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원래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도 커지는 법이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6. 3. 15:51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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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6월 3일)

판단 중지하고 진심으로 들어주고 다른 사람에게 온전하게 집중하는 것은 사랑의 표현이다. 그건 진심으로 듣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괄호로 묶는 훈련이기도 하다. 나는 '판단 중지'라 말한다. 그것은 가능한 한 말하는 사람의 내면 세계를 그의 입장이 돼서 경험하기 위해, 자신의 편견, 판단 기준, 욕구들을 일시적으로 포기하거나 제쳐 두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합일은 실제로 우리 자신을 확장하고 확대하는 것이어야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늘 새로운 지식은 획득 된다. 더욱이 진심으로 듣는 것은 "괄호로 묶기", 즉 자신을 제쳐주는 것이므로 이것은 또한 다른 사람을 일시적으로 완전히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받아 들여지고 있음을 느끼고 듣는 이에게 마음 속에 간직했던 것을 개방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이렇게 됨으로써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사랑의 2인 춤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6월에 쓰는 편지"이다.

6월에 쓰는 편지/허후남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 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 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는지요

얼마 전에 읽은 마티아스 뇔케는 자신의 책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에는 "핸디캡의 원칙"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탁월함을 드러내고 증명해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꽤 많다. 모든 게 자기 홍보인 시대다. 불꽃 튀는 경쟁 속에서 칭찬받고 인정받으려면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했으며, 얼마나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는지 설명해야 한다는 강박이 팽배하다. 그러니 과감히 그 나팔의 행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적인 힘'을 작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주는 거다.  그런 사람은 분명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겸손한 능력자'이다. 이것이 '핸디캡의 원칙'이다. 다른 사람에게 아첨하며 특별한 인상을 주지 않아도 된다. 뽐내거나 화려한 겉치레를 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그런 것들 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우리는 더 빛날 수 있다는 거다.

원래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도 커지는 법이다.  높은 기대를 능가하는 뭔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수준에 그치면 기대는 쉽게 충족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대가 높다는 것은 사실 그리 좋은 신호가 아니다. 그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기대를 뛰어넘는 '전략적 비관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나를 소모하는 일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높은 목표를 정해둔 사람은 압박감에서 자유롭기가 힘들다. 반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은 부수적인 압박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이들은 평온하다. 그러니 부담감을 덜 느끼면서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니 너무 많은 약속을 남발하거나 장담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절제를 우리는 '전략적 비관주의 태도'라 부른다.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노력을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이들은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면서 더 차분하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이 분야의 연구를 한 사람이 줄리 노럼(Julie Norem, 웰즐리대 심리학과 교수)이다. 그의 말을 들어 본다. "이런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실패의 두려움을 장악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소평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은 '기대 이상을 해내는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거다. 만일 어떤 일이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성사되었다면, 아주 많은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이란 뇌의 보상 시스템으로, 우리가 행복감을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이다. 그러나 '당연히 이뤄질 것'이라고 확고하게 예측하면, 우리의 뇌는 신속하게 그 일이 처리되었다고 인식하고 다른 일로 넘어간다.

과소평가는 이런 메커니즘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조용하고 묵묵히 있던 내가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해냈고, 그럼에도 자신이 겸손한 자세로 스스로를 낮춘다면, 그 결과는 놀라울 것이다. 나에게 공감하고, 신뢰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성공을 향해 내달리기만 하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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