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끌지도 못하면서 떠나지도 않는다(Lead or Leave).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8월 7일)
절실(切實): 어떤 일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이 뼈저리게 강렬한 상태에 있음(우경 홍순형 작) 스믈일곱 전빼 묵지(墨池)회 전시장에서 찍은 거다. 절심함은 간절함과 유사한 뜻이고, 간절히 원하는 상태를 말한다. 간절(懇切)함이란 신체기관 중 가장 무딘 기관인 간이 절절해 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바라고 원하는 상태이겠는가? 모든 것은 간절함의 차이이다. 간절(墾切)이 원하면 무엇이든 얻는다. 간절함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증폭시키는 힘이 있다. 어서 한국 정치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절실하다.
무능(無能)이 죄가 된 '최악'의 미국 대통령(제29대)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 워런 하딩 (Warren Harding, 1865~1923)이다. 김태권 만화가의 글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에 의하면, 1923년 8월2일 하딩이 죽던 날만 해도 민심은 이렇지 않았다 한다. '대통령 답게 생긴' 미남자 하딩이 대통령이 된 지 29개월 만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세상을 떠나자, 하딩의 주검을 실어 나르는 워싱턴행 열차를 보려고 미국 사람 300만명이 몰려나왔다.
문제는 하딩이 죽은 뒤 하딩 정부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거다. 하딩은 작은 도시의 신문사 사주였고 오하이오주의 신참 상원의원이었다.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이변이었다. 어쩌면 그 때문에 대통령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정치에 싫증 난 시민들은 정치 신인에게 무리한 기대를 걸기 마련이니까. 그게 문제였다. 정치에 아무리 냉소적일지라도 정치는 우리들의 삶으로부터 단 1cm도 떨어지지 않는다. 원하지 않더라도 정치는 우리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며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는 사회에 대한 철학, 의지, 전문성이 없으면 해서는 안된다. 정치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의 영역이다. 우리 정치의 불행은 정치가 갖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 그 엄청난 힘을 아마추어들이 다룬다는 사실이다. 선거에 나가 당선되었다고 저절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너무나 위험하고 중요한 일을 다루기 때문에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아무나 정치를 해도 된다고 믿는 유권자들은 기성정치를 혐오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을 '쇼핑'한다는 점이다. 정치 경험이 전에 전혀 없는 어떤 명망가가 나라를 구해줄 것이라고 믿는 '메시아주의'는 아주 위험한 정치 포퓰리즘이다. 대니얼 부어스턴의 <<이미지와 환상>>에서 통찰한 대로 옛날에는 위대하면 유명해졌지만, 지금은 유명하면 위대해진다고 믿는 시대이다. 예능의 시대, 가벼움의 시대이다. 오늘날 정치인은 차고 넘치지만, 진정한 정치가는 너무나 귀하다.
게다가 사실상 공화당의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공화당 내부 파벌들끼리 '그냥 우리가 다루기 쉬운 허수아비를 뽑자'는 식으로 어부지리로 얼떨결에 당선된 인물이라 주변 상황이 안좋았을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가 만연했고, 본인도 상당히 무능했다고 평가 받으며 사생활조차 심히 더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참 정치인 하딩의 주위에는 나랏일을 맡을 사람이 없었다. 하딩은 자기랑 가까운 사람 아무 한테나 중요한 일을 맡겼다. 하딩 가족에게 신문을 배달하던 측근을 백악관 수석 군사보좌관으로 뽑았고, 이웃집 친구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앉혔다. 보훈국장이 된 찰스 포브스는 하딩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와이 여행을 한번 같이 간 사이라고 했다. 예컨대, 하딩이 임명한 사람들은 나랏일은 뒷전이고 제 잇속을 차리느라 바빴다. 내무장관 앨버트 폴은 거액의 대출을 받고 석유 개발 이권을 기업인에게 넘겼다. 하딩이 숨진 뒤 밝혀져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티포트돔 스캔들’이다.
그리고 사생활도 나빠서 집권여당인 공화당이 주도해서 금주법을 만들어놓고도 정작 자신은 백악관에서 수시로 술 먹고 놀자판을 벌였다. 심지어는 금주법으로 압류한 밀주를 그대로 백악관으로 가져와서 바셨다는 증언도 있으며, 소문에 의하면 영부인께서 직접 폭탄주를 말아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하딩의 취미가 술 먹고 포커치는 거라 백악관에서 수시로 포커판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하딩이 죽은 뒤 그의 방탕한 사생활도 폭로되었다. 공처가였는데 아내를 항상 '공작부인'이러고 부르며 아내에게 설설 기었다고 한다. 그런데 부인을 두려워하면서도 불륜을 저질렀다. 아내 말고 애인이 여럿 있었다. 1927년에는 애인 중 한명인 낸 브리턴이 자극적인 회고록을 출판했다. 하딩이 대던 생활비(와 혼외 자녀의 양육비)가 끊겼기 때문이라 했다.
당시 미국 시민들은 수군댔다. 스캔들이 터지기 앞서 평판을 지키려 영부인이 하딩을 독살한 것 아니냐고 말이다. 하딩이 죽자마자 영부인은 서류를 파기했고 부검도 거부했다. 죽은 뒤 여러 해 동안 밝혀진 일로 하딩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하딩은 행정부의 부패에 개인적으로 연루되지 않았지만, 그의 유일한 죄는 완전한 바보였다는 점이다.” 입담 좋은 작가 빌 브라이슨이 꼬집은 대로다.
