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지 예 괘 (1)

3282.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5월 22일)
1
따사로운 햇살을 한껏 머금은 오월의 장미는 눈부시다.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검붉게 변하는 꽃잎. 깊은 사연들을 간직하려는 듯 겹겹이 쌓은 속살은 은은한 향기도 품었다. 결코 싫증나지 않는 자태와 향기를 가졌지만 은밀히 감추고 있는 비수 같은 가시는 사람들의 불손한 손길을 쉽게 허락지 않는다. 아름다움과 위엄을 함께 간직한 모순의 꽃, 장미가 깊고 진한 삶과 사랑을 담았기에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그런데 세상은 온통 정치의 시간이다. 작년 12,3 내란으로 이루어진 조기 대선이 이제 12일 남았다. 새롭게 '진짜'로 빨리 시작되었으면 한다.
장미의 법칙/김종제
수면 아래 있다가
생의 속내를 한꺼번에 드러내는
각혈의 법칙이다
나를 밟고 앞서 가라 하고
저는 분신으로 다 태워버리는
부활의 법칙이다
때로는 절대적인 사랑이라던가
무조건의 희생이라던가
무덤 속까지의 약속인 것이다
반성도 없이 잠든 세상을 깨워
한 수 가르치겠다고
손에 손에 햇불을 들고 서서
어둠을 밝히는 법칙이다
굶고 병들은 시대에
피눈물 흘리는 법칙이다
참회하고 용서하고
기도하고 합장하는 손길의 수인이고
십자가인 법칙이다
우주를 다 품고 가겠다는
하늘의 별 같은 것이라서
지상의 중심에 깊이 파고든
배꼽 같은 법칙이다
담장 위에 올라앉아
세상 불태울 궁리를 하고
새날을 열려고 하는 법칙이다
2
오늘은 <<주역>>을 읽는다. 벌써 제16괘인 <뇌지 예> 괘를 읽을 차례이다.

외괘가 <진뢰(震雷), ☳>, 내괘가 <곤지(坤地) ☷>로 이루어진 괘를 ‘예(豫)’라고 한다. ‘예(豫)’는 즐거운 것이고, 앞을 내다보는 것이다. 우레가 땅 위로 떨쳐 나오니 자연의 소리가 널리 퍼지고, 음악의 즐거운 소리가 사방에 퍼져 나간다. 또한 초목이 땅 위로 솟아나오니,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의미도 있다. 땅 위에 우레가 나와 있다. 옛날에 성인이 음악을 짓는데 땅에서 우레가 나와 '우르릉' 하고 소리내는 것을 듣고 음악을 지었다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면 어깨 춤이 나오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뇌지>를 "예(豫)" 괘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괘 전체로 볼 때 '구사'의 양 하나에 다섯 음이 있다. 음은 정적인 것으로 소리를 낼 수 없고, 양은 동적인 것이므로 소리를 내이 이 '구사'의 양에서 모든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구사'에서 나오는 소리에 모든 음이 즐거워한다. 다섯 여자가 '구사'의 한 남자를 놓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괘 <곤괘>는 토(土)이고, 외괘 <진괘>는 동방목(木)이니, 봄의 형상이 된다. 가냘픈 새싹이 겨우내 얼어붙어 있던 단단한 땅을 뚫고 올라서는 기운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기적과 같은 힘이다. 우레가 세상을 뒤흔드는 정도의 강력한 에너지인 것이다. "예(豫)"에는 미리 예측하다, 미리 준비하다'의 뜻이 있다. 봄에 우레가 치기 위해서는 가을에 우레의 씨앗이 땅에 심어졌기 때문이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균형과 조화, 질서의 순환과 지속을 위해 '천지의 도'는 항상 미리 대비한다.
<뇌지 예(雷地豫)> 괘에서 다음과 메시지를 읽기도 한다. "믿을 수 있는 참모에게 실권을 주라. 겸손을 지키면 기쁘게 될 것이다. 능력이 있어도 주목받지 못하던 사람이 때를 만나면 순식간에 대발한다. 들판에 우레가 치듯 사방에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그의 성공은 그가 고생하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절을 인내하는 동안 자기의 시력을 기르고 그릇을 키운 덕택이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하고 고생 자체를 성공의 전제 조건으로 여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어려워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시력을 기른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고난을 넘어 만사가 형통해진 때에도 겸손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힘겹게 얻은 성취를 모래성처럼 무너뜨리는 일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오중호).
