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무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7월 17일)
토요일이 삼복(三伏) 중 초복이라 했다. 삼복 초복·중복·말복을 말한다. 삼경(三庚)이라고도 한다. 육당 최남선은 저서 <<조선상식>>에서 ‘엎드리다’, ‘굴복하다’는 뜻을 지닌 '복(伏)'의 어원에 대해 “더운 기운이 가을의 서늘한 기운을 제압해 굴복시켰다”고 풀이했다.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복이라고 한 것은 음기가 장차 일어나고자 하나 남은 양기에 압박돼 상승하지 못한다고 하여 음기가 엎드려 있는 날이라는 뜻으로 복일이라고 이름한 것”이라며 “복날에는 온갖 귀신이 횡행하므로 온종일 문을 닫고 다른 일에 간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삼복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화(火)가 매우 성하고 금(金)이 가장 쇠약해지는 시기다. 이때의 더위를 ‘삼복더위’라 부른다. 한 해 중에서 몸이 가장 무기력해지는 때다. 금이 화에 굴하는 것을 흉하다고 여겨 씨앗을 뿌리거나 혼인하거나 병을 치료하는 것을 삼가기도 했다. 임금은 국정을 쉬었다. 삼복에 몸을 보하기 위해 고기로 국을 끓여 먹고 시원한 물가를 찾아 더위를 이겨내는 일을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고 한다. 일종의 피서다. 삼복더위가 시작되는 이 때는 매사에 무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과잉의 청구서"를 받지 않도록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과잉 청구서'라는 말은 소설가 백영옥의 칼럼이 얻은 거다. "우리의 신체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정 나이에 이르면 항상성은 깨지고, 노화의 속도는 개인차를 보인다. 그런 이유로 30대처럼 보이는 10대는 거의 없지만, 80대처럼 보이는 60대는 존재한다. 과식, 과음, 과로 등 젊었을 때는 치르지 않았던 ‘과잉의 비용'을 중 장년을 지나 노년기에 ‘근 손실'이나 ‘기력 저하’ 같은 결핍으로 돌려받기 때문이다. 이른바 과잉의 청구서인 셈이다."(백영옥)
"사람은 진정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의 일인자다. 인간은 아무리 슬퍼도 때가 되면 민망하게도 꼬르륵 배에서 소리가 난다. 그것이 항상성이다. 새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빈 뼈를 가지고, 낙타는 건조한 사막에 물주머니를 가진다. 무릇 모든 생명체는 항상성을 추구한다."(윤일원) 그런데 우리 인간은 현대 사회에서 ‘결핍’보다 ‘과잉’이 문제될 때가 많다.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정보는 ‘신호’와 ‘소음’으로 뒤섞여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24시간 편의점이나 배달 시스템은 현대인을 쉽게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병 환자로 만든다. 노화를 인간의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닌 ‘질병'으로 재정의한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e) 하버드 유전학과 교수가 노화 방지의 비결로 꼽은 대표적인 방법이 ‘소식'과 ‘간헐적 단식'이라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절식과 단식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활성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행복한 노후를 방해하는 3대 요소가 빈곤, 질병, 고독감인데, 그 중 나는 세 번째에 방점을 찍는다. 이를 위해, 내가 정한 노후 대책은 열심히 활동하고, 많이 접속하여 관계를 만들고, 그 활동 마당을 유지하며, 차이를 생성하는 일상을 명랑하고 즐겁게 영위하는 거다. 나 자신을 보다 더 활짝 열고 타자에게 접속한다. 삶의 방향을 정하고, 자신의 항상성을 위해 지속하고, 타자와 접속하라. 이게 영성의 지혜를 알고 사는 길이다. 이게 삶의 성장의 길이다. 인생의 사는 맛은 활동과 관계가 많고, 잘 이루어지며, 그것들이 의미가 있다면 잘 살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선은 관계의 폭을 넓게 하고, 그 관계에 충실하며, 끊임없이 접속을 유지한다면, 원하는 활동이 확장되는 것이다.
