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괘 <수뢰 둔괘> (1)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경주시 황남동 미추왕릉 지구에 있는 삼국시대 신라 무덤인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금관이다. 사슴뿔 모양의 장식이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에 가져 온 사진이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7월 14일)
어제에 이어 <<주역>> 제3괘인인 <수뢰 둔괘>을 읽는다.

이 괘는 간난, 고난의 시작이다. 그러나 이 험난한 형국은 기회의 카이로스이고, 모든 새로운 질서를 포착하기에 좋은 때이다. 그래서 군자는 "구름 위, 우레 아래'인 <둔괘>의 덕성을 본받아 "경륜을 편다"라고 <대상전>은 말하였다. 그리고 초효에서 상효까지 각각의 때와 위치에 따라 해야 할 바는 다르게 말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6개의 <효사>와 <효상사>를 살펴 본다.
1. 初九(초구)는 磐桓(반환)이니 利居貞(이거정)하며 利建侯(이건후)하니라.
이 말을 번역하면, '초구는 반환함(머뭇거림)이니, 바른 데에 거처함이 이로우며 제후를 세움이 이롭다'가 된다. <수뢰 둔괘> 초구는 천기와 지기가 교합하여 생명이 탄생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이다. 그러나 외호괘가 <산, 간, ☶>이고 외괘가 <물, 감, ☵>으로 험준한 산에 구름이 걸려 있어 앞길이 아득한 상이니, 어떻게 나가야 할 바를 몰라 머뭇거리게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자리에 바르게 거처하여 기운을 기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후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 둔괘에서는 구오(九五)효가 초구를 이끌어 줄 제후가 된다. 참고로 6효중에서 초(初)와 상(上), 양효(兩爻)를 제거하고 난 중간의 4효, 즉 二, 三, 四, 五를 '호체(互體)'라 한다. 그 중에서 二, 三, 四효를 합성하여 하괘를 만들고, 내호괘(하호괘)라 하고, 三, 四, 五효를 합성하여 상괘를 만든다. 그것을 외효괘(상호괘)라 한다.
이 초구는 양위(陽位)에 양효가 있으니 그 위상과 재능은 단단하다. 그러나 초구와 응(應)하는 육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육사는 초구를 위험에 빠뜨릴 존재이다. 그러니 초구는 함부로 전진할 생각을 하지 않는 거다. 주저주저 하면서 왔다갔다하며 제자리를 맴도는 거다("盤桓, 반환"). 그리고 편안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자신의 살 길에 관해 물어 보면서("貞") 바르게 행하면 이로울 것이다. 여기서 "정"은 점친다이지만, 자신에 그 길을 질문하는 거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을 주변에 포진 시키는 거다.("利建侯, 이건후")
이에 대해 <효상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象曰(상왈) 雖磐桓(수반환)하나 志行正也(지행정야)며 以貴下賤(이귀하천)하니 大得民也(대득민야)로다." 이 말의 뜻은 '상전에 말하였다. 비록 머뭇거리나 뜻이 바름을 행하며, 귀함으로써 천한 데에 아래 하니, 크게 백성을 얻도다.” 초구는 비록 경륜이 미미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리지만 뜻은 바르게 행하고, 또한 하늘의 정기를 받아 고귀한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호괘 <땅, 곤, ☷(백성)>의 아래에 처하여 기운을 기르고 경륜해 나가니, 나중에는 크게 백성을 얻는 인재가 된다. 여기에 나오는 "이귀하천(以貴下賤)" 이야기는 어제 하였다. 다시 한번, 노자가 말하는 "善下(선하, 상대방 밑에 자신을 둘 줄 안다)"를 소환한다. 노자 <<도덕경>> 제66장에 나온다,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以其善下之(이기선하지) 故能爲百谷王(고능위백곡왕):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를 잘 낮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계곡의 왕이 되는 것이다)"이라 했다.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자신을 낮추고 고집을 버렸을 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강(江)과 바다(海)가 깊고 넒은 물이 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낮추고 아래로(下) 흘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골짜기(百谷)의 물이 그 곳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2. 六二(육이)는 屯如邅如(둔여전여)하며 乘馬班如(승마반여)하니 匪寇(비구)면 婚媾(혼구)리니, 女子(여자) 貞(정)하야 不字(부자)라가 十年(십년)에야 乃字(내자)로다.
