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정을 지키기 위해선 책임지지 않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빈틈을 샅샅이 찾아내 메꾸어야 한다.

3309.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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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정을 지키기 위해선 책임지지 않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빈틈을 샅샅이 찾아내 메꾸어야 한다. 선출된 대통령이라 해서 마음대로 정부를 운용해도 성과만 내면 되는 곳은 공화국이 아니다. 국민 주권 시대, 말 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시대를 위해 소수가 권력을 집중하는 일에 눈을 부릅뜨고 살펴 보아야 한다.
미국 전역에서 참여한 ‘미국에 왕은 없다(No kings)’ 집회가 시작되었다. 트럼프의 독재적 행태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집회와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노 킹스’(No Kings)라는 구호는 영국 왕의 자의적 지배에 반발해 독립한 미국의 기원을 떠올리게 한다. 대선 토론에 손바닥에 임금 왕(王) 자를 쓰고 나왔다가 파면으로 끝난 그 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영어 그리고 대다수 유럽 언어에서 ‘공화국’의 어원은 라틴어 ‘Res publica’, 즉 공공의 일이라는 뜻이다. 국가 형태라는 맥락에서 보면 국가가 왕실 또는 특권층의 사적 소유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공화국, 그것도 왕정에서 독립해 만들어진 미국에서 ‘왕은 없다'는 구호를 내세운 시위가 벌어진 것은 놀랍다. 한국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은 익숙하다. 왜 이런 문제가 계속될까?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는 당연한 명제 혹은 최근 민주주의의 쇠퇴 현상이라는 포괄적 분석 외에 어떤 이유가 있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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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 개인 그리고 그를 둘러싼 측근과 특정 집단이 권력을 사유 화하면, 국민 모두의 것이어야 하고 모두를 위해 쓰여야 할 공화국의 권력이 소수에게 독점돼 공화국의 본질에서 벗어나면, 공화정 체제에서도 전제정과 유사한 현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왕은 없다’ 시위가 벌어진 이유는 트럼프 정부가 유례 없을 정도로 가족과 측근 위주로 돌아가고, 권력 서열이나 실질적 권한이 공식적 직제가 아니라 트럼프와의 거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12·3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권력 사유화의 폐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절감했다. 대통령이 나온 특정 고교, 특정 기관 출신이 권력을 독점했고 그들의 지위와 보상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 달려 있었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한마디에 국민의 군대를 헬기에 태워 적진이 아니라 여의도로 보내는 황당한 일을 자행하는 것이다. 내란 극복을 위해 엄정한 수사와 처벌도 해야 하지만, 다시는 내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공화정을 지키기 위해선 책임지지 않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빈틈을 샅샅이 찾아내 메꾸어야 한다. 선출된 대통령이라 해서 마음대로 정부를 운용해도 성과만 내면 되는 곳은 공화국이 아니다.
