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말을 덜해야 한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6월 21일)
오늘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는 날,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夏至)이다. 24절기 중 열 번째 날로 망종(芒種)과 소서(小署) 사이에 있다. 이 날 지표면에 닿는 태양빛이 가장 많기 때문에 이날부터 점점 기온이 올라가, 삼복 때에 이르러 절정을 이루게 된다. 농촌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이전에 모두 끝난다. 그리고 햇감자를 캐어 쪄 먹거나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 먹는 시기가 바로 이 때이다. "하짓날은 감자 캐 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이라는 말이 있다. 농촌에서는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했다. 그리고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 어제는 한가한 오후에 <<태도의 말들: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를 펼쳤다. 몇 가지를 눈에 들어왔다. 공유한다. 인문 정신을 키우는 것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말을 덜해야 한다. 특히 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보다 일을 직접 수행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 들어야 한다. 내게 어떤 선택 권한이 있을 때, 나만 말하고 있지는 않는지 자주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행간을 읽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단어보다 쉼표를 읽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사람은 말보다 표정을 읽으려는 사람이다. "말하지 못하는 것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학자 엄기호의 말이 오늘 눈에 잡힌 문장이다. 엄기호에 의하면, "말하는 것을 듣는 건 수비만 하는 것"이라며 "고통은 침묵으로 표현될 때가 많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가장 잘하는 대화는 듣기를 잘하는 사람이라 했다. 게다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듣는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말을 많이 하지 않으면 그득해진다. (…) 속이 든든해 지고 싶으면 말을 참아야 한다."(시인 박연준) 사람도 많이 만나지 말아야 한다. 글쓰기도 그렇다.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 건 정적 없이 쏟아지는 수다가 아니라, 매우 적은 글자로 완성한 몇 개의 문장이다. 작가처럼, 나도 아늑하고 고요한 일상을 꿈꾼다. 안온(安穩, 조용하고 편안함)한 삶은 충만한 삶에 가깝다. 김소연 시인의 말처럼, "심심함이 윤기 나는 고독이 되어 갈 때 나는 씩씩 해진다." 씩씩하게 살고 싶다. 그러면서 나를 소외시키고 싶지 않다. 부지런을 떨수록 우리는 점점 자신으로부터 멀어져서 낯선 사물이 되어 간다. 자신의 감정을 너무 모르는 체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의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명언들이 있다. "남에 의해 바뀌면 참 힘들다." "행복한 사람일수록 사소한 리추얼이 많다." "주체적인 삶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내 관심사를 끊임없이 공부하는 일이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끊임없이 좋아하는 걸 공부하고 있으면 불안하지 않아요. 내 실력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면 불안하지 않습니다." "불안하면 숲이 안 보인다." 지금 자신이 불안하다면, 자신의 성장 곡선을 따져 보아야 한다.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좋은 사이가 되면 점점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생활이 풍성해진다. 사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작가 이보현의 말을 전하며, 이런 말을 보탰다. "좋은 사람이 될수록 조은 사람이 눈에 많이 보이고, 좋은 사람들 곁에 머물 수 있다. 세상은 알록달록한 사람을 주목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구김 없는 담백함을 지닌 사람이다. 어떤 말을 해도 온화하게 스며드는 착한 눈빛을 지닌 사람, 뭉근하게 다가오는 사람. 오늘도 그런 사람을 찾아 기꺼이 폐를 끼치며 산다." 내가 사는 방식을 잘 표현했다.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이 비교적 잘할 수 있는 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우선으로 하고 싶다는, 저자가 <한국일보> 최윤필 기자와 했던 인터뷰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것을 소개했다. "할 수 있는 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살기를, 삶이 지금보다 조금 더 편하고 즐겁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더 자주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말 속에서 최근에 내가 꿈꾸는 삶이 그려져 반가웠다. 저자도 그랬다고 한다. "할 수 있는 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조금 더 즐겁게 살길 바란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않고, 뜨겁지 않게 은근하게, 꺼드럭거리지 않으면서 살고 싶다." 배경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말이다.
배경이 되는 기쁨/안도현
살아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누구의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다.
별을 빛나게 하는
까만 하늘처럼
꽃을 돋보이게 하는
무딘 땅처럼
함께 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연어떼처럼
이젠 글을 두 가지 버전으로 쓴다. 길게 사유한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면 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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