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좋고 나쁨은 항상 지도자의 '처심(處心)'과 '작법(作法)'에 있다.
2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9월 2일)
어제는 오랜 만에 노자 함께 읽기를 했다. 무더웠던 여름에는 함께 읽기를 하지 안 했다. 어제 읽은 부분은 제64장과 제65장이다.
제64장의 메시지는 세상의 변화와 목표의 달성은 결국 처음처럼 작은 정성이 지속될 때 얻는 결과라는 거다. 편안(安)하고, 일이 발생하기 전(未兆)에, 취약(脆)할 때, 작을 때(微)가 일을 처리하고 해결하기 좋은 때라는 거다. 그리고 욕망을 내려놓고,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서 세상 만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할 때 비로소 세상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제65장의 메시지는 세상은 지식이 권력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니 지식으로부터의 자유를 권한다. 그리고 현덕을 말한다. 지식이 아닌 마음으로, 이론이 아닌 덕(德)으로 백성을 대하고, 교화가 아닌 감화로 백성을 이끄는 사람을 "현덕의 지도자"라 한다. 여기서 두 번째 키워드가 나온다. "여물반의(與物反矣, 만물과 더불어 근원으로 돌아간다)"라는 것이다. 이 말은 '세상은 반대로 진행된다'는 거다.
정치의 좋고 나쁨은 항상 지도자의 '처심(處心)'과 '작법(作法)'에 있다. 정치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일에도 적용된다. 여기서 '처심'은 의도라고 본다. 인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작법'의 다른 말은 문법이 아닐까? "현덕"의 문법이어야 한다는 거다. 이를 "계식"이라 했다. 이를 테면, 머리를 쓰지 않고 다가갔는데, 상대가 오히려 더 감동하고, 의도가 없이 행했는데 오히려 더 목표에 다가갈 때, 우리는 세상이 거꾸로 움직인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식(智)과 의도(爲 )는 원하는 방향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예컨대, 오늘 오는 손님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식당 주인의 생각, 맛있는 것을 먹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돈을 버는 방법이다. '이런 거꾸로(反)로 원칙'이 "계식"이다. 이 안에 들어 있는 것은 통나무의 가능성과 허와 어리석음과 포용 성이다.
이는 포용(包容)의 근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장기적인 안목과 긴 시간을 견디는 힘이 있어야 하고, 비웃거나 현실 물정 모른다는 비난과 조소를 견디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런 "현덕"의 힘을 통해 도달하는 세상이 "대순(大順)"의 세상이 된다. 지식이 아닌 현덕의 통치(不以智治國, 불이지치국) → 나라의 행복(國之福, 국지복) → 평화의 세상(大順, 대순). "현덕"을 따르면, 결국 우주 자연의 대 원리와 합치하여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는 박성민의 정치 컨설턴트의 주장을 다시 소환한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실제로 정치는 아무나 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도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는 사람들이 정치는 아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게 문제이다. 정치는 우리의 삶에 대단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정치는 우리들에게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해준다. 신체를 구속할 수도 있으며, 돈도 걷어가며, 군대로 데려가기도 한다. 정치는 우리들의 '정신 세계'도 지배한다. 정치에 아무리 냉소적일지라도 정치는 우리들의 삶으로부터 단 1cm도 떨어지지 않는다. 원하지 않더라도 정치는 우리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며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는 사회에 대한 철학, 의지, 전문성이 없으면 해서는 안된다. 정치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의 영역이다.
그래도 세월은 흘러 9월이 왔다. 9월이 오면 나는 오늘 공유하는 안도현 시인의 시를 다시 읽는다.
9월이 오면/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좀 더 길지만, 원문을 읽으시려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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