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여행하면 대한민국처럼 현수막이 많은 곳을 찾기 어렵다.
2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8월 30일)
지금 우리 사회는 두 세대 간의 갈등이 있다. 이런 식이다.
▪ 야근이 당연하던 시절의 세대가 보기에, MZ 세대는 권리만 있고 의무는 잊은 세대라는 거다. 예컨대, 긴급 상황에도 ‘칼퇴’를 외치고 정당한 업무 지시에도 ‘꼰대’ 딱지를 붙인다며 억울해 한다.
▪ 반대로, MZ 세대가 보기에, 경제 성장기에 태어나 자산을 독차지한 위 세대는 탐욕의 화신에 자기 무능력을 종종 팀원에게 떠 미는 ‘월급 루팡’이라는 거다. 집에 돌아왔는데도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거다. 피곤 해하는 것도 피곤하고, 지치는 것도 지친다는 느낌이 극에 달했을 때, 열심히 살지 말자고 권유하거나, 보람보다 야근 수당을 달라고 하라는 거다.
이 갈등은 ‘성실과 불성실’ ‘공정과 탐욕’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미디어와 정치권이 부추기는 면도 크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다르고, 열정과 노동 착취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엔 젊은 꼰대와 나이든 혁신가가 뒤섞여 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동안 성실, 노력 같은 미덕이 구시대적 가치로 추락했고, 노력하지 말고 딱 받은 만큼만 일하자는 물결이 밀려왔다. 워라밸은 중요하다. 하지만 균형이 ‘대충’을 의미하진 않는다.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자는 말 속의 자기기만 역시 깨달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가 왜 새해 지키지도 못할 결심을 하고 계획을 세우겠는가?
세계를 여행하면 대한민국처럼 현수막이 많은 곳을 찾기 어렵다. 각자 알려야 할 게 너무 많은 탓이다. 좋게 보면 활력이고, 나쁘게 보면 억울한 갈등이 많은 나라다.
‘갈등’은 칡을 뜻하는 ‘갈(葛)’과 등나무를 뜻하는 ‘등(藤)’ 덩굴이 엉망으로 뒤엉킨 상태를 말한다. 갈등이 쾌도난마로 단칼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자연계에는 많은 넝쿨 식물들이 있는데 그 습성이 뚜렷하다. 칡, 나팔꽃, 메꽃, 박주가리, 새삼, 마 등은 우측으로 도는 우파(右派)이고, 등나무나 인동초, 환삼덩굴은 좌측으로 도는 좌파(左派)이지만 더덕처럼 중도(中道 양손잡이)도 있다. 이렇듯 넝쿨식물은 종류마다 정해진 방향으로 칭칭 처매니 방향을 일부러 바꿔 놓아도 다시 원래 제 방향대로 자리를 잡는다.
얽혀진 칡과 등나무도 정해진 방향으로 돌다 보니 서로 짓누르게 된다. 그래서 두 식물은 자연 상태에서는 대부분 함께 있지 않고 한자리에 있더라도 서로 죽이지 않고 각자 제 몫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싸우되 척(慼) 지지 아니하고 다투되 서로 공존하는 지혜가 칡넝쿨과 등나무에는 있다. 부부도 칡넝쿨과 등나무처럼 서로 얽히고 설키며 산다. 그래서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어우르며 합체(合體) 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좌우 갈등이 너무 심하다 못해 척(慼) 지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어려운 시국에 국론을 한 곳으로 모아도 극복하기가 힘든 법인데 오히려 좌우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사회 정의는 사라진 지 오래고 너를 밟아야 내가 산다는 일념으로 부정한 자 부패한 자를 서슴없이 옹호하며 오로지 권력에만 몰두하고 있다. 옛말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이 있다. 정의는 잠시 가려질 수는 있어도 반드시 이긴다는 뜻이다. 어서 빨리 갈등의 고리를 풀어 끊고, 화합, 조화, 협력하며 갈등(葛藤)에서 벗어나 상생(相生) 하는 사랑의 지혜(智慧)를 배워야 한다.
오늘 사진은 빛 좋은 날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며, 나는 정현종 시인의 <비스듬히>를 소환했다. 갈등의 해결책은 사랑이라는 헨리 나우웬의 말을 떠올리자. "관계가 힘들면 사랑을 선택하라!"(헨리 나우웬) 그리고 비스듬히 그 사랑에 기대라!
비스듬히/정현종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좀 더 길지만, 원문을 읽으시려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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