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7. 31. 17:47

3397.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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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는 이끼류(-類) 또는 선류(蘚類)에 속하는 작고 부드러운 식물이다. 크기는 보통 1-10 cm 정도 되지만, 훨씬 큰 것도 있다. 이들은 보통 축축하고 그늘진 곳에 엉켜 집단을 이루어 자란다. 이들은 꽃이나 씨앗을 갖지 않으며, 단순한 잎이 가는 줄기를 덮는다. 때에 따라서는 포자낭을 만들기도 한다. 지구 상에는 약 12,000 종의 선태식물류 식물이 있다. 이끼는 우주공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끼가 흥미롭다. 그래 찾아 보았다. 이끼는 원래 물에서 살던 식물이다. 뭍으로 올라오면서 환경에 맞게 진화해 땅에서 물과 양분을 흡수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뿌리가 없으며, 잎과 줄기의 구분도 없다. 그 대신 시든 잎같이 생긴 갈색 헛뿌리가 지지 역할을 한다. 또한 물과 양분이 이동하는 물관과 체관 즉, 관다발이 없어 잎 전체에서 물과 양분을 흡수한다. 관다발이 없는 것은 선태식물인 이끼류가 유일하다. 엽록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광합성을 하지만 키는 1~10cm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다. 원시 식물이니만큼 꽃은 피지 않으며 포자로 번식한다. 포자를 품고 있는 포자낭이 돋아나오며 포자는 바람에 날려 먼 거리를 이동한다. 잎, 줄기, 뿌리가 구분되고 종자로 번식하는 종자식물과 확연히 구분된다.

이끼의 공기정화 효과는 몇몇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이끼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킨다. 이끼의 공기 정화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이미 지붕을 이끼로 덮는 녹화사업이 활성화되었으며, 독일에서는 도로변에 이끼벽을 설치하여 공기정화에 이끼를 활용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실내 공기정화를 위한 바이오필터나 건축물 에너지 절감과 미관 증진을 위한 벽면 녹화, 옥상 녹화에 이끼를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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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는 물속에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식물이므로 습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끼는 그늘지고 18~25℃ 정도의 서늘한 온도, 습한 공중 습도를 선호한다. 햇빛이 아주 잘 드는 곳은 수분이 잘 증발하므로 실내에서는 간접광이 드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 좋고, 공중 습도를 높이기 위해 자주 물을 분무해 주어야 한다. 이끼를 테라리움(terrarium)으로 기르는 것은 공중 습도를 유지하기 용이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는 갈색 잎이 많이 생기고 곰팡이가 필 수 있으므로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며 통풍이 잘되도록 해야 한다.

이끼는 바위나 나무껍질 등에서도 자라고, 관엽식물보다 영양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양분이 포함된 흙에 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피트모스같이 pH가 5~5.5 정도의 산성을 띠는 토양을 좋아한다. 피트모스에 펄라이트를 섞어 배수가 잘되도록 하면 좋다. 양분은 물에 약간의 미네랄이 포함된 양액을 줌으로써 최소한의 영양분을 제공하며 기를 수 있다. 건강한 이끼는 계속해서 번지며, 일부 면적을 잘라내어 심으면 번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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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는 많은 양의 물을 보유하는 능력이 있다. 바짝 마르더라도 물을 먹이면 다시 많은 양을 흡수한다. 자연에서도 물을 저장함으로써 홍수 피해를 막고 가뭄일 때는 수분을 내놓는 등 주변의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 이끼는 대개 다른 식물들과 함께 심으며 드러난 흙을 덮는 지피식물로 쓰이거나 유리 용기 안에 돌, 자갈과 함께 식물을 심어 꾸미는 테라리움, 도마뱀 같은 파충류가 사는 공간을 꾸미는 비바리움(Vivarium) 등에 주로 쓰인다. 또는 이끼만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액자형으로 기르거나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 절감과 공기정화 효과를 위해 벽면과 옥상 녹화에 활용한다. 벽면과 옥상에 어떻게 이끼를 잘 정착시키는지가 중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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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개봉되었던 <이끼>(감독 강우석)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이 영화는 <미생>으로 잘 알려진 윤태호 작가의 웹툰 원작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끼는 단순한 식물의 이름이 아니다. 빛이 잘 들지 않는 그늘진 틈에서 자라나, 서서히 공간을 뒤덮고, 마침내 그 자리를 고요히 점거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이끼의 속성은 곧 침묵, 권력, 체념, 공포와 같은 무형의 감정과도 닮았다, 이 영화가 바로 그 '정적인 공포', '침묵이 만들어낸 공동체의 왜곡' 그리고 '정의의 모순' 등을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시골 마을이라는 공간을 무대로, 한 개인의 죽음과 그것을 둘러싼 수상한 기류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살인 미스터리를 넘어선다. '왜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가?', '공동체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진실은 밝혀진다고 해서 해방이 되는가? 등과 같은 근원적이고 인간적인 질문들이 영화 속에 녹아 있다. 인문 운동가의 눈에 매우 문제적인 작품이다. 

