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 국민들은 주권 자인 우리의 힘을 믿는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6. 3. 16:52

 

3294.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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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통령 선거일인데, 투표 참관일로 오전에 일하고 왔다. 오늘 밤 12시 경에 선거 결과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었다. 잘 알다시피, 이 판이 어제오늘에 갈린 것은 아니다. 윤석열이 평지풍파 일으킨 12·3 내란부터 시작이 다. 주권자의 가슴속 멍울도 그날부터 이다. 국민의힘이 빳빳이 고개 들 수 없는 조기 대선, 후보가 가장 늦게 김문수로 결정됐을 뿐이다. 새벽 3시 한덕수로 당 후보를 바꿔 친 친윤계의 막장극이 당원투표로 뒤집힌 그날이다. 김문수는 어제까지 왔다 갔다 했다. 불법 계엄 사과하면서 헌재의 만장일치 탄핵을 비난한다. 내란이란 것도, 극우 전광훈과의 인연도 뭉갠다. ‘탄핵의 강’을 못 넘은 그 어정쩡함은 태생적이다. 이준석까지 언어 성폭력으로 뭇매 맞더니, 단일화 밀당하고 부정선거만 좇다 보수의 대선은 끝났다. 

2
우리 국민들은 주권자인 우리의 힘을 믿는다. 정당 국민의 힘이 아니라, '진짜' 주권자인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국난 속에서도,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국민이었다. 대통령이 보낸 계엄군을 막은 것도, 윤석열의 한남동 요새를 무너뜨린 것도, 만장일치 헌재 파면을 이끈 것도 주권자였다. 더하면,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 앞 정치개입을 막은 것도 성난 여론이다. 내란 수괴가 지지한 보수후보 단일화가 ‘ㄷ’자도 못 넘고, ‘1+1’이 ‘2’가 못됨을 일깨운 것도 민심이다. 정치인이 정치하는 듯해도, 큰 정치는 국민이 한다. 3년 만에 대통령을 다시 뽑는다. 투표해야, 국민이 이긴다. 투표해야, 나라가 정상화된다. 그 힘으로, 대선 후보들이 약속한 대로, 낡고 좁은 헌법 고쳐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

그 외 할 일들도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다.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 내란 단죄도, 김건희의 디올백, 다이아목걸이 그리고 샤넬백 행방도, 억울하게 죽은 채 상병의 해원(解寃)도 특검이 끝내야 한다. 
▪ 입 열지 않는 ‘계엄 비선’ 노상원의 위험천만한 수첩도, 지귀연 재판부와 심우정 검찰이 왜 윤석열을 풀어줬는지도 밝혀야 한다. 
▪ 빠르게 관용 없이 거악(巨惡)의 중심 걷어내고, 문제 투성이 검찰은 또 고쳐 쓰려 힘 싣지 말아야 한다. 
▪ 이 모든 진실이 모일 종착점은 내란 수괴다. 한강에서 개 산책하고, 부정선거 다큐 관람하고, 대선까지 뛰어든 윤석열의 재구속이다. 

숙제가 내란 뿐인 가? 새 대통령이 먼저 받아들 ‘독이 든 성배'는 따로 있다. 
▪ 망가진 경제와 민생, 2년간 90조원이 세수 펑크 난 재정이다. 1분기 역성장한 나라는 4월 생산, 소비 그리고 투자, 5월 수출이 다 뒷걸음쳤다. 
▪ 구직과 진학 준비 없이 쉬는 청년도 50만명을 넘었다. 쌍봉형 빈곤, 청년은 지갑에 돈이 없고 노인은 지갑을 열지 않는 단다. 
▪ 바닥 예측도 어려운 내수와 저성장 위기다. 
▪ 민주주의가 벼랑에 서지 않도록 불평등, 뒤처진 AI, 꺼진 성장동력, 인구와 지역소멸· 그리고 기후와 에너지 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 이름과 엇간 인권위, 진실화해위와 국민권익위, 뉴라이트 수장이 똬리 튼 역사와 교육기관도 원위치해야 한다.

