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되며, 인간이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7. 8. 17:47

3377.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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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아보면 인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민주화, 자본주의 등 문명의 전환점마다 단순히 저항하기보다 더 나은 선택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왔다. 인공지능(AI) 시대라는 문명적 갈림길에 선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본래의 목적을 잃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유용한 도구가 아니라 잠재적 위협이 된다. AI는 유례없이 예측이 어렵고,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AI를 더욱 신중하고 지혜롭게 다루어야 한다.

유발 하라리의 통찰이 소환된다. 그는 <호모 데우스>에서 인류가 기근, 질병, 전쟁이라는 고전적 재앙을 극복한 이후에는 영생과 행복, 신적인 능력을 추구하며 ‘호모 데우스’, 즉 신적 존재로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 중심에는 AI, 생명공학, 빅데이터가 있다. 그리고 이 기술들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감정과 선택은 더 이상 신성한 것이 아니며, 인간의 판단과 자유 의지는 점차 알고리즘에 의해 대체되고, 결국 우리는 모두 빅데이터의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되며, 인간이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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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100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학교 교육과정에 AI를 본격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하려는 국가의 의지를 보여준다. AI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데이터 기반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이 교실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아이들은 친구와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AI와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낯선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지적을 전남 화순 불암사 주지인 법인 스님이 하신다. 그래 오늘 아침 우선 이 문제를 공유한다.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인재를 키우려는 학교 문법도 필요하다. 그것은 AI를 통한 데이터 기반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데이터 기반 사고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고를 바탕으로 길러지는 고차원적 역량이다.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며, 스스로 탐구하고, 모르는 것을 짚어 질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사고력이 먼저 갖추어져야 한다. 따라서 AI 교육은 단순한 기술 전달을 넘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철학적 전제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AI는 유익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 위에 군림하는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이와 맞물려, 마하트마 간디가 말한 ‘일곱 가지 사회악’ 중 ‘인간성 없는 과학’과 ‘인격 없는 교육’은 오늘날 AI 시대에 더욱 절실한 경고로 다가온다. 공동체 정신과 윤리가 결여된 과학과 교육은 AI 문명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다.

전남 화순 불암사 주지인 법인 스님의 혜안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지적한다.
- 우리 아이들이 최첨단 교육환경에서 AI가 제시하는 문제를 풀고 있다 해도 친구와 협력해 탐구하고 질문하는 능력을 잃어간다면 그것은 교육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 AI 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쳐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 어떤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지 성찰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 기술은 인간을 위한 것이지, 인간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어떤 과학 문명 앞에서도 지혜롭게 사고하고 공감하고 연민하며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존재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 지금 보고, 듣고, 생각하는 자는 누구인가? AI는 우리에게 묻는다. '나의 판단은 이러하다. 이제, 너는 어떻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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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원에서 어제부터 서울대 도서관에 붙어 있다는 다음  8가지 문장을 갖고 사유하고 있다. 이건 낡은 학교 문법이다. 시대가 바뀌면 의식을 바꿔야 한다. 우연히 카톡에서 만난 거다. 
▪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 내가 포기한 그 순간, 누군가는 간절히 버티고 있다
▪ 남들이 나를 믿어 주길 바라지 말고, 내가 나를 먼저 믿어야 한다
▪ 게으름은 잠깐의 달콤함 이고, 후회는 평생 간다
▪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나의 10년 후를 만든다
▪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 공부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 네가 흘린 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이 8개의 문장을 소개한 필자는 "그냥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이네. 이 정도의 의식 수준이니 문제가 많구나"라며 다음과 같이 되씹어보있다. 거기에 인문 운동가의 시선을 보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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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나를 믿어 주길 바라지 말고, 내가 나를 먼저 믿어야 한다. → 이것은 나쁘지 않네." 사람은 스스로 믿는 대로 된다. 그러니 자기 신뢰가 최우선이다. 진정한 자신을 찾고 스스로를 신뢰하면, 우리는 답을 알게 된다. 마음이 머리보다 더 힘이 세다. 우리 대부분은 그 고유한 임무에 몰입하기 보다는, 타인이 좋아할 만한 일, 타인이 내게 하는 일을 훔쳐보며 따라한다. 우리는 초중고 심지어는 대학교육을 통해, 저마다의 소질을 탐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탐구하기 보다는, 자신이 우연히 접하게 된 일에 매달리며 소일한다. 그런 일엔 신명(神命)이 있을 리가 없다. 타인의 말이나 의견에 중요하며, 그것에 삶의 해답이 담겨져 있다고 세뇌 당해 왔다. 자신의 심연을 들여 다 보고, 내면의 소리를 들으러 하지 않는다. 독창성과 창의성의 시작은 자기관찰과 자기 존경과 자기 신뢰에 있다.