그리고 <뇌지 예(雷地豫)> 괘는 '일양오음(一陽五陰)' 괘로 <중지 곤(重地坤)>에 체를 둔 것이다. <중지 곤> 괘 '육사' 효가 변하면 <뇌지 예> 괘가 되니, <곤괘(坤卦)>의 '육사' 효사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六四(육사)는 括囊(괄낭)이면 无咎(무구)며 无譽(무예)리라" 이다. 번역하면, '육사는 주머니를 매면 허물이 없으며 명예도 없을 것이다'가 된다. 외괘가 <진, ☳> 괘가 되어 즐거움이 지나치거나 혹은 예측한 바를 함부로 발설하여 흉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외호괘의 <감 ☵> 괘로 ‘입 주머니를 매라(括囊)’고 하는 것이다.
점을 쳐서 이 괘를 얻으면 땅 속에 묻혀 있던 우레가 봄에 땅 밖으로 터져 나오듯이, 그동안 노력에 비해 빛을 보지 못했던 시절이 끝나고 세상에 알려지는 등 크게 기쁠 일이 생기게 될 고임을 암시한다.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면서 겸손함을 잃어버리면 자칫 기세만 요란한 속빈 강정이 될 수도 있으니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뇌지 예> 괘의 배합괘는 제9괘 <풍천 소축> 괘가 된다. 즉, 귀를 찢을 듯한 우레소리가 사방에 가득하고 구름이 빽빽하여 금시라도 엄청난 비가 쏟아질듯한 상황("密雲不雨, 밀운불우")이니 마치 그간 창고만 채우고 있던 재고를 일거에 소진시키는 것은 물론 막대한 물량의 추가 수주까지 받았다고 흥분해서 미리 파티를 연 형국이다. 하지만 정식 계약 전에 일이 틀어지고 마는 것이다. 때가 되기 까지는 아직 때가 아닌 것이다. 징후를 실제로 착각하면 다 된 밥에 스스로 재를 뿌리는 우를 범하게 되고 만다. '구사'와 같은 받을 만한 실력자를 참모로 두고 있다면 그런 리스크를 많이 낮출 수 있다는 거다.
<<서괘전>>은 <지산 겸> 괘 다음에 <뇌지 예> 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有大而能謙(유대이능겸)이 必豫(필예)라 故(고)로 受之以豫(수지이예)하고" 이다. 번역하면, '큰 것을 두고 능히 겸손함이 반드시 즐겁다. 그러므로 <뇌지 예> 괘로 받고' 이다. <화천대유(火天大有)> 괘의 큰 것을 두고서도 능히 <지산겸(地山謙)>으로 겸손하니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겸괘(謙卦)> 다음에 <예괘(豫卦)>를 두었다. 모두가 어떠한 일이든 겸손하게 하면 즐거운 것이다. 쉽게 말하면, 많이 소유하고도 겸손(<지산겸>)할 수 있으면 반드시 즐거울 것이기에 예(<뇌지예>)로 받았다는 것이다.
3
<괘사>는 "豫(예)는 利建侯行師(이건후행사)하니라" 이다. 번역하면, '예(豫)는 제후를 세우며 군사를 행함이 이롭다'가 된다. TMI: 豫: 기뻐할 예·즐길 예·미리할 예, 建: 세울 건, 侯:제후 후. <예괘(豫卦)>는 외괘의 <진뢰(震雷) ☳>가 내괘의 <땅 ☷> 위에서 움직여 나가는 것이다. <진(震) ☳>은 장남과 제후가 되고, <곤(坤) ☷>은 무리와 군사가 된다. 그래서 제후를 세우고 군사를 행함이 이롭다고 하였다. 만물이 땅 위로 솟아나와 무성하게 뻗어 나가는 상이고, 괘덕(卦德)을 보면 내괘 <곤 ☷>으로는 순하고, 외괘 <진 ☳>으로 움직여 나간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는 "彖曰(단왈) 豫(예)는 剛應而志行(강응이지행)하고 順以動(순이동)이 豫(예)라. 豫順以動故(예순이동고)로 天地(천지)도 如之(여지)은 而況建侯行師乎(이황건후행사호)여. 天地(천지) 以順動(이순동)이라 故(고)로 日月(일월)이 不過而四時(불과이사시) 不忒(불특)하고 聖人(성인)이 以順動(이순동)이라 則刑罰(즉형벌)이 淸而民(청이민)이 服(복)하나니 豫之時義(예지시의) 大矣哉(대의재)라" 이다. 번역하면, "단전에 말하였다. 예(豫)는 강함이 응하여 뜻이 행하고, 순하게 움직이는 것이 예(豫)다. 예(豫)가 순하게 움직이는 까닭으로, 천지도 이와 같은데 하물며 제후를 세우고 군사를 행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천지가 순하게 움직이므로 일월(日月)이 지나치지 않으며 사시(四時)가 어긋나지 않고, 성인이 순하게 움직이므로 곧 형벌이 맑아서 백성이 복종하니, 예(豫)의 때와 뜻이 크도다'가 된다. TMI: 如:같을 여, 況:하물며 황, 過:지날 과, 忒:어긋날 특, 刑:형벌 형, 罰:죄 벌, 淸:맑을 청, 服:복종할 복, 矣:어조사 의, 哉:어조사 재. 쉽게 말하면, 강이 응하여 뜻이 행해지는 것처럼 순리대로 움직이는 것이 "예(豫)"이다. "예"는 순리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전치도 이와 같은데, 하물며 제후를 세워 군대를 통솔하게 하는 데 있어서 순리대로 하지 않을 것인가? 천지는 순리대로 움직이기에 해와 달이 지나치지 않아서 사계절이 어긋나지 않는다. 성인도 순리대로 움직이기에 형벌을 사심 없이 맑게 하니 백성이 따른다. "예"의 때에 순응함이 크다는 거다.
