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는 것이다. 누가 발생시키는가? 바로 나 자신이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6월 26일)
지난 주는 18세에 세계적인 음악 콩쿠르 밴 클라이번에서 최연소 1위를 기록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뉴스에 많이 등장했다. 나는 다음과 같은 그의 우승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 하고만 사는 게 꿈인데, 그렇게 되면 수입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고 있다.” “한국 나이로 내년에 성인이 되는데, 그 전에 내 음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콩쿠르에 나왔다. 음악 앞에 모두가 학생이고, 내가 어느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MZ 세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MZ세대란, 밀레니얼(Millennials)의 M과 제네레이션(Generation)의 Z가 합쳐진 말입니다. M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로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로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라는 특징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 MZ세대는 2019년 기준 약 1,700만 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한다고 했다. ‘우리’를 더 중시했던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자기애가 더욱 강한 MZ세대는, 스스로의 만족을 중시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투입하는 돈이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대학 내일신문>의 '20대연구소'가 공개한 MZ세대를 상징하는 5개 키워드가 생각난다. ‘다만추세대’, ‘후렌드’, ‘선취력’, ‘판플레이’, ‘클라우드 소비’, 다 나는 처음 들어 보는 이야기이다.
• 다만추는 ‘다양한 만남을 추구한다’라는 뜻으로,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등에 이은 새로운 개념이다.
• 후렌드는 ‘WHO+Friend’를 합친 말로 온라인에서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 SNS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연애를 하는 등의 파격적인 추세를 나타낸다.
• 선취력은 ‘先취력’이란 의미로 원하는 바를 이뤄내기 위해 촛불집회, 국민청원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성향을 나타내는 말이다.
• 판플레이는 놀이판의 ‘판’과 놀다는 ‘플레이(play)’가 합쳐진 단어이다. 콘텐츠를 단순히 보는 행위에서 끝나지 않고, 댓글을 달거나 직접 참여하는 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나의 놀이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뜻한다.
• 클라우드 소비는 구매보다는 구독을 통한 공유의 개념을 뜻한다. 원하는 순간 딱 원하는 만큼만 니즈가 충족되길 바라는 소비로, 소유보다도 공유로 소비 밸런스를 맞춘다는 뜻이다.
돈이라는 추상기계 앞에서 아무런 원칙 없이 살아 온 많은 기성세대들이 힘들어 할 것은 당연해 보이나, 습관이나 관성을 담배 끊듯이 담박에 끊어내면 MZ 세대와의 소통 길이 열리지 않겠나 싶다. 이를 위해, 언론들이 말하는 MZ 세대들의 특징을 정리해 본다.
• MZ 세대는 투명한 원칙과 과정을 탁월한 것으로 생각한다.
• MZ 세대는 행복 우선주의자들이다.
• MZ 세대는 행동원리는 프로토콜주의다.
• MZ세대는 자기 속의 멀티-페르소나를 사랑한다.
• MZ 세대는 직선적이다.
다시 오늘 아침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로 돌아온다. 한국 경제의 김보라 기자의 지적처럼, "‘다른 차원’의 연주 실력을 뛰어넘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속마음을 내놓은 임윤찬은 2004년생. 그의 말엔 미래 세대의 코드가 담긴다. 기성세대가 순위 매기기를 위해 만들어진 콩쿠르는 ‘나를 확인하기 위한 시간’으로, 목에 걸어준 금메달은 ‘쇳덩어리’로 바뀐다. 어쩌면 임윤찬의 말에는 이전까지의 세대가 젊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본질이 들어 있다. 행복의 조건을 먼저 깨달은 세대의 통찰이 녹아 있다'는 거다. MZ 세대는 우리 세대와 다르다. 지난 해에 나는 이미 놀란 적이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양궁팀 동료에게 ‘쫄지 말고 그냥 대충 쏴’(2001년생 안산)라는 의연함, 높이뛰기로 자신의 기록을 깬 뒤 메달은 못 땄지만 ‘후회 없는 경기가 맞고, 진짜 저는 행복하다’(1996년생 우상혁)는 당당함, 자유형 100m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뒤 ‘물속에서 행복했다’(2003년생 황선우)는 여유로움을 나는 이미 봤다. 일상에서 별것 아닌 것에 조급해하고, 별것 아닌 말에 얼굴 붉히고, 별것 아닌 것에 우울 해하던 우리 세대는 그렇게 새로운 세대의 말들에 흠칫 놀라곤 했다.