이 말을 번역하면, '육이는 어려운 듯 머뭇거리는 듯 하며, 말을 타도 말이 서성거리니, 도적이 아니면 청혼해 오리니, 여자가 곧아서 시집가지 않다가 십 년에야 이르러 시집가도다'이다. 두 번째 자리로 음인 ‘육이’는 중정(中正)한 음으로 외괘에서 중정한 양 ‘구오(九五)’와 잘 응(應)하고 있다. 그런데 음 자리에 음으로 거하여 유순하니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외호괘가 <산, 간, ☶>으로 험준한 산에 막혀 그쳐 있으니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바로 아래에 있는 양(초구)과 정응 관계에 있는 양(구오) 사이에서 자신의 선택을 주저하는 상이다. 결국에는 중정으로 응하고 있는 구오 양을 만나게 되지만, ‘초구’때문에 주저함의 원인이 되어 한 때 기회를 놓치면, 10년이란 세월을 허비하게 된다. 여기서 "자(字)"는 '여자가 시집가는 것'을 뜻한다. 《예기(禮記)》에 여자가 "시집가는 것을 허락함에 비녀를 꼽고 자(字)를 지어준다(女子 許嫁 笄而字)"고 하였다. 남자는 20세에 관례를 올리고 관을 쓰는데, 여자는 결혼을 허락하면 머리를 이고 비녀를 꽂는데, 이를 '"자(子)"한다'고 말하였다는 거다. <<예기>>에 의하면, 여자는 15세면 '자'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효의 주인공은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屯如, 둔여"). 고민이 많고, 험난한 세상에 합무로 외출도 못하고 집에서 욌다갔다만 하고 있다("澶如, 전여") '머뭇거릴 전 전(邅)자이다. 그런데 갑자기 말을 탄 사람들이 들이닥쳐 어디론가 사라지지도 않고 집 앞에서 빙글빙글 돌고 만 있다(乘馬班如, 승마반여). '서성거릴 반(班)'자이다. 자세히 보니 도적들은 아니다("匪寇, 비구"). 알고 보니, 이들은 이 육이의 주인공 여인("女子")에게 혼인을 청하러 온 것이다("婚媾, 혼구"). 바로 아래에 이웃하고 있는 초구의 남자(양효)가 청혼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 여자의 마음은 이미 상괘의 상응하는 자리에 있는 구오(九五) 남성(양효)에게 가있다. 그래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 여자는 드디어 점을 친다. 자신에게 질문을 해 보는 거다. 그리고 머리를 이어 비녀를 꽂지 않기로 결심한다("不字, 부자") 이 여자는 십년을 기다렸다가, 결국 구오의 남자에게 결혼을 허락한다("十年乃字, 십년내자")
도올 김용옥 교수는 이 효사를 설명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이라면 이상을 향한 지조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선거의 과정에서 자기 신념을 배반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야합하는 자는 인간이라 말할 수 없다. 이 효의 이야기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십년(십년)'은 수의 종국이다. 십년이면 모든 곤란(困難)이 풀린다. 십년이라는 세월 동안 정조를 지켜 자기 갈 곳으로 간 이 여인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이 '육이' 효사에 대한 <대상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象曰(상왈) 六二之難(육이지난)은 乘剛也(승강야)오 十年乃字(십년내자)는 反常也(반상야)라." 이 말을 해석하면, '상전에 말하였다. 육이의 어려움은 강을 탔기 때문이고, 십 년 만에 시집감은 떳떳함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육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정응(正應)인 구오(九五) 효의 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아래에 초구 요 '양(강)'이 있어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고, ‘십 년 만에 시집 감’은 정응인 구오와 만나는 떳떳함을 회복하는 것이다.
3. 六三(육삼)은 卽鹿无虞(즉록무우)라 惟入于林中(유입우임중)이니, 君子(군자) 幾(기)하야 不如舍(불여사)니 往(왕)하면 吝(인)하리라."
이 말을 번역하면, '육삼은 사슴사냥에 나아가나 우인(虞人 : 몰이꾼)이 없다. 오직 숲 속으로 들어가니, 군자가 기미를 보아서 그치는 것만 같지 못하니, 가면 인색할 것이다'이다. 세 번째 음효인 ‘육삼’은 양자리에 음으로 처하여 위가 바르지 못하고, 외호괘가 <산, 간, ☶>으로 산이 되는데 상효가 같은 음으로 정응(正應)이 되지 않아 도와주는 관리(몰이꾼)도 없이 혼자 숲 속으로 들어가는 형국이다. 이러한 때에 군자라면 기미를 잘 파악하여 더 이상 진행하지 말아야 하며, 그렇지 않고 가게 되면 인색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우(虞)는 '벼슬이름 우(산과 연못을 맡은 벼슬 : 몰이꾼)자'이다. 그리고 "즉(卽)"은 '나아갈 즉 자'이다.