요약하면, 우리의 일상에 필요한 세 가지 키워드 중, 하나가 '활동을 한다'이다. 태양이 뜨면, 낮에 활동을 하는 거다. 몸을 움직이는 거다. 그 활동하는 곳이 직장일 수도 있고 자기 스스로 활동을 만들어내도 된다. 두 번째는 '누군가 또 무언가와 관계를 맺는 거다.' 다시 말하면 접속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삶은 활동과 접속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새로운 것이 생성되게 하는 거다. 특히 차이가 생성되는 기쁨을 누려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진정한 차이는 어떤 것을 배우면서 만날 수 있다. 우리는 그 차이를 느낄 때 살아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도시는 자주 사막에 비유된다. 도시의 이미지가 삭막한 탓이다. 도시가 사막이라면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모래알이다. 도시라는 사막에는 모래와 모래를 이어주는 접착제가 없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늘 비어 있다. 도시는 공동체를 경험하지 못한 자들의 공동체이다. 따라서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는 검색에서 사색으로, 접속에서 결속으로 옮겨야 한다. 검색과 접속의 디지털 문명에서, 뒷걸음질로 걷거나 멈춰 서는 것이 자발적 사색이다. 그리고 그런 사색과 더불어 타인의 처지에 공감할 때 사회적 결속이 생긴다.
사는 건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느냐 에 달려 있다. 그래서 사는 건 소유가 아니라 활동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노후대책은 관계와 현장의 활동이다. 한 평생을 직장과 핵가족에서만 산 사람은 은퇴 후 힘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돈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걸로는 해결이 안 된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관계와 활동이다. 계속되고 부지런한 활동은 예전의 끈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노후 대책은 관계와 현장을 재구성할 수 있는 힘이다. 우정과 지성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그 속에서 같이 읽고 쓰기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스토리들이 확장될 수 있다.
그렇지만, 소설가 백영옥의 다음 글도 잘 늙는 방법으로 중요하다. "100세인 연구에서 장수 노인들에게 보이는 공통점 중 하나가 ‘무리하지 않기’라는 걸 알고 무릎을 쳤다. 그들은 배부르기 전에 숟가락을 내려놓고, 피곤하기 전에 쉬었다. 나이가 들면 육체적 과잉뿐 아니라 감정과 욕망의 과잉도 놓아 주어야 한다. 뭔가 부족하다는 만성적 느낌에 시달리며 계속 채워 넣으려는 지금의 우리가 새겨야 할 지혜다.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집착을 버리면 비로소 ‘충분함과 과분함’을 깨닫고, 결국 ‘감사함’이라는 선물을 얻는다."
어제는 <우리대전같은책읽기> 선포식에 다녀왔다. 대전 시민이 같은 책을 읽는 시간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행사로 2008년에 시작해서 올해가 15회이다. 올해 선정된 도서는 김해원의 <<나는 무늬>>라는 장편 소설이다. 어제는 작가도 만났고, 책도 한 권 얻어왔다. 오후에 시원한 카페에서 읽을 생각이다. 선정 위원장인 진창희는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며 스스로 아름다운 무늬를 세기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을 만나면서, 청소년 노동, 가정 폭력, 아동 학대 등 작가가 이야기로 불러온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를 원했다. 오늘 사진은 그 행사장에 가다가 부른 바람을 찍었다. 그 바람이 나보고, "멈추지 말라고" 했다.
멈추지 말라고/정공량
멈추지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삶에 지쳐 세상 끝에 닿았다 생각되더라도
멈추지 말라고 멈추지는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길은 어디까지 펼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길은 그 어디까지 우리를 부르는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오직 내일이 있기에 여기 서서
다시 오는 내일을 기다려 봅니다
누가 밀어내는 바람일까
흐느끼듯 이 순간을 돌아가지만
다시 텅 빈 오늘의 시간이
우리 앞에 남겨집니다
내일은 오늘이 남긴 슬픔이 아닙니다
내일은 다시 꽃 피우라는 말씀입니다
내일은 모든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는
오직 하나의 먼 길입니다
멈추지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삶에 지쳐 세상 끝에 닿았다 생각되더라도
멈추지는 말라고 멈추지는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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