우리 세대는 비교에 쩔었다. 우리 세대는 한국 경제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때도 행복지수가 늘 바닥이었다. 우리는 ‘엄친아’ ‘아친딸’ ‘금수저’ ‘흙수저’처럼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굳이 스스로를 열등감 속으로 몰아넣었다. 심지어 행복지수를 두고도 매년 상위권 국가를 ‘부러워하며’ 그들은 왜 행복할까를 분석하느라 여념 없었다. 건강한 부러움은 삶을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모두가 같은 기준에서 행복의 기준을 찾는다는 건 애초에 환상에 가깝다.
그러나 MZ 세대들 중, 특히 Z 세대들은 디지털 원주민들이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전 세계의 문화, 정보와 다층적으로 연결됐다. 내가 몰랐던 세계가 어느 순간 드넓게 확장되고, 때론 내가 알던 세계가 그저 작은 먼지일 수 있음을 유년기부터 체화한 이들이다. 누가 정한 건지 모를 기준에 의한 ‘주류의 세계’에서 아등바등 경쟁을 벌이는 어른들의 모습이 이들 눈에는 별 의미 없는 삶처럼 보였을 테다. 주류 근처에서 맴돌며 인정받길 기다리느니, 우리만의 리그를 만드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걸 눈치챘을 테다. 안 되는 걸 되게 하느니, 안 되면 되는 거 하는 게 현명하고, 일찌감치 내 안의 나와 싸우며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근원적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터득했을 테다. 김보라 기자의 의견이다. 나도 동의한다. 그리고 내 가치관도 바꾸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 누가 정한 건지 모를 기준에 의한 ‘주류의 세계’에서 아등바등 경쟁을 다 이상 벌이지 말자.
• 주류 근처에서 맴돌며 인정받길 기다리느니, 우리만의 리그를 만든다.
• 안 되는 걸 되게 하느니, 안 되면 되는 거 하는 게 현명하고, 일찌감치 내 안의 나와 싸우며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 길이 더 행복해 지는 길 같다. 하버드대의 인생 성장 보고서 《행복의 조건》은 사랑하는 사람, 내일의 희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행복의 조건으로 꼽는다. 이타적인 삶, 예술적 창조로 갈등을 해소하는 승화, 밝은 면만 보려고 인내하는 억제, 지나치게 심각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 유머 등 네 가지 심리적 방어기제가 행복의 조건을 구체화하는 전제라고 한다. 이 결론을 얻는 데까지 하버드대 연구진은 한 세기를 보냈다. Z세대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불과 10년 만에 이것을 온몸으로 깨우쳤다. 이것도 부럽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김보라 기자의 글에서 알게 된 거다.
행복(happiness)의 어원은 'happen(일어나다, 발생하다)이다. 그러므로 행복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는 것이다. 누가 발생시키는가? 바로 나 자신이다. 이게 행복의 테크닉(기술)이 아니라, 행복에 대한 원리이고 법칙이다. 자신이 살 만한 이유를 가질 때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일, 그것이 행복이다. ‘행복’happiness라는 영어단어는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일에 몰입할 때 나에게 생기는 일, 즉 ‘해프닝’happening이다. 같은 어원에서 온 두 단어들이다. 그런 사람만이 아름답다. 그는 한 송이 꽃처럼, 한 그루 나무처럼, 한 마리 새처럼 언제나 자신에게 몰입되어 있다. 꽃이 옆에 있는 꽃에게 자신보다 더 예쁘다고, 자신보다 크다고 불평하거나 시기하지 않는다. 꽃에게 ‘너는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꽃은 거침없이 말할 것이다. ‘나는 나다’. 오늘 아침 사진이 오전 산책에서 만난 접시꽃이다.
MZ 세대들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았다. 부모로부터 형성된 유년기의 1차 자아와 청소년기의 2차 자아를 갖고 성장한다. 독립된 인간이 되기 위해 이 두 가지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아를 깨부수고 나와야 하는데, 사실 이전까지의 세대는 대부분 중년이 될 때까지 그러지 못했다. 부모가 만든 기준, 학교가 만든 경쟁, 사회가 만든 잣대에 적당히 맞춰가며 그게 바로 나의 모습인 것처럼 살았다. MZ세대는 사회화 과정을 디지털 세상에서 겪었다. 부모와 또래집단을 넘어서 더 광활한 세상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각자의 세계를 구축했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내 속은 시커멓다. 오늘 아침 시의 "업보"때문이 아닐까? 세상만사가 그렇듯, 그 눈부신 빛 아래에는 그만큼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그 어두운 이야기는 블로그로 옮긴다.
업보/강민숙
그림자가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
나는 내가 무거워
햇빛 쨍한 날
내 그림자를
먹어버렸다
내 속이
시커먼 까닭이다.
이젠 글을 두 가지 버전으로 쓴다. 길게 사유한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면 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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