육삼의 자리는 대체적으로 좋을 것이 별로 없는 자리이다. 지금 육삼은 양의 자리에 음효가 있으니, 위부정(位不正)이다. 그리고 세 번째 자리이니 중정(中正)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므로 '부중부정(不中不正)'이다. 지금 이 자리의 군자가 사냥터에서 사슴을 쫓아가고 있다("卽鹿, 즉녹"). 그런데 군자의 사냥은 반드시 사냥을 안내하는 전문 사냥꾼 "우인(虞人)"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자는 자신의 위상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날뛰는 자라, "우인"의 안내도 없이("无虞, 무우"), 홀로 우거진 수풀 속으로 사슴만을 쫓고 있는 것이다. 이 군자에게는 오직 아슬아슬한 기미(幾微)의 유혹만 있다("君子幾, 군자기"). 계속 아슬아슬하게 숲속으로 빠져들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惟入于林中 유입우임중"). 이럴 때는 어떠한 경우에도 도중에 사냥을 포기하는 것보다 더 좋은 상책을 없다("不如舍, 불여사") 중도에 멈추지 않고 계속 가면("往 왕"), 비극적 결말만 있을 뿐이다("吝 인"). 이런 해석을 한 도올 김용옥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아편에 빠지는 사람, 나쁜 습관에 빠지는 사람, 정의와 진보를 외치면서도 결국 이기적 욕망에 빠지고 마는 사람, 과감하게 포기해야 할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좋은 교훈을 주는 효사이다."
이 '육삼' 효사에 대한 <대상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象曰(상왈) 卽鹿无虞(즉록무우)는 以從禽也(이종금야)오 君子舍之(군자사지)는 往(왕)하면 吝窮也(인궁야)라." 이 말을 번역하면, '상전에 말하였다. 사슴사냥에 나아가 몰이꾼이 없는 것은 새를 좇음 이요, 군자가 그치는 것은 가면 인색하여 궁하게 된다'이다. 즉, 자신의 처지가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 있으면서 허황된 꿈을 꾸는 것이니, 마치 사슴을 잡으려고 산에 갔다가 새를 좇는 격이고, 만일 계속 가게 되면 인색하여 궁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자는 하고자 하던 일을 그쳐야 한다.
왜 '사슴' 사냥이라고 했을까? 사슴은 종종 관리들의 벼슬을 상징한다. '사슴 녹(鹿) 자'와 '벼슬 녹(祿) 자'가 같은 음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이 '육삼'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육삼 씨! 사슴 앞에 가까이 있는데, 주위를 살펴 염려해 주는 사람이 없군요. 마음에 물어보아 숲 속으로 들어가네요. 현명한 사람(군자)은 조짐을 알아차려 포기하는 것만 못하니 가면 인색하군요." 여기서 사슴은 위험한 동물이 아니다. 오히려 사슴을 잡겠다는 욕심으로 쫓아가다 보면 위험한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뜻이 아닐까? 보통 우리들에게 사슴은 우수에 찬 눈망울을 지닌 또 목이 길은 가냘픈 동물이다. 노천명 시인의 사슴이 생각난다.
사슴/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 본다.
그러나 제왕 자리를 놓고 숫 사슴끼리 벌이는 싸움은 처절할 정도로 벌어진다고 한다. 권력의 제왕을 나타내는 신라 경주 금관은 사슴뿌리를 상징화해서 만들어 졌고, 유방과 항우는 황제 권력을 두고 서로 싸우는 전쟁을 '축록전(逐鹿戰)'이라 불렀다. 그러고 보면 사슴을 권력으로 은유한 것이 이해된다. 그러면 앞으로 읽을 육사 효 이후가 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인문 일지>를 마치며,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자성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정치적으로는 윗사람을 농락해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록위마"는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가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세워 조정의 실권을 장악한 뒤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좋은 말 한 마리를 바칩니다”고 거짓말한 것에서 유래했다. 호해는 “어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오”라며 신하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을 기억해 두었다가 죄를 씌워 죽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진나라 간신 조고가 어린 황제 호해 앞에서 사슴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말하고는, '말(馬)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바른 말을 하는 신하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몰래 다 숙청하여 황제보다 자신이 더 권력이 세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고사성어이다. 즉, 얼토당토 않은 것을 우겨서, 윗사람을 멋대로 주무르고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른다는 의미로 쓰이는 고사성어이다.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보인다.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보기 힘들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복합와인문화공간뱅샾62 #사슴 #노천명 #즉록무우 #이건후 #이거정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