이 글을 읽으며 생각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위기 핵심은 자리에 걸맞은 능력과 책임감이 모자란 사람들이 너무나 중요한 자리를 뻔뻔하게 꿰차고 있다는 점이다. 이끌지도 못하면서 떠나지도 않는다(Lead or Leave). 사자 한 마리가 이끄는 양 떼가 양 한 마리가 이끄는 사자 떼를 이긴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양 한 마리가 양 떼를 이끄는 꼴이다.
현 한국 정치의 핵심은 대통령의 권력이 약화되고 국회와 사법부의 힘은 커진 '과두'의 상황에서 누구도 결정할 힘은 갖지 못한 채, 상대 정당에 무조건 반대할 정도의 힘만 갖고 있는 '비토크라시(Vetocracy, 거부권 정치) 늪이기도 하다. 우리 정치는 머리카락을 잘린 삼손처럼 결정할 힘을 잃었다.
비전을 다시 만들고, 주류의식을 갖고 이 사회를 이끌며 결정하는 힘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정치 전문가가 다시 나와야 한다. 누구나 해도 되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치이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가 말했던 다음의 정치가들이 나왔으면 한다.
▪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합목적적 유연함을 지닌 정치인이 필요하다.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정치에 맞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학자, 종교인, 법조인, 언론인, 시민운동을 하는 것이 낫다. 정치가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공산주의 소련과 '연합'도 할 수 있어야 한다.
▪ 정치를 '업'으로 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정치는 정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그저 무엇이 되고 싶을 뿐인 사람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직'을 쫓을 뿐 '업'을 지키지 않는 아마추어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
▪ 지지자들에게 욕먹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권력에 맞서는 것은 작은 용기만 있어도 되지만 지지자들에게 맞서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다.
사람들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일했는데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본주의에서 부의 배분이란 정치가 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종달새나 할미새들은 크기에서부터 엄청 차이가 나는 자기 알과 뻐꾸기 알을 아무런 의심없이 함께 품는다. 이윽고 부화된 새끼 뻐꾸기는 다른 알들을 모조리 밖으로 밀쳐 내고는 둥지를 독차지 하다시피 꿰차고 앉는다. 그것도 모른 채 종달새는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가 새끼 뻐꾸기를 먹여 살린다. 지금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른바 민주주의 체제하에 국민을 대표한다는 정치인들이 바로 뻐꾸기이며 자신들은 그들의 입에 맞는 떡(세금)이나 갖다 바치는 종달새라고 생각한다.
이로써 나라 꼴이 엉망진창이다. 첫 째, 국정 농단: 그 이유는 삼척동자도 안다. 두 번째는 민생: 민초들의 아우성이 차오른다. 안전하고 먹거리 많은 곳에 새는 둥지 틀고 알을 낳는다. 사람도 다를 리 없으나, 오늘 이 땅은 그렇지 못하다. 세 번째는 정치 부재: 난세다. 나라가 나아가지 못하고 서 있다. 뭐 하나 매듭되는 게 없다. 부릉부릉 공회전만 하는 나라가 됐다. 넷 째, 안보: 지금, 그 육로엔 지뢰가 재 매설되고, 철도 침목이 뽑히고, 벽이 쳐지고 있다. 그 하늘로는 전단·오물 풍선·확성기 소리가 오간다. 핫라인 끊기고, 두 적대국이 험담하며, 9·19 군사합의는 파기됐다.
많은 전문가들이 말한다. 벼랑 끝에서, 대통령이 절충하고 주도할 마지막 리더십은 ‘임기 단축’을 열어둔 개헌이다. 1987년 ‘6·29 선언’이 그랬다. 그 길까지 벗어났을 때, 1972년 미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과 거짓말로 사임했고,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국민적 분노로 탄핵됐다.
그래도 나는 '주'님을 모실 때마다, 이런 건배사를 한다. 내가 '스페로!(spero!)'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스페라(spera)'라 외치게 한 후 마신다. 그 뜻은 '나는 희망한다.' 그러니 "너도 희망하라!'이다. 이 말은 '나는 숨쉬는 동안 희망한다'는 라틴어 'Dum spiro, spero에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라틴어 구절에 'Dum vita est, spes est'가 있다. 이 말은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이다. 요즈음처럼 어울리는 다른 문장은 없다. 살아 남아야 한다. 왜냐하면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기 때문이다.
희망/리젤 뮬러(독일계 미국 시인)
그것은 불이 켜지기 전에
어두운 구석에서 서성인다.
그것은 눈에서 잠을 떨치고 깨어 있으며
그것은 버섯 안쪽의 주름에서 뛰어내린다.
그것은 현자로 변한 민들레의
머리에서 폭발하는 홀씨들의 별이다.
그것은 단풍나무 꼭대기에서 회전하며 출항하는
녹색 전사의 날개에 올라탄다.
그것은 많은 눈을 가진 감자의
오목하게 막힌 각각의 눈에서 싹튼다.
그것은 삽과 호미의 잔인함을 견뎌 낸
지렁이 마디마디에 살아 있다.
그것은 개가 꼬리를 흔드는 동작에 담겨 있다.
그것은 첫 공기를 들이마셔 폐를 부풀리는
갓 태어난 아기의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 안에서 파괴할 수 없는
고유한 선물이다.
죽음을 반박하는 논리이며,
미래를 발명하는 천재성이고,
우리를 신에게 가까이 데려가는 모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저버리지 않도록
우리를 약속하게 하는 치료제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것에 대해 멀리하려고 애쓰는
이 시 속에 담겨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복합와인문화공간뱅샾62 #희망 #리젤_뮬러 #절실 #무능한_대통령 #정치 #희망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