.
만일 지혜가 없다면 외부 상황에 떠밀려 자기 다운 삶에 역행 하는 판단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다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 시키는 결과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혜는 우리가 현명한 선택을 함으로써 더 좋은 삶으로 나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그러므로 지혜는 위대한 사상가나 현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홧김에, 감정적으로 지혜로운 선택을 하지 못한다. 자신이 지혜로운 사람이 아닐지라도, 지혜를 공부하기 시작하면 확실히 전보다 더 지혜로워진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혜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전보다 더 지혜로워져 간다는 걸 느낀다. 지혜는 인간만이 취할 수 있는 최적의 행동 형태다.
나의 경우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들을 얻게 되면, 일지에 적어 두고, 자주 읽으며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마다 참고를 한다. 예를 들면, <한살이 삶의 지혜>라는 파일을 운영한다. 이 파일에서 만난 시이다.
길 잃은 날의 지혜/박노해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가십시오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주십시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흙과 뿌리를 보살펴 주십시오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작은 일은 작은 옮음 작은 차이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시십시오
작은 것 속에서 이미 큰 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
현실 속에 생활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세상을 앞서 사는 희망이 되십시오
끝으로, 채정호 교수에 의하면, 부정적 행동 습관을 바꿈으로써 부정적 정서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본다. 부정적 행동 습관을 바꾸려면 우선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몸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외모와 몸매에만 집착할 뿐 내가 내 몸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거다. 몸의 구조와 감정이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내 몸을 건강하게 잘 쓰는 법을 익히는 것, 즉 몸의 안정 없이는 마음의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럴 때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은 '신체 도식(body scheme)'이다. '신체 도식'은 쉽게 말해 '내가 내 몸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몸의 움직임 방향에 대한 분별도 신체 도식의 일부다. 신체 도식이 잘 안 되면 일상생활도 불편해질 수 있다. 일상의 모든 움직임이 신체 도식을 전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옷을 입으려면 팔과 다리를 위아래로 움직여야 하고, 식탁 위의 불고기를 먹으려면 팔을 앞으로 뻗어서 젓가락 쥔 손을 움직여야 한다. 문을 밀어서 열 때도 팔에만 힘이 들어가는 것 같지만 사실 다리에도 힘이 들어간다. 이렇듯 언뜻 간단해 보이는 움직임에도 신체 도식이 필요하다.
운동처럼 복잡한 활동을 할 때는 더더욱 신체 도식이 중요하다. 가령 공을 찰 때 동원되는 근육, 관절, 피부, 신경 조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정확하게 공을 차려면 이러한 신체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움직여야 한다. 움직임에 동원되는 신체 부분에 대한 체계적 관련성을 이해하고 이를 잘 통제할 수 있어야 건강한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움직이고 있으며, '고유 수용 감각'이라고 하는 내부 신체 감각을 인지하는 능력이 있다. 자신의 신체적 움직임을 내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은 인간만이 지닌 능력이다. 우울 감이 들면 어김없이 자세가 구부정해 진다. 자세를 바르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몸에 활기가 돌고 에너지가 생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삶에서 빛을 잃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세만 바로잡아도 우울이나 불안감이 상당 부분 좋아지는데, 감정 자체 와만 싸울 뿐 몸을 움직여볼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정서적으로 위축되면 자세도 위축되고 마음도 위축된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슴을 펴고 여는 작은 동작이 우울이나 불안 등 우리를 괴롭히는 감정에서 벗어나는 작은 돌파구가 되어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이란 책에서 텃 번째 규칙이 '"어깨와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똑바로 앉고, 서거나 걷는다."이다. 그 12가지 규칙들을 나열해본다.
▪ 어깨와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똑바로 앉고, 서거나 걷는다.
▪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한다.
▪ 나 자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난다.
▪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자신하고 만 비교한다.
▪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않는다.
▪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한다.
▪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택한다.
▪ 언제나 진실을 말한다.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자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의견 개진을 할 때는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한다.
▪ 아이들이 스케이트보트를 탈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둔다.
▪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준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의미한다.
▪ 두 눈을 크게 뜨고 삶의 엄중한 책임을 다하겠다.
▪ 혼돈을 질서로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낭만이 끝났음을 인정하겠다.
▪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
▪ 방주를 지어 홍수로부터 세상 사람들을 지키고, 폭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이끌고 사막을 건너겠다. 안락하고 편안한 집을 떠나겠다는 뜻이고, 과부와 어린아이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예언을 전하겠다.
▪ 옳은 것과 편한 것이 충동하는 지점에서 십자가를 짊어지겠다.
▪ 폭압적이고 엄격해서 죽은 것과 다름 없는 질서를 원래의 출발점인 혼돈으로 되돌리고, 그 결과로 닥치는 불확실함을 견뎌 냄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의미 있고 더 생산적이고 더 좋은 질서를 만들겠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자세부터 반듯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면 세로토닌이 신경회로를 타고 충분히 흐를 것이고 그러면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유능한 실력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최소한 그 반대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 덕분에 불안감이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그 결과 우리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고, 실제로 좋은 일이 생기면 자신감도 커진다.
▪ 구부정하고 웅크린 자세를 당장 버려라.
▪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라.
▪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런 권리를 가진 사람처럼 당당하게 요구하라.
▪ 허리를 쭉 펴고 정면을 보고 걸어라.
▪ 좀 건방지고 위험한 인물로 보여도 괜찮다.
그러면 자신감과 용기를 찾은 우리는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좁고 험한 길이라고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짊어지면서도 그 속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삶의 지혜이자, 규칙이다. 어깨와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똑바로 앉고, 서거나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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