"예(豫)"는 제후인 '구사(九四)' 강이 '초육' 백성과 잘 응하여 그 뜻이 행해지고, 괘덕(卦德)으로 보면 내괘의 <곤 ☷>으로 순하고 외괘 <진 ☳>으로 움직여 나가고 있다. <뇌지 예> 괘는 순하게 움직여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우주천지도 순하게 움직여 나가는데, 하물며 제후를 세우고 군사를 행함에 있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천지가 순하게 움직이니 해와 달이 그 운행궤도를 잘 지켜 어긋나지 않고, 이에 따라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의 변화도 어긋나지 않는다. 이러한 법도를 본받아 성인도 순하게 움직이는데, 가장 중요한 사회의 징표는 형벌(刑罰)이다. 성인이 순하게 사회를 이끌어 가니 형벌집행도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이루어져서 백성이 이에 복종한다. 그러니 예(豫)의 때(상황)와 그 뜻이 크다.
<단전>에서는 "예"의 핵심적 속성을 "順以動(순이동, 순리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정의했다. '미리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는' "예(豫)"의 특징을 강조한 것이다. '천지의 도'를 본받아 항상 미리 준비하면 물 흐르듯 순리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거다. <<주역>>에서 "시의대의재(시의대의재)"라는 표현은 모두 5개 괘의 <단사>에 등장한다. 제16괘 <뇌지 예> 괘, 제17괘 <택뢰 수 >괘, 제33괘인 <천산 둔> 괘, 제44괘 <천풍 구> 괘, 제56괘 <화산 일> 괘가 그렇다. 공자가 이 다섯 괘에서 '때에 순응하는 것'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한 것이다. "시의(時義)"를 '때에 순응함'이라고 풀이하는 것이 공자의 생각을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4
<대상전>은 "象曰(상왈) 雷出地奮(뇌출지분)이 豫(예)니 先王(선왕)이 以(이)하야 作樂崇德(작악송덕)하야 殷薦之上帝(은천지상제)하야 以配祖考(이배조고)하니라" 이다. 번역하면, '상전에 말하였다. 우레가 땅에서 나와 떨침이 예(豫)니, 선왕이 이를 본받아 음악을 짓고 덕을 숭상하여, 성대히 상제께 천신하여 조상을 배향하였다.” TMI: 雷:우뢰 뇌, 奮:떨칠 분, 作:지을 작, 樂:풍류 악, 崇:높일 숭, 殷:성할 은, 薦:천거할 천·올릴 천, 配:짝지을 배·종사할 배·배향할 배, 祖:조상 조, 考:상고할 고·이룰 고·마칠 고·시험 고·죽은 아비 고. <예괘(豫卦)>는 우레가 땅에서 나와 떨치는 상이다. 이러한 기운을 보고 선대(先代)의 왕들은 자연의 소리를 본받아 음악을 짓고 덕을 숭상하였다. 또한 성대하게 상제께 제사 지내며 기도를 하였고 조상에게 배향하였다. 우레가 땅 위로 나와 떨치는 것은 자연의 소리요 하늘의 덕이다. 내호괘가 <간산(艮山 ☶> 괘이고, 외호괘가 <감수(坎水 ☵> 괘이니, 성대하게 음식을 장만하여 백성의 앞날을 잘 이끌어 달라고 기도를 하는 상이다.
<대상전>에서는 "예(豫)"의 또 다른 핵심적 속성인 '기뻐하다, 즐기다, s다'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용 자체보다는 그 안에 담긴 속뜻이 중요하다. 즉 복을 내려준 하늘과 선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듯 백성들에게도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만 호의호식하며 쾌락을 즐기는 것은 "예'의 본뜻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래 <괘의>는 '인생을 겸손하게 살면서도 예악을 즐기고 덕을 숭상하면서 하느님과 조상에 대한 경배를 잊지 말라'는 "작악숭덕(作樂崇德)" 이다. <지수 사> 괘의 효사들은 다음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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