사실 우리들의 삶은 본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다. 헤르만 헤세 식으로 말하면, 자신을 향해 쉼 없이 걷는 일이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고 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그런데 우리는 자신 자신하고는 상관 없는, 혹은 자기 자신하고 연관된 타인들이 좋다고 제시한 세계관, 종교관, 삶의 철학을 수용하여 자기 삶의 문법을 구축하려 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모래 위해 세운 집처럼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 깊이 숨어 있는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가는 여행은 숭고하며 감동이다. 왜냐하면 그 여정을 보는 사람들에게 그들도 자신들의 보물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리더는 자신에게 리더인 사람이다. 깊은 사고를 통해, 갈림길에서 자신의 혼을 담을 수 있는 선택을 감행한다. 자신에게 리더인 자가 대중에게도 리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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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은 잠깐의 달콤함 이고, 후회는 평생 간다. → 뭐 게으르기도 하고 멍 때리기도 해라. 불 멍 노을멍은 인생을 풍요롭게 해 준다." 김기석 목사의 다음 글을 소환한다. "분주함이 사회적 신분에 대한 표징으로 인식되는 세상에서 한가로움은 덕이 아니라 게으름으로 받아들여지기 일쑤이다. 가속의 시간에 적응하며 사는 이들은 아름다운 풍경이나 예술품 앞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아니, 오래 머물지 못한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에 몰두하는 동안 향유의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향유’(frui)와 ‘사용’(uti)을 구분한다. 사용이 대상을 자기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라면, 향유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이다. 향유는 가장 온전한 사랑함이다. 향유의 능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타자들과 허물없이 순수한 사귐은 불가능 해진다. 사용할 것을 많이 소유하는 것을 성공의 가늠자로 삼을 때 사람은 욕망의 종살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쏟아지는 정보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바라게 된다. 이곳에 있으면 저곳에 가고 싶고, 여기에서 저기를 꿈꾼다. 이런 이유로 어떻게 모든 것을 해낼 것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더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마음에 ‘빈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호흡을 수련하며 끊임없이 흘러가는 과거, 미래의 생각을 알아채고, 현재로 돌아와 바로 여기에 머무는 명상은 오래전부터 현자들의 지혜였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스마트폰으로 오염되고 분절된 시간 속에 사는 우리에게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멍’이다. 타닥타닥 타 들어 가는 모닥불을 바라보는 ‘불멍’부터 호숫가에 앉아 잔물결을 바라보는 ‘물멍’, 한강이 보이는 호텔에 앉아 차를 바라보는 ‘차멍’, 집중해서 간식을 먹거나 노는 반려견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멍멍’은 현대인이 특별한 수련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상의 명상’이다. 멍해지는 동안 시간은 느려지고, 잡념은 옅어 지고, 호흡과 맥박이 안정되는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과열된 뇌를 식히는 것이다. 쉬는 것과 잘 쉰 것 같은 느낌은 다르다. 최근 각광받는 ‘간헐적 단식’ 역시 내장기관에게 주는 휴식이다. 불멍은 ‘뇌’에게 주는 휴식이다. 다리가 부러진 사람에게 필요한 건 훈련이 아니라 휴식이다. 마음이 부러진 사람 역시 그렇다.

