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주인이 유능한 머슴, 즉 공복(公僕)을 뽑는 소중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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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3.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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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대통령 선거일이다. 12·3 불법 계엄이 벌어진 지 딱 6개월 만이다. 늦은 밤 대통령이 느닷없이 방송 화면에 나타나 계엄을 선포하고, 무장 군인들이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던 비현실적인 장면이 생생하다. 한겨울 시민들의 응원봉 시위, 내란 세력의 법꾸라지 같은 행태, 대통령 파면 등 미증유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야유하지 마세요. 투표하세요.(Don’t boo. Vote.)”2012년 9월 12일,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 현장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군중에게 외친 한마디 이다. 상대 후보의 이름이 언급되자 청중이 야유를 퍼붓는 순간, 오바마는 감정을 표출하는 대신 직접 행동하라고 요구했다. 단호하지만 절제된 그 외침은 대선을 하루 앞둔 지금의 한국에도 똑같은 울림을 준다. 바로 지금 우리는 다시 오바마의 말을 떠올려야 한다. 정치는 야유받을 만한 이유로 가득하지만, 그런 정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수단은 바로 투표이기 때문이다. 감정으로 휘청이는 정치에 이성으로 응답하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의 책임이며 최대의 권리다. 우리가 내일 소중한 한표를 반드시 행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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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주인이 유능한 머슴, 즉 공복(公僕)을 뽑는 소중한 기회다. 정치 실패의 책임을 정치인들 탓으로 쉽게 돌리지만,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의 선택에 따른 책임이 가장 무겁다. 6·3 조기 대선에 임하는 국민 개개인은 책임을 통감하는 심정으로 투표장에 가야 한다. 사전투표에 이어 3일 본투표에서 진짜 주인 답게 무서운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민주공화제를 정치체제로 채택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위대한 결단이었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1910년에 망한 대한제국의 왕조체제로 되돌아가길 단호히 거부하고 전혀 새로운 민주공화제를 꿈꿨다. 그런 임정의 법통을 계승해 1948년 출범한 대한민국은 온갖 내우외환에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제의 튼튼한 뿌리를 다져왔다. 민주공화제를 이어가는 것은 지금 우리 세대의 신성한 의무다. 일각에서 입법부와 사법부에 이어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삼권분립의 균형이 무너져 총통제로 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하지만 총통제는 시대착오다. 누구든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다면 결연히 맞서야 한다. 머슴이 상전 노릇 하는데도 묵인하면 주인이라 할 수 없다.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대한국민"에게 있다. ‘우리 대한국민’은 3·1대혁명,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을 통해 말로만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진짜 민주공화국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촛불’과 ‘빛’의 혁명을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켜냈다. 이제 헌정 수호의 깃발 아래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주권자를 떠받들 심부름꾼을 뽑아야 할 국민의 시간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민주공화국을 위협하는 망령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어 한시도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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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 선거는 누가 뭐라 해도 헌정 파괴의 책임을 묻는 심판 선거다. 시대착오적인 망상으로 자랑스러운 민주공화국을 일순간에 무너뜨리고 주권자의 신임을 배반한 내란 우두머리를 탄핵해 새 정부 수반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헌정 파괴의 책임을 같이 져야 할 후보가 적잖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들의 민주공화국에 대한 위험이 여전함을 경고한다. 자유와 민주를 팔아먹으면서 정작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허무는 것은 주저하지 않는 정치꾼들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민주공화국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과제이다. 이게 내일 선거를 해결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주권자가 일꾼 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그들 만의 국가’를 종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다음 같은 것들 때문이다.
▪ 김문수 후보는 전 세계가 목도해 너무나 명백한 헌정 파괴 행태의 본질을 확인한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파면 결정을 공산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반민주적 결정으로 폄하했다.
▪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계엄 선포를 정치행위로 옹호하며 국회에서 홀로 사과를 거부한 것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 그리고, 내란 우두머리를 보좌하던 국무위원 출신 답게 부하들은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데 법복 귀족들을 등에 업고 불구속 재판의 호사를 누리면서 아무런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옛 주군을 옹호하기에 급급하다.
▪ 이런 후보를 내세운 국민의힘은 당원과 국민이 뽑은 후보마저 날치기로 교체하려던 내란 추종자들에게 여전히 장악돼 있다. 내란 옹호 정당의 이런 후보가 당선된다면 나라를 거덜 낸 내란과 그 주동자에 대한 탄핵마저 없었던 것처럼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된다. 애당초 출마 자체가 어불성설인 후보를 아직도 30%를 넘는 국민들이 지지하는 현실이다.
