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인연은 때에 맡기고, 집착은 놓아야 마음이 편하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5. 20. 17:36

3280.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5월 20일)

1

요즈음 산책을 나가면, 찔레꽃들이 만발하였다. 향도 강하다. 찔레 동생이 '달래'란다. 몽골에 잡혀간 언니 찔레가 동생이 보고 싶어 찾아왔건만, 이미 죽은 뒤였다. 찔레는 자신의 동생인 달래의 눈덮힌 무덤가에서 그리워하다 죽었는데, 그 이듬해 그 자리에 하얀 꽃이 피었고, 그리움이 찐한 향기로 남았다고 한다. 그래 찔레꽃은 하얗고, 향이 진하다. 그래 찔레 꽃은 그리움이고 사랑이다.

김용택 시인의 <봄날은 간다>의 일 부분이다. 시인은 이렇게 찔레꽃을 말하고 있다. "찔레꽃//내가 미쳤지 처음으로 사내 욕심이 났니라/사내 손목을 잡아끌고/초저녁/이슬 달린 풋보릿잎을 파랗게 쓰러뜨렸니라/둥근 달을 보았느니라/달빛 아래 그놈의 찔레꽃, 그 흰빛 때문이었니라"

내가 알고 있는 찔레꽃 노래는 여러 개이다. 옛 가수 백난아가 부른 소위 '뽕짝", 트로트이다. 주현미도 이 노래를 잘 부른다. "찔레꽃 붉게 피는/남쪽 나라 내 고향/언덕 위에 초가 삼간 그립습니다." 학창시절 막걸리 주전자를 놓고 소리 높여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 다시 불러 보니 가사가 이상하다. 붉은 찔레꽃을 못 본 것 같다. 그리고 유학시절에 즐겨 들었던 장사익의 <찔레꽃>도 있다. 슬픈 노래이다. "하얀꽃 찔레꽃/순박한 꽃 찔레꽃/별처럼 슬픈 찔레꽃/달처럼 서러운 찔레꽃/찔레꽃 향기는/너무 슬퍼요/그래서 울었지/목놓아 울었지." 언젠가 그의 콘서트 장에서 들었던 멋진 기타 반주가 지금도 아련하게 들린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들었던 동요 <찔레꽃>도 있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이연실이라는 가수도 이 노래를 불렀다. 지금은 유튜브로 금방 이 노래들을 쉽게 들을 수 있다.

2.
지난 며칠 동안은 와인 공동 구매를 진행하며, 사람들과의 인연을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맺은 인연들은 사라지고, 새롭게 인연이 만들어졌다. 끊어진 인연들이 있는가 하면, 감사하게도 그 인연이 매번 지속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말을 기억했다.

‘시절인연’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업과 인과응보에 의한 인연을 말하는 것으로서, 모든 사물의 인연은 인과의 법칙에 의해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환경이 조성되어야 일어난다는 의미이다. 관계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다 시절인연이다. 이 말을 현대식으로 말하면,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라 할 수 있다. 

우리 동네 목욕탕집 가훈, "사람은 다 때가 있다"처럼, 정말 그 순간, 그 때를 즐기며 우리는 사는 것이다. 과거는 지났고, 오지 않는 미래에 너무 마음 쓰지 말고, '지금-여기'에 나는 집중하고 싶다. 요즈음 나의 즐거움 중의 하나가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꽃을 만나고, 사진을 찍는 거다. 꽃이 찬란한 것은 늙지 않기 때문이다. 필 때 다 써 버리기 때문이다. 꽃의 피 속에는 주름의 유전자가 없기 때문이다. 눈부신 것들이 불러일으키는 찬란한 착란이다.  지금을 탕진하는 것들은 황홀한 향기를 내뿜는다. 태양이 저물 때도 황홀한 이유다.


인연서설/문병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것이다. 

각기 다른 인연이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피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어가는 일이다


꽃으로 사는 시간은 짧다. ‘꽃’이 진 후, ‘잎’으로 사는 시간이 진짜 인생이다. 아침에 하고 싶었던 말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이해되지 않을 때 떠올리는 말이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는 '시절인연(時節因緣)'에다 덧붙여 '집착즉고(執着卽苦-놓지 못할 수록 더 아프다)'와 '인연즉연(因緣卽緣- 될 인연은 애쓰지 않아도 된다)라는 불교에서 말하였던 것이다.

결국 인연은 때에 맡기고, 집착은 놓아야 마음이 편하다. 진짜 인연은 붙잡지 않아도 스스로 다가오고, 머물 자리에 조용히 머문다. 가짜 인연은 붙잡아도 멀어지고 애쓸수록 내 마음만 지친다. 사람 사이의 만남과 이별은 '시절인연'의 흐름 속에서 머물다 지나간다. 지금 관계가 버겁다면 아직 때가 오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애쓰지 말고, 흐르게 두어라. 삶의 중심이 내가 될 때, 진짜 인연은 자연스레 곁에 남는다. <<초역 부처의 말>>에서 말한다. "'시절인연'에 연연하지 마라. 먼저 너의 인생을 살라.'

3
관계가 힘들 때 부처님의 말씀은 위로가 된다. 원칙은 늘 '자기만이 자기 자신의 주인 이다'라는 생각을 잃지 않는 거다. "수처작주 입처개진(數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이 소환된다. '어디서든 자신이 주인공으로 있으면, 있는 그 곳이 진실된 곳이다.' 자기의 순수함을 지키는 사람은 도시에 있건 시골에 있건 자신이 있는 곳에서 두 세계를 '우둔'하게 실현한다. 자아의 실현이나 완성은 장소에 좌우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장소를 지배하는 자신의 사명이 결정된다.