'멍 때리기'는 숲으로 나가 자연에 몸을 맡기는 산림욕과 비슷하다고 한다.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혈압과 심박 수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멍 때리기에 대한 관심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한강 멍 때리기 대회’의 인기를 봐도 짐작된다. 2014년 장난처럼 시작된 이 행사는 해가 거듭될수록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 5월 12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는 2787개 팀이 몰려 경쟁률이 35대 1을 넘었다 한다. 1등을 해봐야 상금도 없는데 너도나도 머리를 비우겠다고 몰려왔다. 본선에 오른 남녀노소 77개 팀은 90분 동안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행사를 주최한 시각 예술가 웁쓰양(WOOPSYANG)은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가치 있을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현대인의 뇌는 고단하다. 밀려드는 정보 속에 쉬는 시간조차 온전히 쉬지 못한다. 뇌는 몸무게의 3%에 불과하지만 신체 에너지의 20%를 소모한다. 뇌가 혹사당하면 몸도 쉽게 피로 해진다. 우리 뇌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는 부위가 있다.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이 부위가 활성화된다. 해외 여러 연구 결과, 지친 뇌를 쉬게 해서 DMN을 활성화시키면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기억력이 좋아진다. 집중력과 창의력이 높아지고, 아이디어도 많이 나온다. 눈 건강에도 좋다. 머리가 복잡할 땐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게 필요한 이유다.

수년 전 <<멍 때려라>>라는 책이 있었다. 그만큼 바쁜 현대인에게 뇌를 쉬게 하는 시간이 얼마나 절실한지 많은 이들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들의 이런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광범위하게 퍼진 인터넷과 스마트폰 문화 탓에 아직 말도 못 뗀 영유아까지도 멍 때리는 놀이 시간을 도둑맞고 있는 것 같다. 식당에서 어린 꼬마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집중하는 모습을 자주 만난다.

내 고향 시인을 만난다. 오늘 공유하는 시의 "텃밭"을 '마음 밭'으로 바꿔 읽는다. '마음밭' 가꾸느라 애쓰는 대신 무엇이 자라든 그냥 두기로 한다. 해와 달과 별들이 가꾸도록 나는 지켜보기만 한다. 텃밭은 온갖 "진객"들이 찾아오는 놀이터가 된다. 땅은 원래 그러한 것이었다. 선악의 판단만 멈추면 모든 게 꽃밭이 아니겠는가? 가끔은 게으를 줄도 알아야겠다. 오늘 사진도 계족산에 가서 맨발걷기를 하다가 '멍'하게 하늘을 본 것이다.


게으름 연습 /나태주

텃밭에 아무 것도 심지 않기로 했다
텃밭에 나가 땀 흘려 수고하는 대신
낮잠이나 자 두기로 하고
흰 구름이나 보고 새소리나 듣기로 했다

내가 텃밭을 돌보지 않는 사이
이런 저런 풀들이 찾아와 살았다
각시풀, 쇠비름, 참비름, 강아지풀,
더러는 채송화 꽃 두어 송이
잡풀들 사이에 끼어 얼굴을 내밀었다
흥, 꽃들이 오히려 잡풀들 사이에 끼어
잡풀 행세를 하러드는군

어느 날 보니 텃밭에
통통통 뛰어노는 놈들이 있었다
메뚜기였다 연초록 빛
방아깨비, 콩메뚜기, 풀무치 어린 새끼들도 보였다
하, 이 녀석들은 어디서부터 찾아온 진객(珍客)들일까

내가 텃밭을 돌보지 않는 사이
하늘의 식솔들이 내려와
내 대신 이들을 돌보아 주신 모양이다
해와 달과 별들이 번갈아 이들을 받들어
가꾸어 주신 모양이다

아예 나는 텃밭을 하늘의
식솔들에게 빌려주기로 했다
그 대신 가끔 가야금이든
바이올린이든 함께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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