執大象(집대상) 天下往(천하왕): 대상(=큰 모습=대도)을 잡고 있으면 천하가 움직인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8월 3일)
이 번주 금요일에 읽을 노자 <<도덕경>>을 먼저 좀 읽어 본다. 오늘은 제35장이다. 원문과 번역을 우선 공유한다. 화두는 '큰 것을 잡으면 천하가 온다'이다.
執大象(집대상)하면 天下往(천하왕)할 거다. 往而不害(왕이불해)하니 安平太(안평태)할거다: 거대한 도의 모습을 잡으면, 천하가 움직일 것이다(세상이 모두 그대에게 모여들 것이다). 움직여도(그대에게 모여들어도) 해치는 것들이 없으니 편안하고, 평등하고 안락할 것이다.
樂與餌(락여이)로 過客止(과객지)하나, 道之出口(도지출구)는 淡乎其無味(담호기무미)하다: 음악이나 맛난 음식으로 지나는 사람의 발길을 잠깐 머물게 할 수는 있으나, 도에 대한 말은 담담(담백)해서 아무 맛도 없다.
視之不足見(시지부족견)하고 聽之不足聞(청지부족문)하며 用之不足旣(용지부족기)하다: [도는]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지만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다.
인터넷에서 만난, 멋진 해설이다. 큰 것(大象)은 도의 다른 이름이다. 큰 것을 잡는다는 것은 도를 삶의 원리로 삼는다는 말이다. 도를 실천하면 만물의 질서가 저절로 잡히고 세상이 평화스러워지니 천하 만민이 모두 그곳으로 모여든다. 도가 아니면 그 일을 할 수 없다. 귀를 즐겁게 하거나 맛있는 음식은 잠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있지만 도처럼 항구적인 만족감과 평화, 안락함을 줄 수는 없다. 일시적인 쾌락을 줄 뿐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마음은 또 다시 공허해지고 영혼은 또 다시 허기진다. 듣기 좋은 음악이나 맛있는 음식에 삶의 본질이 있기 않기 때문이다. 도는 아무런 맛이 없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그러나 도는 궁극적으로 그 어떤 것보다 맛있고 아름답고 보기 좋다. 아무리 써도 닳는 법도 없다. 통장에 있는 돈을 많이 쓰면 잔고가 비게 되지만 도는 아무리 써도 비지 않는다. 늘 충만하고, 늘 풍족하다.
"執大象(집대상) 天下往(천하왕)", 이 말을 도올 김용옥은 자신의 인생의 좌우명처럼 가슴에 새기었다고 한다. 이 문장이 인생의 위로와 원칙 그리고 극기의 에너지가 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가 되었다 한다. 나는 얼른 와 닿지 않는다. 그는 이 문장을 "대상(=큰 모습=대도)을 잡고 있으면 천하가 움직인다"로 해석을 했다. 천하를 움직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상(大象)을 잡는 것이라 했다. 다르게 말하면, 대도(大道)를 잡는 거다. 소상(小象)이나 소도(小道)에 구애됨이 없이, 대상, 대도를 잡고 있으면 천하는 움직이게 되어 있다는 거다. 도올은 "대상"을 잡고, 이 세상의 소사(小事)와 타협하지 않고, 권력이나 부를 탐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한다. 이 더운 여름에 뿌리는 한 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한 메시지이다.
1. 執大象(집대상)하면 天下往(천하왕)할 거다. 往而不害(왕이불해)하니 安平太(안평태)할거다.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다. 지도자가 위대한 상징(위대한 형상=대도)의 참뜻을 터득하고 그 원리에 따라 다스리면 모든 사람이 그에게 모일 것이다. 모두 모여들어 그 지도 밑에 살게 되면 해 받는 일이 없게 된다. 모두가 그의 지도 아래에서 쉼과 평안함과 만족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 한 몸이나 가문의 영화만을 추구하여 온갖 권모 술수를 다 쓰는 정치꾼이 아니라, 바른 길을 따라 사람들에게 봉사하려는 마음을 가진 참된 지도자가 있으면 그 나라, 그 사회, 그 집단, 그 단체는 서로 헐뜯거나 치고 받고 하는 일이 없이 모두 질서와 조화를 가지고 아름답게 어울려 사는 삶을 구가할 수 있다는 거다.
2. 樂與餌(락여이)로 過客止(과객지)하나, 道之出口(도지출구)는 淡乎其無味(담호기무미)하다.
