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자신의 자리(位)가 중요하다.

3401.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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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들로 나선 사람도 있을까? 너무 햇빛이 따갑다. 그래도 들풀들은 견디고 있다. 어젠 이런 문장을 난 썼다. "인간은 '만남'을 통해 자기 한계를 극복하는 초월적 존재가 된다." 초월은 '지금의 나를 넘어서는 것', '지금의 나보다 더 나아지는 것', '더 확장되는 것', '더 넓어지는 것', '더 높아지는 것'이다. 우린 가장 높고 크게 확장되어 있는 존재로 '신(神)'을 모셔 놓고, 부단히 그 곳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그러면서, 나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와 연대하며 협력한다. '신'의 이름으로, 들풀처럼. Bonnes vacances!
들풀/류시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 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2
어제 알게 된 <<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라는 책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간다. 다음은 조인경 기자가 쓴 천자의 글이다. "하루하루를 쫓기듯 살아내다 보면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가'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시간조차 없다. 하지만 삶의 속도가 빠를수록 나를 돌아보고, 나와 마주하며,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류사에 위대한 일을 이룬 사람들은 하나같이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해 큰 뜻을 이뤘다. 빌 게이츠의 '생각 주간(think week)',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2년여의 월든 호숫가 생활, 스티브 잡스의 인도 여행 등은 모두 혼자됨의 시간을 통해 뜻을 이루게 한 위대한 전환점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한다. 만약 내가 설득하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너무나 쉬운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처세술의 가장 높은 경지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처세 뿐만 아니라 전쟁에서도 자신을 알고 상대방을 아는 것은 승리의 지름길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가 중요한 전술의 하나로 실려 있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안다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흔히 싸우는 족족 이기는 '백전백승'으로 알고 있지만, 오히려 '백전불태'가 더 높은 경지다. 전쟁에 나서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전장에서 나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백 번을 싸워 모두 승리한다고 해도 내가 안전하지 못하다면 그 승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속담이 잘 말해준다. 사람을 아는 것은 오직 지혜로운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그 힘이 되는 것이 바로 공부다. 특히 사람에 관한 학문인 인문 고전은 사람을 아는 통찰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노자는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을 이야기하는데, 바로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공부를 통해 가능하지만, 나 자신을 아는 것은 내가 지닌 한계를 벗어나야 하기에 어렵다. 욕심, 자존심, 자만심, 교만, 자기 연민, 비교 의식 등 스스로도 제어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가로막는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끊임없이 변하는 내 마음이다.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대하는 상대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마음을 통제하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자 <<도덕경>> 제33장의 이야기이다. 원문과 해석을 공유한다.
知人者 智(지인자 지) 自知者 明(자지자명) :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다.
勝人者 有力(승인자유력) 自勝者 强(자승자강) :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세고,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강하다.
知足者 富(지족자부) 强行者 有志(강행자유지): 족함을 아는 사람은 부유하고, 강한 사람, 행함을 관철하는 자의 행동에는 지조가 있다.
不失其所者久(불실기소자구) 死而不亡者壽(사이불망자수): 이런 사람은 제자리를 잃지 않으니 오래가고, 죽어서도 잊혀 지지 않으니 장수한다.
이 장의 구도는 얼른 보면 구체적인 효과를 바로 보여주는 것 같은 "지인(知人) - 승인(勝人) - 강행(强行)"의 방식보다는 조금 유약해 보이거나 소극적인 것 같지만 "자지(自知)" - 자승(自勝) - 지족(知足)"의 방식이 "죽어서도 잊혀지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위대한 효과를 담보해 준다는 거다. 일상을 살아가는 좋은 통찰을 주는 내용이다. 노자 철학의 역설이다. 이 노자의 문장들은 내일 좀 더 자세하게 정리하여 공유한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의 평안을 얻어야 한다. 시시 때때로 흔들리는 마음으로는 나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없다. 흐르는 물에는 얼굴을 비춰볼 수 없듯이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일에 몰두하는 바쁜 일상에서는 더더욱 '잠시 멈춤'의 여유를 내기 어렵다. 혼자 됨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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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알게 된 <<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라는 책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간다. 인생을 바꾸는 혼자됨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주어진다. 이 시간을 당신은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가?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고통의 시간으로 삼을지, 인생을 바꿀 기회로 삼을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혼자만의 시간을 기쁘게 맞을 때 우리에겐 예상치 못한 큰 선물이 주어진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조인경 기자의 주장이다.
▪ 마음에 간직하고 있던 뜻을 이루고, 지친 몸과 영혼에 자유를 줄 수 있다.
▪ 혼자됨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외부의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을 마주할 수 있으며, 방향도 모르고 달려왔던 삶이 나아갈 길을 알게 된다.
▪ 소명을 깨닫고, 삶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창의와 통찰도 얻는다.
▪ 혼자됨의 시간이 내 삶을 바꾸는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된다.
멈출 줄 안 다음 에야 정해질 수 있고, 정해진 후 에야 고요해질 수 있으며, 고요해진 후 에야 편안해질 수 있고, 편안해진 후 에야 생각할 수 있으며, 생각한 후 에야 얻을 수 있다. 중국 고전 <<대학>>의 가르침에서 핵심은 다음의 삼강령(三綱領)이다. "밝은 덕, 백성을 새롭게 함, 지극한 선에 머묾(明明德 新民 止於至善, 명명덕 신민 지어지선)" 이다.