다시 말하지만, 결국 이번 선거는 심판을 넘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나는 이미 사전투표를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일 공식 선거에 꼭 참여하여 한다. 그리고 우리는 진영 논리를 벗어나 헌정 파괴의 전과에도 불구하고 지지하는 국민들 또한 우리 대한국민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과 공존할 수 없다면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진짜 민주공화국을 온전히 꾸려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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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주권자가 일꾼 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그들 만의 국가’를 종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나아가 그들의 숙주가 된 모든 혐오와 배제와 차별의 원인을 성찰하고 국가권력이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우리들의 민주공화국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우리 대한국민의 또 다른 현명한 결단과 위대한 실천을 고대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헌정 파괴도 불사하는 확신범이 아니라면 그러한 야만의 세력을 차악으로 선택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숙고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한 줌도 안 되는 헌정 파괴 세력이 '그들 만의 국가'에서 그들 만의 자유와 권력을 과도하게 누려왔던 전철을 되밟지 않고 진짜 민주공화국의 미래를 열어 나갈 수 있다. 우리 근현대사는 분단 체제를 빌미로 안보 보수와 시장경제 보수를 자처하며 자유와 민주의 유보를 정당화하던 극우 세력에 유린 당해 왔음이 이번 12·3 내란 사태를 통해 다시금 드러났다. 보수의 기치 아래 안보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내세웠지만, 그들 만의 알량한 자유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안보나 국민경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헌정을 파괴할 수 있는 사이비 자유민주주의의 민 낯을 보았다. 자유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 모든 영역에서 권력을 독과점하고 그들을 위협하는 가상의 적을 끊임없이 악마화해온 것이 그들 만의 국가가 재창출된 마법이었다.
그러나 숱한 헌정사의 고비마다 직접 나서서 사이비 자유민주주의의 헌정 파괴를 막아온 다수의 국민들은 이제 이 저주의 마법에 속지 않는다. 그리고 혹여나 우리 안에 지금도 남아 있는 마법의 찌꺼기마저 이번 선거를 통해 떨쳐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헌정 파괴 마저도 눈감게 만드는 마법의 망령과 관성에 사로잡힌 동료 시민들의 감정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우리는 비상계엄의 밤 계엄군을 맨손으로 막았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을 지켜보며 헌법을 공부했다. 조기 대선을 맞아 ‘민주주의 꽃'인 선거에 직접 참여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일만 남았다. 최근 거리에서 본 2030그룹은 ‘꼭! 6월 3일 투표해요!’라 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투표를 통해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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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나는 늘 오세영 시인의 시를 공유한다.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사진은 어제 운동 중에 만난 꽃이다. 그 꽃은 그렇게 거기서 자기의 꽃 시절을 한껏 만끽하고 있었다. 자기 연민이나 비애 따위는 없었다. "예수는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염려하며 사는 이들에게 그런 걱정에 사로잡히지 말고 하늘을 나는 새와 들에 핀 꽃을 보라고 했다. 세상의 모순에 눈을 감고 정신 승리하라는 말이 아니다. 삶을 바라보는 더 높은 시선을 얻으라는 초대이다. 장대한 것, 무한한 것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기에 우리 영혼은 가난하다. 시간의 폭력에 저항할 필요가 있다"(김기석). 그러니까 "묵묵히 준비한 자리에 반드시 때는 찾아온다"(박노해). 믿는다.
6월/오세영
바람은 꽃 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채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 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 졌기 때문입니다.
숲 더러 길이다 하고
들은 들 더러 길이라는 데
눈먼 나는 아 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다시 말하지만, 선거, 참 중요하다. 우리는 '4류 정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앞서가는 분야들이 이 '4류 정치'에 발목이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4류 정치'의 책임은 정치인들이지만 유권자인 국민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인들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선거하고,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 가동 시켜야 한다. 정치인보다 유권자가 깨어나야 한다.
<<장자>> <인간세>에 나오는 것이다.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안회의 갸륵한 마음을 알면서도 공자는 안회의 요청을 거절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근심 걱정이 있으면 남을 도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먼저 "스스로 도를 굳힌 뒤에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소경(시각장애인)이 소경을 인도할 수 없다는 거다. 이제 겨우 인의(仁義)를 배우고 그것으로 정치판에 뛰어들겠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라는 거다. 유가(儒家)에서는 '수기치인(修己治人), 즉 자기 수양을 했으면 사람을 다스리라고 했지만 섣부른 수기(修己)만으로는 치인(治人)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오히려 '치인'이 아니라, '재인(災人)', 즉 남에게 재앙을 안겨 주는 일이 되고, 결국 자기를 해칠 위험까지 있다고 했다.
▪ 이상만 높고 정치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경험을 못한 햇병아리가 세상사에 닳고닳은 정치 지도자들, 사람을 자기들 마음대로 주물러 온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다 가는 오히려 그들에게 설득당하고 이용만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옛날에 인격을 잘 닦았지만 백성을 위한다는 이상만으로 백성들 편에 서서 임금에게 간하다가 죽은 역사적 인물 두 명을 실례로 들려주면서 심지어 죽음을 당할 수 있으니 아예 갈 생각을 말라는 것이다.
▪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네가 위나라로 가려는 것이 진정으로 그 나라 백성들을 위한 것인지 네 명예와 실리를 위한 것인지를 살펴본 후에 가고 말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명예와 실리 추구는 성인들도 물리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상과 포부만은 좋을지 모르나, 그 것만으로는 될 일이 아니니 위나라에 가겠다는 생각을 아예 포기하라고 한다.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동기(動機)가 무엇인지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다. 결국 아무리 대의명분을 내세워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것이 조금이라도 자기의 이기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를 냉철히 살펴보고, 속으로 조금이라도 꿀리는 것이 있으면, 이런 일이 본인에게나 남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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