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이상으로 강해지려는 욕심은 버리라.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6월 23일)
노자 <<도덕경>> 제30장에서 주목하는 문장은 두 개이다. 하나는 "不以兵强天下(불이병강천하)"과 "物壯則老(물장즉로) 是謂不道(시위불도) 不道早已(불도조이)"다. 첫 번째 문장을 말 그대로 하면, '힘, 아니 무력으로 천하를 강하게 만들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나는 이 문장을 '필요 이상으로 강해지려는 욕심은 버리라'는 메시지로 받아 들인다. 힘, 아니 권력이 생기거나, 경제력, 돈을 필요 이상으로 쌓아 두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도(道)"라는 거다. 두 번째 것은 이 장의 마지막 문장으로 '모든 사물은 지나치게 왕성하면 곧 쇠퇴하게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일찍 늙는다. 이것을 일컬어 우리는 "부도(不道)", 즉 도 답지 아니하다고 한다. 그리고 도에 어긋나면 곧 앞 길이 막힌다. 다시 말하면 도를 따르지 않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거다. 오늘 아침 나의 <인문 일기>를 잘 읽으면, 새로 취임하는 모든 지자체 단체장들이나 정치인들이 새로운 각오를 할 텐데. 검사라는 무력으로 힘을 필요 이상으로 다스리다 보면, 그 조직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게 도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은 이 30장의 정밀 독해를 한 구절 씩 나누어 시도해 본다.
• 以道佐人主者(이도좌인주자) 不以兵强天下(불이병강천하) 其事好還(기사호환): 도로써 왕을 보좌하는 사람은 군사력으로 천하를 평정하지 않는다. 무력을 쓰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른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주인(主人)'이 아니라, '인주(人主)'라 쓰고 있는 점이다. 그러니까 사람의 주인으로 '왕'이나 '군주'를 가리킨다. 따라서 첫 문장은 '도로써 사람의 주인을 보좌하는 사람은 병사를 키워 무력으로 백성들을 다스리려고도 무력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력을 사용하면 그 무력이 다시 되돌아 오기 때문이다. 여기서 "호(好)"는 '자주'라는 말이다. '자주'라는 말은 거의 매번 그렇다는 거다. 그러므로 항상 그렇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其事好還(기사호환)"은 무력으로 다스리면 그 무력으로 당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다. 디 돌아오게 되어 있다. 칭찬을 하면 칭찬이, 손가락질 하면 손가락질이 돌아 온다. 정리를 하면, '도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상사를 보좌한다면 무력을 사용했을 때 반드시 그 무력이 졸아올 줄을 안다. 그러므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해치는 것이 되므로 무력을 사용하도록 하지 않는다는 거다. 여기서 무력은 '힘'으로 보아도 된다.
"전쟁은 인류의 유위(有爲)적 행동이 저지르는 모든 악업(惡業)의 최대치이며, 인간의 우매성과 잔혹성의 최악의 발현이다."(김용옥) 정말 전쟁은 무모한 짓이라 생각한다. 노자는 다음 구절에서 잘 묘사하고 있다.
• 師之所處(사지소처) 荊棘生焉(형극생언) 大軍之後(대군지후) 必有凶年(필유흉년): 군사가 주둔하던 곳엔 가시 엉겅퀴가 자라나고, 전쟁 뒤에는 반드시 흉년이 뒤따르게 된다.
말 그대로 하면, '군대가 있는 곳에는 가시나무가 자랄 것이다. 군대가 지나간 뒤에는 반드시 흉년이 있다'이다. 사실 군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머문 곳은 황폐해진다. "형극( 荊棘)"이 가시나무이다. 이 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군대가 있는 곳은 다른 식물들은 자랄 수 없고 가시나무밖에 자라지 않는다. 사람이 지나간 자리는 길이 생겨난다. 그런데 수 많은 사람이 있는 군대가 지나간 곳은 당연히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전쟁을 한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흉년을 맞을 거고, 백성들은 굶주릴 것이다. 결국 다른 나라를 치려다가 백성들만 고생이다. 병사들을 모아 힘을 키워 강하게 하는 것이 결국 이렇게 되돌아 온다는 것을 말하는 거다.
군사력은 국가운영에 필연적인 것으로 건실하게 갖추어야 할 요소이다. 그러나 노자가 말하는 것은 그 군사력을 유지하는 원칙을 말하는 거다. 그 근본자세가 "불이병강천하(不以兵强天下)"이다. '군사로써 국가를 강하게 만들 수 없다'는 역설이다. 국가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병(兵)이 아니라, 반전(反戰)의 사유와 문화이다. 힘으로 싸우거나 전쟁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과 그런 문화 말이다. 도올 김용옥 교수가 강의에서 강조하는 거다.
