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는 이러한 계절의 순환을 따르는 영혼의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7. 24. 08:12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7월 24일)

지난 7월 19일 이루 못다한, "신뢰의 서클", 아니 신뢰의 공동체를 위한 조건 나머지 3 개를 공유한다. 참고로 이러한 공동체, 커뮤니티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조건과 특징을 지닌다고 했다.
1. 정해진 기간
2. 유능한 리더십
3. 강요하지 않는 초대
4. 공동의 근거
5. 정중한 분위기

오늘은 세 번째 '강요하지 않는 초대'로 모든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열린 초대에 응해야 한다는 거다. 조종하거나 강압하려고 하면 영혼은 놀라 달아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첫모임에서 자신의 소개할 경우 다음과 같이 하는 거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말씀해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오른쪽으로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 겁니다'라고 자기 소개를 체계화 하지 않는다. 대신 '잠시 침묵합시다. 그 다은 자신을 소개할 준비가 된 사람이 말하고, 그 다음 또 원하는 사람이 뒤를 잇고, 그렇게 마지막 사람이 말할 때까지 자기소개를 해보겠습니다." 만약 소개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누구도 바라보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1~2분 정도 침묵하면서 누구든지 다시 한 번 더 말할 기회를 줍시다. 그 다음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요." 이런 식으로, "신뢰의 서클" 리더는 강요하지 않으면 공간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거다.

네 번째 조건은 서로 다른 가치관의 믿음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진정한 삶을 살필 수 있는 공동의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공동의 근거는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거다. 그 공동의 근거를 사계절에 대한 은유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여름 휴가를 보내고 다시 일을 시작하는 시기이고, 자연이 널리 씨앗을 퍼트리는 시기인 가을을 비유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이 질문과 함께, 자신의 내면과 주변의 힘이 참자아의 느낌을 변형시키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보여주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살펴 보는 거다.
- 나는 고유한 정체성을 지니고 이 세상에 와서 이 땅에 어떤 씨앗으로 심어졌는가?
- 자신의 타고난 재능과 가능성을 어떻게 기억해내고 되살릴 수 있는가?

그러나 가을에 그러한 희만을 품고 떨어진 씨앗이라도 결국 그 가능성이 말라죽고 사라진 듯한 겨울을 견뎌야 한다. 지친 많은 사람들이 이 '겨울의 죽음'을 자신의 황량한 내면의 삶을 표현하는 아주 적절한 은유라고 인정한다. 그렇지만 자연계의 겨울을 보면서, 우리는 죽음처럼 보이는 게 실제로는 죽음이 아니라 동면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물론 일부 생명들은 죽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땅 속으로 들어가 겨울잠을 자면서 생명과 부활의 계절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것처럼 우리는 어떻게 겨울을 보낼 것인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시에 우리 안에 동면하고 있는 게 얼마나 많은 지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미처 보지 못한 내 안에 있는 어떤 가능성이 동면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고 다른 이를 깨워줄 수 있다.

봄은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고 죽음을 통해 새 생명을 낳는 경이로운 계절이다. 그래서 봄에 담긴 은유는 "역설의 꽃핌"이다. 봄의 경이로움이 겨울의 고난에서 생기듯, 이 봄의 초대를 받은 우리는 삶을 충실하고 만족스럽게 살기 위해 간직해야 할 많은 '역설'을 생각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의 믿음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욱 더 큰 의심에 흔들리기 쉽다. 우리의 희망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욱더 절망하기 쉽다. 우리의 사람이 깊어질수록 상실의 고통은 더욱 더 커진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인간으로서 간직해야 할 몇 가지 역설이다. 의심, 절망, 고통 없이 살아 가고픈 바람에서 그것들을 거부한다면 믿음, 희망, 사랑도 마찬가지로 간직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봄도 자연의 봄과 마찬가지로 반대되는 것들을 함께 간직해야 좀 더 넓고 관대한 삶을 누릴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여름은 풍요와 첫 수확의 계절이다. 참자아의 씨앗으로 뿌려져 죽음과 동면을 거쳐 꽃으로 피어나는 고된 여행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우리 안에서 자라 나오는 풍요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며, 내 안에 어떤 선물이 자라는지 알아야 한다.
- 이것은 누구를 먹이라는 건가?
- 내가 이 선물을 나누기 위해 어디로 부름을 받았는가?