나는 오랫동안 아침마다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지>를 써서 SNS에 공유하면서 인문 운동을 하고 있는데, 글이 길다고, 또 어떤 때는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주변의 몇몇은 읽지 않는다. 그 이유를 지난 금요일 오후 낯선 곳의 한 카페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최진석 교수가 자신의 담벼락에 이렇게 적은 것을 읽고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두 문단 정도 읽었는데, 불쾌감이 들기 시작하면 읽기를 중단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역사와 정치색이 배인 글을 읽고 기존의 '믿음'을 바꿀 수 있는 정도로 '생각'하는 훈련이 잘 된 사람들이 아닙니다." 나 자신도 뜨끔했다. 난 그러지 안 했는가?
나도, 최진석 교수처럼,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하는 인문 운동가이다. 최 교수처럼, 나도 "이 시대에 제가 훈련 받은 '생각하는 능력'으로 갖게 된 어떤 '시각'을 내 삶의 흔적으로 남길 뿐"이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쓴다. 내 글도, 최교수가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두어 문단 읽었는데, 너무 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도 읽기를 중단하시기 바란다. 지루함을 견디시면서까지 읽어야 할 정도로 가치 있는 글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말한다. "지루한 글을 읽는 것보다 보람 있고 짜릿한 일들은 세상에 널려 있습니다." 맞다. 나도 고백한다. 다 짧게 쓰지 못한 내 잘못이다.
대상(=대도)을 굳게 잡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즐거운 음악이나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지나가다 가도 잠시 발길을 멈추고 머물게 되지만, 도에 대한 말을 하는데 귀 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상적 상식의 세계에 사는 우리 대부분은 '도'니 '진리'니 하는 것을 놓고 따지는 것은 별볼일 없는 일로 생각한다. 본래 도에 대한 말은 "심심하고 맛없기(淡乎其無味, 담호기무미)" 때문이다. 맛이 없을 뿐만 아니라 눈길을 끌 만큼 보기에도 좋은 것도 아니고, 귀를 즐겁게 할 만큼 듣기에 좋은 것도 아니다. 도란 본래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노자는 실재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3. 視之不足見(시지부족견)하고 聽之不足聞(청지부족문)하며 用之不足旣(용지부족기)하다.
진리는 단순하고 평범한 것 속에 있다. 단순하고 평범한 것 깊숙한 곳에 있는 진리의 참뜻이 상식적인 세계 이상의 것에 눈에 뜨이지 않은 사람의 피상적 관찰에는 별 볼 일 없는 무엇으로만 보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 대부분의 사람에게 도는 여전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엇으로 남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노자는 도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이를 굳게 잡고 그 원리에 따라 살아보라고 한다. 그러다가 일단 상식적인 세계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도의 참뜻을 들여다보게 되면, 지금껏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이던 도가 정말 쓸 데가 무궁 무진함을 발견하게 된다는 거다. "써도 써도 다함이 없다(用之不足旣, 용지부족기)." 이렇게 다함이 없는 도의 효용성은 '음악이나 음식' 정도가 아니다. 도는 여태까지 체득해 보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의미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인 효용성, 어쩌면 가장 큰 효용성의 하나가 바로 리더가 그것으로 사람을 이끌면 사람이 안위를 얻고, 화목과 협동과 평화가 깃든 삶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거다. 국정이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가 국민들 사이로 점점 번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절대 지지층이었던 TK지역에서조차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사난맥상, 잇따른 대통령의 말실수, 국정현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여당과 대통령실 참모들.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지율 하락이라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결국 사람이 제공했다. 무엇보다 가장 리스크를 제공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와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 "전 정권에서 이렇게 훌륭한 장관을 봤냐"고 말할 것이 아니라, '훌륭한 대안'을 다시 찾아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당 대표를 '내부총질 하는 사람'으로 적대시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람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권성동 대표 역시 '7급을 못시켜 아쉽다'는 식의 오만한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견고한 참모진의 재구성이 필요해 보인다. 충성을 다하는 참모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경험이 풍부하고 상황대처능력이 뛰어난 참모가 필요한 시기다. 국면전환을 위해서는 과감한 인적 쇄신도 좋은 방안이다. 오늘의 노자 말처럼, 큰 것을 잡아야 천하가 온다. 그 큰 것은, 오늘 시처럼, "내려오는 법"을 아는 거다. 살다 보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기쁨도, 고통도 끝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중요한 건 언젠가는 내려와야만 하는 그 길, 하강의 시기를 잘 보내는 것이다.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그 다음의 삶을 결정할 때가 더 많다. 유도를 배울 때도 가장 처음 배우는 기술은 낙법이 아니던가?
내려가는 법/조남명
내가
산에 오르는 것은
잘 내려가기 위해서다
내려가며
길옆도
보기 위함이다
오를 때 못 본
것들 보며
보람 있게 내려가는 법
배우기 위해서다
대다수
인생(人生)의 삶이란 것이
앞만 보며 오르는
산 오름과 무엇이 다르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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