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이젠 '잘살아 보세'식 성장론은 멈추어야 한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8. 23. 18:01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8월 21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생각한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도록 요구한다.  이 전환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며,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나? 법륜 스님은 "관점을 바꿔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몸이 찌뿌둥하다고 누워 있으나, 들판에 나가 일을 하나 몇시간 뒤엔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이젠 관점을 바꿔 볼 생각이다. 아프고 피곤한 몸을 수세적으로 대하기보다는 과감히 일어나 땀 흘림으로써 활력을 되찾는다는 생각으로, 나는 한 가지 관점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 다만 다른 관점도 있다. 그러니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사안을 다르게 볼 수 있다.

코로나도 '이를 어쩌나'라는 당황보다는 관점을 바꾸면 어떤 해답이 나온다. 산에 오르다가, '잘못 올라 왔다'며 '되돌아가자' 하게 되면, 되레 꼴찌가 유리해지기도 한다. 기존 질서에선, 먼저 간 사람이 늘 더 앞서고, 뒤처진 자는 뒤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변화된 질서에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어떤 상황이 와도 무조건 낙담만 할 필요는 없다.

이젠 '잘살아 보세'식 성장론은 멈추어야 한다. 법륜 스님과 정토회 공동체 사람들은 우리 사회 최하층의 소비 수준을 유지하며 나눔을 실천한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의 중간이 아닌, 지구인 가운데 평균 수준의 삶을 유지하는 '자발적 가난'을 선택해 살아간다고 한다. 그래야 빈자와 약자의 눈높이를 맞춘 삶을 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유대인들의 안식제도를 이용해 역자들이 다시 기회를 갖는 제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유대인들의 희년(禧年) 제도(Jubilee) 같은 것을 말한다. 희년은 성경에 나오는 규정으로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50년마다 돌아오는 해를 말한다. 이 해가 되면 유대인들은 유일신 야훼가 가나안 땅에서 나누어 준 자기 가족의 땅으로 돌아가고 땅은 쉬게 한다. 이 때가 되면 노예를 석방하고 매매했던 토지를 원래 주인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이는 단어가 뜻하는 바 그대로, 현재의 가난과 고통이 대를 이어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현재 우리 사회는 가난과 고통의 대물림을 끊어낼 수 없으니 차라리 세대를 잊지 않겠다는 선택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0%대의 출생률로 떨어졌다. 수치이다. 그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빨간 불이다.

법륜 스님은 '욕구단계론'을 말했다. 그는 욕구를 기본적 욕구, 상대적 욕구, 탐욕까지 셋으로 나눈다. "배고프면 먹고, 배움에 목마르면 교육받고, 아프면 치료받는 기본적인 욕구는 정당한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보장받아야 한다. 기본적 욕구조차 충족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상대적인 욕구는 회사에서 벌어들인 총량이 같더라도 내가 남보다 좀 더 갖고 싶은 욕구이니, 이건 갈등을 두려워 말고 지속 가능성을 위해 타협하며 분배하면 된다. 그러나 기본적인 욕구조차 못 채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기 혼자 다 차지하겠다는 탐욕은 개인도 망치고 시화도 망친다. 그러니 개인은 절제해야 하고, 국가는 제도로써 이를 금지해야 한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주장이 기억난다. 에피쿠로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이다.
• 자연스럽고 필요한 욕망으로 인간의 생존을 보장하는 기본적인 욕망으로 먹고, 마시고, 잠자는 것이다.
• 자연스럽지만 불필요한 욕망으로 식탐이나 성적 욕망과 같은 감정들이다. 이런 것들은 소유하면 할수록 더욱 더 갈망하게 만들기 때문에 수련을 통해 절제하고, 제어해야 한다.
• 자연스럽지도 않고 불필요한 것으로 명예와 권력 그리고 재력(財力)이다.
우리는 에피쿠로스를 쾌락주의자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가 주장하는 쾌락은 "육체적인 고통과 마음 속의 걱정거리가 없는 상태"이다. 그에 따르면 고통과 근심의 원인은 자연스럽지 않고 필수적이지 않은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데에서 생긴다. 그러므로 사치를 멀리하고 검소한 식사를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 명예와 권력에 대한 욕구에서 벗어나 걱정거리를 없애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개인적인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주 명리학에서는 인간 욕망의 범주를 '재색명리(財色名利)', 돈과 색 그리고 명예와 돈으로 보고 있다. 거기서 앞에서 말한 '재다신약' 팔자가 나온다. 이런 팔자를 가진 사람이 명을 오래 이어가려면, 책과 공부 그리고 호학지사(好學之士)를 가까이 하라고 한다. 호학(好學)이 자기 몸 약한 부분을 보강해 준다는 것이다. 매주 토요일은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니, 여기서 멈춘다. 오늘 시는 정호승 시인의 것을 만난다.

빈 손의 의미/정호승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 손이어야 한다

내 손에 다른 무엇이 가득 들어 있는 한
남의 손을 잡을 수는 없다

소유의 손은 반드시 상처를 입으나
텅 빈 손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

그동안 내가 빈 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얼마만큼 잡았는지
참으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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