첫 번 째는 멈출 줄 아는 것이다. 바쁜 일상과 번잡한 관계 속에서는 생각할 여유가 없고, 나아갈 길을 명확히 정할 수 없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대충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멈춤'이다. 바쁘게 나아가던 걸음을 잠깐 멈춘 다음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을 목표를 정하면 삶의 속도를 따라가는 데 급급했던 마음 또한 평안하게 가라앉을 수 있다. 평안한 가운데 잠잠히 생각하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게 된다. 비로소 삼강령을 이룰 수 있는 자격이 갖춰지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성공이든 학문이든 명예이든 마찬가지다. 남보다 더 열심히 해야 얻을 수 있고, 남보다 먼저 앞서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복잡한 세상에서 번잡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사람들은 어느 순간 길을 잃는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원했는지조차 까마득히 잊고 자신을 잃은 채 헤매게 된다. 그때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으려면 반드시 잠깐 멈춰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손을 놓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평안하게 다스릴 때 자신의 솔직한 모습과 대면할 수 있다. 그리고 잊었던 이상을,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어떤 일을 시작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반드시 사람에게 생각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이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생각하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지만, 그 생각은 올바른 것이어야 한다. 생각을 통해 선하고 착한 것도 얻을 수 있지만 악하고 나쁜 것 역시 얻을 수 있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모두 자신에게 달렸다.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인 신독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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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나의 소명은 무엇인가?' 이 같은 물음에 답하며 '천명(天命)'과 마주할 때 자신이 나아갈 길, 살아갈 목적을 깨닫게 된다. 진정한 행복이란 하늘이 준 나의 소명을 깨닫고 그 뜻을 이루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 깨달음은 고난의 시간에 얻을 수 있다. 이때 고난이란 주위의 누구도, 기댈 환경도 없는 철저한 혼자만의 시간이다.
오십은 공자가 영욕(榮辱)을 경험했던 시기였다. 쉰이 되면서 노나라의 대사구(大司寇·형법을 관장하는 벼슬)가 되어 뜻을 펼칠 지위를 얻었지만, 곧 실각하고 만다. 뜻을 이루기 위해 14년간 천하를 유랑하면서 많은 나라를 방문하고 왕들을 만났지만 함께할 나라는 찾지 못했다. 무력과 전쟁의 시기에 예와 사랑으로 나라를 다스리자는 공자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는 공허한 생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공자는 굶어 죽을 위기도 겪었고, 도적으로 몰려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상갓집 개와 같다'는 치욕적인 비난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천명'은 이와 같은 수많은 고초의 경험을 쌓고 난 다음에 이룰 수 있는 경지다.
'천명(天命)'을 말 그대로 해석하면 '하늘의 명령'이다. 따라서 사람의 노력으로는 바꿀 수 없다. 단지 우리는 과정에 최선을 다할 뿐, 그 다음 결과는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말해주는 바와 같다. 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최선을 다해도 일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待天命)'는 말이 바로 그런 뜻이다. '천명'이란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산 정약용은 다음과 같이 핵심을 찌른다. "화와 복의 이치에 대해서는 옛날 사람들도 의심해온 지 오래되었다. 충효를 행한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화를 면하는 것도 아니고, 음란하고 방탕한 자라고 하여 반드시 박복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선을 행하는 것이 복을 받는 도가 되므로 군자는 부지런히 선을 행할 뿐이다." 다산의 통찰이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마흔이 채 안 된 나이에 형조판서를 대행하는 높은 벼슬에 올랐지만, 정쟁에 휘말려 18년간의 귀양을 떠나야 했던 그의 삶이 곧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선하게 살아도 고달프고, 악을 행하는 나쁜 사람이 잘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하늘의 뜻'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삶에서 행복이란 외적인 환경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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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자신의 자리(位)가 중요하다. 어두운 곳에 발을 잘못 디디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든 것은 상호 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다음은 만트라처럼,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다. "모든 것은 우주 전체의 조화로운 원리와 상호 관계에 따라 순리대로 되어갈 뿐이다." 우주에는 하나의 로고스가 있는데, 그게 조화롭다. 그런데 고지식하게 그 원리에 따라 우주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상호 관계가 있다. 거기서 관계론이 나온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관계적' 태도로 하루를 사는가에 따라 일이 순리(順理)대로 가느냐 아니면 그 반대이다.
양과 음, 작용과 반작용, 정의와 불의, 선과 불선, 진보와 보수가 어우러진 변증법의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순행, 순리를 되돌릴 수 있는 역행은 없는 법이다. 물길을 일시적으로 막는 역류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그럴수록 흘러내려 가려는 물의 에너지는 더욱 도도 해져 결국 역류를 이기고 역류의 힘마저 품어 더 강한 물줄기가 되는 법이다. 정(正)과 반(反)이 함께 합(合)을 만든다. 정(正)은 옳음을, 반(反)은 그름을 의미하지 않는다. 균형과 조화 그리고 질서라는 힘의 상태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자기 삶에서 반(反)의 요소를 발견해야 한다. 감싼 것을 부끄러워하게 된 '육삼'은 정(正)이라고 생각했던 자기 삶이 불균형과 부조화 그리고 무질서로 가득 찬 것을 알게 된 사람이다. 이 각성에서 자기만의 반(反) 시작되는 거다. 타인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자기만의 합(合)을 향해 힘차게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 한다. 그러면 좋은 때가 온다고 <<주역>>은 말한다. 실수를 만회하고 실패를 딛고 일어날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각성(覺省)은 그 자체로서 이미 빛나는 달성(達成)"이라고 고 신영복 교수는 말한 적이 있다.
다른 글들은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