3
흥미로운 것은 권력이 기울자, 관가엔 먼저 눕는 줄사표와 늑장 조치가 끝없다. 수사와 감찰을 받기 전, '난파 정부'에서 뛰어내리는 ‘윤석열들’이 보인다
▪ 어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마지막 출근을 했다. 김건희 특혜 수사 지휘자다. 
▪ 닷새 전 ‘2인 방통위’ 김태규 부위원장이 사표 냈고, 
▪ 그 앞엔 ‘민원 사주’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사의 표명 후 병가를 연장했다. 
일패도지(一敗塗地)가 사람뿐이 아니다. 
▪ 감사원이 대통령 관저를 이제서야 현장 조사한다. 
▪ 내란 비화폰과 국무회의 영상이 이제 압수되었고, 
▪ 이상행동 잡힌 한덕수, 최상목 그리고 이상민이 이제 출국 금지됐다. 
▪ 정치검찰이 1년7개월째 ‘명예 훼손’으로 얽으려 한 경향신문 윤석열 대선 후보 검증 보도가 이제 무혐의 나고, 
▪ 육사는 홍범도 흉상 철거를 이제 멈췄다.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가 소환된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 풀이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지" 못하게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 같은 시인데, 해석을 이렇게도 할 수 있다.


풀/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이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나는 '힘보다 회복력(resilience)이 더 중요하다' 고 생각한다. 갈대와 떡갈나무의 차이이다. 태풍이 불면, 강철처럼 튼튼한 떡갈나무는 박살이 나지만, 나긋나긋 하고 회복력이 있는 갈대는 낮게 몸을 숙였다가 폭풍이 지나가면 다시 벌떡 일어난다. 떡갈나무는 실패에 저항 하려다가 오히려 확실히 실패한다. 회복력이란 다음에 무엇이 올지 내가 예견할 수 없음을 예견하고, 상황 인식력을 높이는 것이다. "애야, 쇠가 튼튼한 게 아냐./삶이 더 튼튼해." (<원시인 코난> 중 툴사 둠의 말)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의 "풀"처럼, 우리는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냐 한다."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

4
새로운 시대 앞에서 갈피를 못 잡는 이들이 연일 틀린 이야기를 하는 핵심에는,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게으른 둔감함과 철학의 부재가 깔려 있다. 시대정신을 읽고, 읽게 하는 것이 내 <인문 일지>이다. 내일부터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주권 시대로 갈 것이다. 대표 정당도 무너질 것이고, 대표 언론도 무너질 것이고, 보수를 가장했던 한국 극우가 무너질 것이다.

변화는 항상 쉽지 않다. 현재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익숙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현 상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변화를 공언하면, 우리는 기대를 보낸다. 하지만 막상 변화가 시작되면 불편하다. 익숙함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변화의 대상에 내가 포함되면 불편이 불만이 된다. 기대했던 이들은 변화가 시작되면 바로 더 나은 결과를 경험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많은 경우 사실이 아니다. 개혁 직후에는 손해나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과정이 길어지면 변화에 대한 ‘피로감’이 들 수도 있다.

개혁이 시작되면, 일부 시민과 언론은 이미 이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비판을 쏟아낼 것이다. 개혁보다 익숙한 이 방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득세할 것이다. 방 하나를 정리해도 며칠이 걸리는데, 몇십년 굳어진 한국 사회경제체제의 체질 개선이 단기간에 완성되어 열매를 생산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까? 서구 국가들이 거대 개혁을 성공시킨 사례에는 단기적 혼란과 손해를 감내할 수 있는 정치적 조정체계와 시민들의 인내가 있었다. 노사정의 합의로 단기간의 내리막길을 함께 감수하거나 정치의 결정에 대한 지금까지의 신뢰가 잠시의 어려움에 대해 저항하기보다는 믿음을 선택하게 했던 것이다. 그렇게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대응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노동시장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오르고 싶다면, 내려가는 길을 함께 인내하고 버틸 힘이 있어야 한다.

5
정치 조정체계가 허약한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시민의 인내와 노력이다. 새 정부가 ‘얼마나 잘하는지,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 지’를 바라보는 정치나 정책 소비자가 되지 말자. 정부만 노력해서 큰 변화가 일어나는 마술은 없다. 방향이 맞는다면, 신뢰하고 인내하며 동료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나의 귀한 소득을 조금씩 내놔야 할 수 있고, 불편한 의견에 타협해야 할 수도 있다.

새 정부는 오늘의 변화가 당장에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조급한 정치적 수사 대신에 차분하고 끈기 있게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시기이니 함께 헤쳐 나가지 않으면 안 되고, 고통이 뒤따를 수 있음을 설득할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내 덕이요'라는 사람 대신에 ‘내 탓이요'라는 성찰적이고 소통에 능한 지도자들이 새 정부를 구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책의 세밀함은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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