우리는 이러한 계절의 순환을 따르는 영혼의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 삶은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내면의 힘과 우리가 거의 통제하지 못하는 외부의 힘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계절의 은유를 통해, 우리 모두는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알아차리고, 다른 이들과 자연의 리듬과 자연 속 생명의 리듬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계절의 순환이 "신뢰의 공동체"의 공동 근거가 된다는 거다.

다섯 번째 조건으로 "신뢰의 서클"은 정중한 분위기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단정하고 품위 있는 곳에 모여, 단정하고 품위 있는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영혼이 좋아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 방이 비좁지도 휑뎅그렁하게 크지도 않아야 하고, 충분한 공간에 편안한 의지들로 둥글게 원을 그리고, 모임의 규모가 크다면 쉽게 소그룹으로 흩어져 모일 수 있어야 한다.
- 바깥 세상을 편안하게 안으로 맞아들일 수 있도록 창문이 눈높이에 있어야 한다.
- 실내 장식은 따뜻하고 상쾌하면서 싱싱한 꽃과 같은 간단한 꾸밈이 곁들여져야 한다.
- 소리가 사방으로 튀지 않도록 바닥에 양탄자를 깔고, 작은 소리도 모든 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방음 장치를 한다.
- 조명은 찬 형광이 아인, 따듯한 백열 광이어야 한다.

그리고 일정 또한 주변 환경 못지 않게 중요하다. 영혼은 물리적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시간은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과 짝을 이루기 때문이다. 영혼을 환영하는 일정을 짜기 위해서는 천천히 하고, '더'를 '덜'로 바꾸고, 리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모임을 하고, 이런 모임에 가고 싶다.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사려가 깊은 사람이나 철학자가 주선한 모임이나 연회가 아니라면, 참석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만일 그런 모임에 참석할 수밖에 없다면 말을 삼가하라고 말한다. "침묵이 연회에서 당신의 규범이 되게 하십시오. 혹은 필요한 말만 몇 마디 하십시오,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검투사, 경마, 운동선수들, 마실 것, 먹을 것, 특히 누구를 지나치게 칭찬하거나 욕하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말을 하지 마십시오, 가능하다면, 당신은 당신을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적당한 대화를 유지하십시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침묵하십시오, 모르는 사람이나 무식한 자가 추천하는 잔치에 가지 마십시오, 만일 가야한다면, 당신은 정신을 차리고 성급한 말과 행동이 나오지 않도록 유의하십시오."(에픽테토스 <<엥케이리디온>>)  당시 사람들도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상관이 없는 타인에 관한 이야기로 시간을 축냈는가 보다. 우리에게 하루는 누구와 만나고 어울리느냐 에 그 가치가 매겨진다. 그보다도 먼저 '나'라는 인격, 나의  개성과 성향을 구체화하고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특징으로 발전시키는 하루 하루가 되도록 수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면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낮달"이고 싶다. 언제나 주목을 끌고, 화끈해 보이고, 딱 부러지게 말하던 이들은 대개 스포트라이트가 꺼지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낮달" 같은 이들은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어둠이 올 때 비로소 빛을 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꿋꿋한 뒷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낮달/이규리

무슨 단체 모임같이 수런대는 곳에서
맨 구석 자리에 앉아 보일 듯 말 듯
몇 번 웃고 마는 사람처럼
예식장에서 주례가 벗어놓고 간
흰 면장갑이거나
그 포개진 면에 잠시 머무는
미지근한 체온 같다 할까
또는, 옷장 속
슬쩍 일별만 할 뿐 입지 않는 옷들이나
그 옷 사이 근근이 남아 있는
희미한 나프탈렌 냄새라 할까
어떻든
단체 사진 속 맨 뒷줄에서
얼굴 다 가려진 채
정수리와 어깨로만 파악되는
긴가민가한 이름이어도 좋겠다
있는가 하면 없고, 없는가 하면 있는
오래된 흰죽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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