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상처 없는 삶은 없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7. 25. 09:19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7월 24일)

<<삶도 사랑도 물들어가는 것>>에 나오는 말이다. "누가 그랬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고,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고. 누가 그랬다. 상처 없는 삶은 없다. 그저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안주는 것이라고." 어제 만난, 철모르고 늦게 핀 치자 꽃도 자세히 보니 상처가 있다. 늘 외우고 있는 로버트 풀검의 시, <내 인생의 신조>로 이 휴가철을 즐기자고 또 다짐하는 오늘이다.

내 인생의 신조/로버트 풀검

나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함을 믿는다.
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꿈이 현실보다 더 강력하며
희망이 항상 어려움을 극복해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슬픔의 치료제는 웃음이며
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걸 나는 믿는다.
이것이 내 인생의 여섯 가지 신조이다.

"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걸" 믿고, 오늘도 어제에 이어,  스캇 팩(Scott Peck)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꼼꼼하게 읽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훈육의 도구로 다음과 같이 네 가지를 알려 주었다. 즐거운 일을 뒤로 미루는 것, 책임을 지는 것, 진리에 대한 헌신 그리고 균형 잡기이다. 여기서 훈육이란 인간의 정신적 발달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 훈육에 관심을 갖게 하며 또한 훈육할 원동력을 주는 힘은 사랑이다. 사랑은 신비롭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사랑에 대해 참으로 만족할 만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랑에 대한 모든 오해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며 또는 적어도 사랑의 표시 중 하나라는 신념이다. 그것이 강력한 오해인 까닭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사랑을 아주 강렬히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가 두드러진다.
(1) 사랑에 빠지는 경험은 특별히 성과 관련된 욕망의 경험이라는 거다. 예컨대, 우리는 아이들을 아무리 깊이 사랑할지라도 아이들과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
(2) 사랑에 빠지는 것은 예외 없이 일시적이라는 거다. 사랑에 빠지는 경험의 특징인 황홀한 사랑의 느낌은 항상 지나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자아 경계' 측면에서 신생아는 첫 몇 개월간 자기와 자기가 아닌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아기와 세계는 한나다. 거기엔 경계가 없고 구분도 없다.. 자기라는 정체성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경험인 늘면서 아기는 점점 자신이 외부 세계와는 분리된 독자적인 존재임을 체험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원한다는 개념이 나온다. 그러면서 아기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어머니가 원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비로소 '나'라는 느낌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생후 일 년 무렵에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아닌 사람은 누구인지. 다시 말해서 내 것과 내가 아닌 것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을 배운다. 그러면 자신의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안다. 이 한계가 바로 자신의 영역인 것이다.

자아 경계의 발전은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또 성년기까지 계속되는 과정으로 나중에 확대된 영역은 신체적인 면보다는 정신적인 면이 강하다. 예를 들어 두 세 살 무렵은 전형적으로 자기 힘의 한계와 타협하는 때이다. 무한한 권력을 가진 폭군이나 독재자처럼 행동하는 '미운 두 살'이 지나 세 살이 되면 자신이 상대적으로 무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결과 전보다 부드러워진다. 그러다가 청소년기에 이르면 자신이 육체의 경계와 힘의 한계에 갇힌 개별적 존재이고, 각 개개인은 상대적으로 나약하고 무능력한 개체라는 것, 이러한 개체의 집단인 사회 안에서 서로 협동함으로 써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집단 안에서 그들은 특별히 다른 사람과 구별되지 않는다. 그래서 청소년기에 그들은 또래끼리 몰려 다는 거다.

그러나 자신의 개인적 정체성과 경계 및 한계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서 고립된다. 이러한 경계 뒤에서 인간은 고독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고독이란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여기므로 개인의 정체성이라는 성벽 뒤에서 탈출하여 우리 밖에 있는 세상과 더욱 화합할 수 있는 상태로 가기를 갈망한다. 이때 사랑에 빠지는 경험은 이러한 도피를 일시적으로 가능하게 해준다. 사랑에 빠지는 현상의 본질은 자아 경계의 일부를 과감하게 무너뜨리고 자신의 자아와 다른 사람의 자아가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일종의 퇴행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된다면 모든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느낀다. 그러면서 사랑의 힘이 반대 세력을 굴복시키고 어둠 저편으로 사라져버리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사랑에 빠졌을 때의 이러한 비현실적인 느낌은 '미운 두 살' 아이가 자기를 집안에서나 세상에서 무한한 권력을 가진 왕으로 착각하는 비현실적인 느낌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현실은 그런 환상을 깨 나간다. 조만간 일상의 문제에 대응하면서 개개인은 그 자신을 재확인 할 것이다. 하나 씩이든 점진적이든 또는 갑작스럽든 자아 경계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다시금 그들은 서로 떨어진 별개의 두 개체가 된다. 이 정도가 되면 그들은 서로 헤어지거나 '참사랑'을 시작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참사랑'은사랑의 느낌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에 빠지는' 경험은 참사랑과 다음과 같은 면에서 다르다. 스캇 펙은 사랑을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로 정의했었다.

(1)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의지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는 감정 자체를 피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감정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는 훈육과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

(2) 사랑에 빠지는 경험은 개인의 한계나 경계를 확장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자아 경계의 붕괴이다. 개개인의 한계를 확장시키는 데는 반드시 노력이 뒤따라야 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일에는 노력이 필요 없다.  게으르고 훈육 안 된 개인도 활기차고 헌신적인 사람만큼 사랑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일단 사랑에 빠지는 소중한 순간이 지나고 자아 경계가 제자리로 돌아오면 사람들은 환상에서 깨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경험 때문에 더 성장하진 않는다. 그런데 한번 확장되거나 늘어난 한계는 늘어난 상태를 유지한다. 참사랑은 영원히 자신을 확대하는 경험이다. 자신을 영토를 확장한다는 말을 나는 더 좋아한다. 그건 '진짜'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거라고 본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그렇지 않다.

어제 나는 생명 진화의 3 단계라는 것을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박문호 박사의 강의를 유튜브로 듣고 배웠다. '감지-반응'은 박테리아 수준이고, '감각-운동'은 동물 수준이다. 여기서 운동의 속성은 '회피'와 '접근', 두 가지이다. '회피'의 양상은 '화 내기'로 나타난다. '화'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때 보이는 표출이다. 접근은 생존 본능을 위해 먹을 것에 접근하고, 그 다음은 종족 번식 본능을 위해 암컷에 접근한다. 마지막으로 '지각-행동'은 인간, 호모 사피엔스의 수준이다. 행동과 반응은 다르다. 동물들이 하는 것이 반응이고, 인간은 행동한다는 거다. 내 생각에 진짜 사랑, 참사랑은 반응이 아니라, 지각 후에 나오는 행동이라 이해를 했다.

(3) 사랑에 빠지는 경험이 영적 발전을 지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흥미로운 지적이라고 나는 본다. 사랑에 빠질 때 우리 마음 속에 어떤 목적이 있다면, 자신의 고독보다는 외로움에 종지부를 찍고, 결혼을 통해 이를 확실하게 해두자는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나는 고독과 외로움(쓸쓸함)을 구별한다. 고독은 영어로 '살리튀드(solitude)'이고, 외로움은 영어로 '로운리너스(loneliness)'이다. 고독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불안해지는 외로움의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최고의 시간이다.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슬픔이지만, 고독은 함께 있어도 느낄 수 있는 '혼자 있음'의 자각이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사진하나_시하나 #로버트_풀검 #아직도_가야_할_길 #스캇_팩 #사랑 #자아_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