인물들은 선과 악의 경계 위에서 흔들리며, 마을이라는 작은 공간은 곧 우리 사회 전체를 은유 하는 하나의 축소판이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침묵의 윤리에 대한 문제 제기 그리고 정의와 타협의 모순을 들춰내는 냉정한 서사극으로 읽힐 수 있다.

결말에서 마을의 이장 천용덕(정재영 역)은 체포도지만, 그가 남긴 두려움, 권력 구조, 침묵의 문화는 쉬벡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유해국(박해일 역)이 마을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상징적이다. 그것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무언가를 놓고 떠나는 인간의 무력한 뒷모습이자, '진실은 밝혔지만 공동체는 여전히 병들어 있다'는 슬쓸한 진단이기도 하다. 결국, 이 영화의 결말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 침묵으로 유지되는 질서, 악의 일상화, 정의 상대성 등에 대한 인문학적 질문들을 남긴다.

이 영화가 던지는 문제가 '침묵'이다. 침묵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방식이자, 악을 키우는 토양이다. 마을 주민들은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두려움 혹은 이기심 때문에 말하지 않는다. 그 침묵이 반복되면서 악은 시스템처럼 자리잡고, 일상이 되며,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 진실이 된다. 영국의 정치 사상가 에드문그 버크는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선한 사람들의 침묵’이라고 했다. 세상은 우리에게 ‘가만히 있어, 조용히 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움직여야 하고 침묵을 깨뜨려야 한다. 이 영화 속의 대사 중에 '이끼'가 한 번 나온다. "너 이끼 아나? 조용히 살어. 이끼처럼 바위에 짝 붙어. 입 닥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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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이끼는 늙은 나무에 낀다. 낡은 물받이에 낀다. 오래된 바위나 기왓장에 낀다. 무언가를 덮으며 자라서인지 꽃말이 ‘모성애’인 이끼는 멈춤, 고요, 세월, 그리고 치유와 위로를 떠올리게 한다. 공터에 수레가 버려져 있다. 오랫동안 무거운 짐을 싣고 힘들게 굴러다니느라 스스로 설 수 없을 정도로 지쳐서 전봇대에 기대 있다. 바퀴는 마모되고 쓸려서 헐겁고 느슨하다. 제 역할을 끝낸 수레는 존재의 의미와 활력을 잃고 널브러져 있다.

그런데 그 멈춘 바퀴에 이끼가 타고 오른다. 이끼는 느리지만 고요히 꾸준히 자란다. 버려진 수레를 덮으며 조금씩 자라는 이끼는 죽은 나무 둥치에서 돋는 버섯처럼 죽음의 자리를 삶의 자리로 바꾸는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언젠가 저 앙상하고 흐릿한 회색은 둥근 초록으로 바뀔 것이다. 초록의 몸통과 손잡이로 변해갈 것이다. 손잡이를 슬쩍 만지는 바람에도 이끼가 묻어 있다니, 이제 이끼는 주변으로 둥글게 번져간다. 어쩌면 지친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멈춤을 멎고 덜컹거리며 구르는 시간처럼, 계속된다, 이끼의 시간은.


이끼의 시간/류인채

공터에 버려진 수레 하나
때 절은 손잡이를 치켜들고 전봇대에 등을 기대고 있다
싣고 나르던 짐들은 모두 어디에 부렸을까
먼 길을 가던 바퀴가 헐렁해졌다
길과 길을 이어주던 힘이 멈춰있다

눅눅한 때를 건너온 시간의 흔적
푸른 이끼가 기울어진 수레의 바닥을 타고 오른다
저 수레가 걸어온 길을 알 것만 같다
단단하게 조였던 시간이 느슨해지고
길은 이곳에 멈춰있다
해가 구름 사이로 잠깐 들어간 사이
바람이 손잡이를 슬쩍 만지다 간다
그 손에도 이끼가 묻어 있다
이끼의 시간이 굴러가느라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죽음의 자리, 삶으로 채운 ‘이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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