시민을 탄생시킨 혁명적 이행의 핵심은 왕이나 영주가 모든 재화를 소유하고 분배하던 시대에서 개인들이 재화를 생산하고 소유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왕이 갖던 책임성을 시민이 갖는 것이다. 현대에서는 책임성을 자각하는 성숙된 시민의 존재 여부가 그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 민주공화국은 그 구성원이 시민으로 형성되어 있으면 잘 운용되고, 자본주의는 재화가 자본의 단계로 성숙되어야 잘 운용된다. 성숙된 시민, '위대한 개인'은 역사적 책임감으로 무장해 있는 구성원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정치적 행위가 역사의 진행 방향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자본도 마찬가지이다. 역사의 진행 방향을 향해 열려 있으면서 책임성을 발휘하는 재화라면 크기에 상관없이 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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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사회의 비극과 부조리는 근본적으로 부의 편중,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에서 기인한다. 이 불평등은 공공성을 상실한 극소수 기득권층의 사익을 돕는 수단으로 타락해버린 국가권력의 오용 내지 남용이라는 문제와 연관된다. 우리에게 아직도 필요한 것이 '완전한' 민주 적 기본질서의 정치 실현이다. 절차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인 일상에서의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다소 효율적이지 못하고, 시끄럽다 할지라도. 그리고 경제민주화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완전한 경제적 평등은 하나의 몽상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 극심할 경우, 사회 구성원 다수에게 '자유로운 삶'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경제적 불평등의 결과는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가 망한다는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공화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나는 공화주의야 말로 다수 시민의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는 유일한 체제이라고 본다. 그런데 공화정의 최대 방해 자는 부의 균형을 완강히 거부하는 부유층의 탐욕이다. 왜냐하면 부의 과도한 격차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의 격차를 가져오고, 그렇게 되면 귀족과 평민의 평등한 참정권을 전제로 하는 공화주의는 존속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공익 내지 국익으로 끊임 없이 위장, 은폐하면서 상습적인 거짓말을 한다. 프랑스대혁명 이전 몽테스키외는 공화주의에서 시민은 "소박하게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평론의 편집장이셨던 고 김종철의 주장도 마음에 와 닿는다. 그에 의하면, 공화주의자는 "고르게 가난하게 살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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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의 완전한 균등화나 사유재산의 폐지를 원치 않는다. 문제는 지나친 격차, 그로 인한 권력의 독점과 공권력의 오용을 말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자는 자신의 자본으로 일하지 않아도 더 쉽게 돈을 벌며, 가난한 자는 죽어 라고 일해도 먹고 살기에 급급하다면 그 사회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직도 돈이 있으면 무죄이고, 돈이 없으면 유죄인 사법 제도의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그러니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사법부가 독립되어야 한다.
해결책의 하나는 좀 과격하지만, 게르만 족의 공동체가 했던, 만약 부자가 위세를 부리면 "그냥 죽여버렸던" 것처럼 하는 것이다. 물론 정의를 위해 인간을 살해하는 것은 오늘의 상황에서 용인될 수 없다. 다만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매우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 단호함은 직업 정치인이나 기득권층의 말을 들을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응답하는 정권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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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한복판인데, 벌써 무덥다. 더위를 이기는 길은 고요를 얻고 마음의 비움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옛 어른들은 더위를 피하는 방법으로 고요를 얻고 마음의 텅 빔을 얻는 것에 있다고 했다. 그 말은 마음에 번뇌가 적고 몸에 괴로움이 사라진 상태이다. 우리는 이를 어려운 말로 적정(寂靜)이라 한다. 적정이라는 말은 불교 용어이다. 마음에 번뇌가 없고, 몸에 괴로움이 사라진 해탈, 아니 열반의 경지이다. 이 적정에 이르면 더운 줄을 모르게 된다는 뜻일 테니 마음을 항복 받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 테다. 마음을 항복 받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눈 앞에 벌어지는 일을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가장 좋은 것이 숲 길을 조용히 걷는 일이다. 왜냐하면 숲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고요함이기 때문이다. 숲길에 이르면 뒤이어 저절로 뒤따르는 것이 충만한 행복감이다. 우리가 쫓아가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걷는 우리에게 고요와 행복이 조용히 다가온다. 그리고 마침내 들리기 시작한다. 멀리 떨어진 교회 종소리, 묻어 두었던 마음의 소리, 양심의 소리와 함께. 오늘 아침 사진 집 근처의 숲으로,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정돈된 길이다.
숲 속에 서서/정희성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을 때
나는 숲을 찾는다
숲에 가서
나무와 풀잎의 말을 듣는다
무언가 수런대는 그들의 목소리를
알 수 없어도
나는 그들의 은유(隱喩)를 이해할 것 같다.
이슬 속에 지는 달과
그들의 신화를,
이슬 속에 뜨는 해와
그들의 역사를,
그들의 신선한 의인법을 나는 알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이기에,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울면서 두려워하면서 한없이
한없이 여기 서 있다
우리들의 운명을 이끄는
뜨겁고 눈물겨운 여유를 찾아
여기 숲 속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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