"'진보주의', '자유의 증대', '군사 폭력의 근원적 해소' 운운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외치는 '반군감정'은 우리 국가사회를 근원적으로 좀먹는 망 말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유니 진보니 하는 썩어빠진 서구적 가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제 진정으로 자유가 아닌 협동을, 진보가 아닌 사회구조화를, 평등이 아닌 건강을 외쳐야 할 때가 왔다. (…) 군비의 충실한 보강은 '머스트'이다. 그런데 그 모든 총체적 보강의 배경에 반드시 반전(反戰), 부쟁(不爭), 불이병강천하(佛以兵强天下)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0
주말 농장에 오랜만에 갔더니, 작년에 피어났던 해바라기 자기 자식들을 데리고 올해도 또 태어났다. 오늘 아침 사진이 그 거다. 해바라기 밭이 되었다. 얼마나 반겨주던지 모두 고개를 들고 환영의 박수를 쳤다. 이른 봄에 심은 야채들은 모두 꽃을 피우고 제 길을 갈 준비에 분주했다. "다 스스로 그러함(自然)"이다. "늘 그러함(知常)"을 알라는 <<도덕경>> 제16장이 떠올랐다.
대저 만물은 무성하게 자라 엉키지만, 제각기 또 닷 그 뿌리로 돌아갈 뿐이다.
그 뿌리로 돌라는 것을 일컬어 고요함이라 하고, 또 이를 일러 제 명으로 돌아간다 한다.
제 명으로 돌아감을 늘 그러함이라 하고, 늘 그러함을 아는 것을 밝은 지혜라 한다.
늘 그러함을 알지 못하면, 망령되어 흉을 짓는다.
(夫物芸芸(부물예예(운운)) 各復歸其根(각복귀기근), 歸根曰靜(귀근왈정) 是謂復命(시위복명)復命曰常(복명왈상) 知常曰明(지상왈명), 不知常(불지상) 妄作凶(망작흉))
주말농장에서 지상(知常)을 배웠다.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읽고 있는 제30장의 후반부가 그걸 말한다. 시 한편 공유하고 정밀 독해를 이어간다.
스스로 그러하게/이순희
언제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를 화분에
하얀 날개 같은 꽃이 피었다
볼품없는 잎을 달고 제구실도 못하던 싸구려 그 화분엔
물도 잘 주지 않았다
예쁜 꽃을 피우는 화분들에게 정성 들여 물을 주다가
남은 물 선심 쓰듯 조금 끼얹어 줄 뿐이었다
그런데 그 화분 잎 끝마다 뽀오얀 속살을 내밀더니
천사 날개 같은 꽃을 피웠다
그러다가 스치는 무엇
무심해져야
꽃도 꽃잎 무심하게 지우고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을
꽃 하나 피웠다고
호들갑 떨지 말아야겠다
노자 <<도덕경>> 제30장을 이어간다.
• 善有果而已(선유과이이) 不敢以取强(불감이취강) 果而勿矜(과이물긍) 果而勿伐(과이물벌) 果而勿驕(과이물교) 果而不得已(과이불득이) 果而勿强(과이물강): 훌륭한 사람은 목적만 이룬 다음 그만둘 줄 알고, 감히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목적을 이루었어도 자랑하지 않고, 목적을 이루었어도 뽐내지 않고, 목적을 이루었어도 교만하지 않는다. 목적을 이루지만 부득이하게 하고, 목적을 이룬 후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정치를 잘하는 사람은 이루어 놓은 결과 이상의 것을 취하려 하지 않고, 자랑하는 태도를 갖지 않고, 공을 내세워 교만하지 않으며 어찌할 수 없는 필연의 도리에 따라가되, 그 이상 강대 해지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도올 김용옥의 해석은 '부득이 해서 병력으로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뿐이지 무력으로 패권을 과시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좋은 성과가 있어도 뽐내지 아니하며, 좋은 성과가 있어도 으스대지 아니하며, 좋은 성과가 있어도 교만하지 아니한다. 좋은 성과가 있었던 것도 단지 부득이해서 그러한 것일 뿐이니. 좋은 성과를 올렸다 해서 강함을 과시하려 하지마라"는 거다. 그런 이유를 다음 문장이 잘 말해준다.
• 物壯則老(물장즉로) 是謂不道(시위불도) 不道早已(불도조이): 만물은 장성하면 반드시 쇠퇴하기 마련이니 강한 것에 집착하는 것은 도에 벗어나는 부도이다. 이러한 부도는 오래 가지 않는다.
도(道)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강함은 약함에 의해 약해지고, 약함은 강함에 의해 강해진다. 그러므로 치우치면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부도(不道)이다. 이 부도는 오래가지 못하고 일찌감치 멈추게 된다. "조이(早已)"의 이는 '지(止)'의 뜻으로 쓰인 것으로 본다. 현 정부의 정치인들은 이 "불도조이(不道早已)"를 명심해야 한다. 우린 한 번 경험하지 않았는가?
도덕성이 없어지면 자신의 권력의 힘만 남는다. 그런데 그러한 힘은 도덕성을 더 갉아 먹는다. 그러면서 사회질서가 무너진다. 이것이 이 장의 "불이병강천하(佛以兵强天下, 힘으로만 국가를 강하게 만들 수 없다)"의 철학이라는 현실적 의미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경향성은 확장되는 점이다. 그러다가 "불도조이(不道早已)"하는 거다. 도(道)답지 아니하면 일찍 끝나버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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