여기서  "수처작주(隨處作主)" 태도를 키워야 한다. "어디서나 어떠한 경우에도 얽매이지 않아 주체적이고 자유 자재함'이 사전적 정의이다. 무슨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하기 싫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스스로 그 상황의 주인이 되어 보는 것이다.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는 것이 자유와 행복의 길이다.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일을 대하고 처리해 나가면서 즐거워하는 것이 행복이다. 자유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기 보다 해야 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수처작주"의 마음을 가지려면, 비교 분별의 마음을 비워야 한다.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비우고, 그래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 된다.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이니, 집착을 버리고 유연해지는 것이 "수처작주"의 시작이다. 미음을 비우고(분별심과 집착), 삶을 놀이로 만들면, 자유롭고, 즐겁고 행복해진다. 그때부터 "수처작주"의 삶이 시작된다.

관계가 힘들다면, <<초역 부처의 말>>에서 말한 다음의 것들로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 다른 사람이 나를 모른다고 속상해 하지 마라. 자기가 자신을 모르는 게 더 문제이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도 결국 자기 상처를 다스리지 못한 자이다.
▪ 억지로 괜찮으려 하거나 괜찮은 척 하지 마라. 힘든 순간도 삶의 일부이다. 모든 사람을 이해할 필요 없다. 그들도 다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 남 부러워 하지 마라. 그 순간 내 빛을 잃는다. 소리치는 사람 두려워 마라. 조용한 사람이 두려운 자이다.
▪ 사람을 무리해서 얻으려 하지 마라. 인연이면 자연스레 곁에 남는다. 언제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은 그저 싸우지 않는 것이다. 노자의 '부쟁 철학'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슬픔을 미워하지 마라. 그 안에 자신이 배울 것이 있다. 내일은 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을 함부로 살라는 뜻은 아니다.
▪ 말이 아니라 태도를 보라. 진실은 오직 행동에 있다. 자신의 선함을 시험하는 자는 곁에 둘 필요가 없다.
▪ 자기만의 자기의 주인이다. 다른 이의 기쁨과 슬픔에 연연하지 마라. 시선은 언제나 내면으로 돌려라. 자기만이 자기의 주인이다. 먼저 자신의 인생을 살아라.

4
노자도 <<도덕경>>에 '부쟁(不爭) 철학'을 매우 강조한다. '싸우지 마라'는 거다. 노자 <도덕경> 의 첫 단어는 도(道)이고 마지막 단어는 부쟁(不爭)이다. <<도덕경>>을 딱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도위부쟁(道爲不爭), 도란 싸우지 않는 것이다. 노자에게 '도'란 평화다. 각 장의 핵심 메시지를 추려서 요약해도 평화에 관한 메시지가 가장 많음을 알 수 있다. 
▪ 무위하기에 다투지 않고, 
▪ 자연을 닮아 너그럽기에 다투지 않고, 
▪ 비우기에 다투지 않고, 
▪ 소유를 주장하지 않기에 다투지 않고, 
▪ 몸을 앞세우지 않기에 다투지 않고, 
▪ 자랑하지 않기에 다투지 않고, 
▪ 화목하기에 다투지 않고, 
▪ 검소하기에 다투지 않고, 
▪ 편가르지 않기에 다투지 않고, 
▪ 강해지려 하지 않기에 다투지 않고, 
▪ 만족할 줄 알기에 다투지 않고, 
▪ 어린아이를 닮기에 다투지 않고, 
▪ 겸손하기에 다투지 않고, 
▪ 일을 꾸미지 않기에 다투지 않는다. 

5
남들보다 내가 더 가졌다고 다른 이들에게 부러움을 사려는 사람들은 살고 있는 지역, 타고 다니는 차, 들고 다니는 가방 등의 이름에서 자존감을 얻으려 한다.  사람들은 상품이 아니다. 따라다니는 라벨로 다른 이들을, 또 나를 판단할 수 없다. 인정받기 위해, 부러운 눈길을 얻기 위해, 또 가볍게 보거나 얕보는 듯한 눈길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소비하는 지 모른다. 나의 인간적 가치는 내가 얼마나 가졌는가에 달려 있지 않다. 나의 재산과 재능을 지혜롭게 쓰면서 다른 이들을 섬기는 것이 나에게 더 소중한 가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 아직도 나를 거만하게 만드는 그것들을 나에게서 없애기 위해 나는 계속 노력할 것이다.

"풍연심(風憐心), 바람은 마음을 부러워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虁憐蚿, 蚿憐蛇, 蛇憐風, 風憐目, 目憐心, 心憐虁, 기연현(지네), 현연사(뱀), 사연풍, 풍연목, 목연심, 심연기)"에서 나온 거다. 전설상의 동물 중에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虁)는 발이 100개나 있는 지네를 부러워한다. 그 지네는 발이 없는 뱀을 부러워한다. 뱀은 거추장스러운 발이 없어도 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뱀은 자신이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는 바람을 부러워하였고, 바람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가는 눈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눈은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을 부러워했다. 그런 마음은 다시 전설상의 동물인 기를 부러워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한다.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부러워하지만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 모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나이다. 우리가 살면서 힘들어 하는 것은 부러움 때문일 줄 모른다.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면서 자신을 자책하기에 불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자신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어디서 들었던 말처럼,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 아침에 한국 사회의 노인 문제를 다룬 기사를 만났다. 크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가 문제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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