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망한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5. 7. 09:08

3266.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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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체 공휴일이다. 2013년부터 대체 공휴일은 설과 추석 연휴, 어린이 날에만 적용하였다. 그 뒤 2021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한한 규정'에 따라,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로 확대 적용된 데 이어, 2023년부터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절까지 추가되었다. 이에 따라 대체 공휴일이 적용되지 않는 법정 공휴일은 새해 첫날과 현충일 뿐이다. 어제가 어린이 날이고, 동시에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그런데 '사법 쿠데타'로 나라가 시끄러워 휴일 같지 않다. 이 문제는 사법 쿠데타를 떠나 국회 제 1야당 소속 대통령 후보의 정치생명을 자신들이 가진 사법 권한으로 끊겠다고 작심한 것이다. 그들의 '파기 환송 결정'은 이재명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법을 가장한 조희대 대법원의 정치적 신념이다. 그 진실을 "원심의 법리 오해가 있다"는 뚜껑 아래 숨겼을 뿐이다. '일반인의 관점'이라는 비루한 해석으로 최고 법률심이라고 하는 저의가 낱낱이 확인됐다. 이 문제는 내 삶의 철학인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이다. '쿠데타'는 프랑스어 이다. 이렇게 쓴다. 'coup d'état'. 사전적 정의가 "'국가의 일격 ' 또는 단순히 쿠데타는 일반적으로 군사 조직이나 기타 정부 엘리트가 현직 지도부를 축출하려는 불법적이고 공개적인 시도' 이다. 우리 말로 하면 '내란(內亂)'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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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정보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법 쿠데타' 사건을 어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성명서가 잘 정리해 주었다. "내란 수괴가 파면되고 가까스로 제21대 대선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민주주의 회복과 안정을 기대하게 된 주권자들 머리 위에 느닷없이 불화로가 쏟아졌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이 너무나 사소한 두 마디를 구실로 ‘허위사실 유포’라는 희대의 죄를 씌워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고자 한 것이다. 대법원장 조희대가 주도하고 대법관 10명이 공모한 판결을 시중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법 쿠데타’라고 부른다. 이의를 달기 어려운 명명이다. 이로써 아무리 원통하고 억울해도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순순히 감옥으로 걸어가던 존중과 승복의 전통은 끝이 났다. 대법원 스스로 자초한 비극이다."

"조희대를 정점으로 하는 사법쿠데타 세력이 빼앗으려 하는 것은 누군가의 피선거권 하나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 주권자의 선거권 박탈이 최종목표다. 하지만 그들의 쿠데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누구도 동의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궁금하다. 저들이 억지를 쓰고 떼를 부리며 시대착오적인 퇴행을 거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들 만의 세상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물려주고 물려받던 특권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자 반미치광이가 된 것이다." "사법부의 난동을 막기 위해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진 힘을 보태야 한다. 지난겨울도 그랬지만 앞으로 한 달 우리의 수고에 우리와 자식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 그래 성명서의 일부를 공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망한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놓는 것 같아 보여도 그렇지 않다. 선과 악은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 종종 악이 선을 죽였지만 선은 결코 죽지 않았다. 선은 반드시 다시 살아서 악을 구원해주었다. 이것이 역사요 어쩔 수 없는 선의 운명" 이기 때문이다.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고 진실이 이긴다. 나는 우주의 원리 그리고 하늘을 믿는다. 세상에 모든 것은 극점에 이르면 반드시 돌아간다는 "극즉반(極即反)"을 믿는다. 정점에 도달하면 내려올 일 밖에 남지 않고, 반대로 최저점으로 추락하면 올라갈 일만 남게 된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말도 있다. 어떤 일이든 극에 달해야 반전이 생긴다는 거다. 난 세상에 정의가 있다고 믿는다. 거짓은 유통기한이 있다. 정점에 달하면 스스로 드러난다고 믿지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 나는 어두움은 빛을 이기지 못하듯이, 거짓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고 믿는다. 하늘이 충분히 어두워야 별이 보인다. 어둠이 짙어야 별을 볼 수 있다. 어두움이 깊을수록 별이 또렷하게 보이고, 별이 보이면 날이 곧 밝아온다. 우리는 당장 전개되는 현상에 교만 해지거나 혹은 의문을 품고 절망할 때가 있다. 그러나 거기엔 하늘의 섭리가 있으니 겸손히 그 뜻을 물으며 살아가야 한다. 박노해 시인의 시를 공유한 다음, 어제 못한 '제철 행복' 이야기를 한다.


거친 길을 걸어라/박노해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거친 음식을 먹어라

야생의 대지에서 거칠게 자라난
야채와 곡식을 거친 상태로 먹고
햇살과 바람의 거친 땅을 걸어라

병을 달고 죽고 싶으면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라

흰 쌀과 흰 밀가루와 살찐 고기를
부드럽게 가공한 상태로 먹고
편리한 도시공간을 바퀴로 달려라

인생에서 중요한 게 건강뿐일까

네 영혼도 사랑도 마음의 평화도
거친 진실과 정의를 씹어 먹어라
거친 저항과 시련의 길을 함께 걸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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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다른 이야기를 하자. 지난 월요일인 5월 5일은 24절기 상 입하(立夏) 였다.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제철에 있다면 계절마다 '아는 행복'을 다시 느끼는 거다. 봄에는 봄에 해야 좋은 일을 하고, 여름에는 여름이어서 좋은 곳에 가는 것이다. 제철을 즐기는 거다. 제철 과일이 있고 제철 음식이 있는 것처럼 제철 풍경도 있고 제철에 해야 좋은 일들이 많다. 제철은 '알맞은 시절'이란 말이다. 장마가 지나면 수박은 싱거워진다. 때를 지나 너무 익은 과일은 무르기 시작한다. 다 제철이 있다. 알맞은 시절을 산다는 것은 계절의 변화를 촘촘히 느끼며 때를 놓치지 않고 지금 챙겨야 할 기쁨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 보는 일이다. 비 오는 날과 눈 내리는 날 어디에 있고 싶은 지 생각하며 사는 것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거다. 올해는 김신지 작가가 보여준 연례 행사를 따라가 볼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내년에는 나 만의 "제철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다.  그러면 나 만의 일상에 나만의 '기다려지는 일들'이 쌓일 것이다. 작가의 아이디어처럼, 나도  '제철'의 단위를 사계절이 아닌, 24  '절기(節氣)'로 여긴다. 한 달에 두 번씩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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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하(立夏)는 들어갈 입(入)자를 쓰지 않고 설입(立)자를 쓴다. 한문의 입(立)자가 '곧', '즉시'라는 뜻도 있어 이제 곧 여름라는 것을 의미하며, 여름이 시작됐다는 의미이다. 싱그러운 여름에 들어서는 출발선이다. 1년을 24개로 구분한 24절기가운데 일곱 번 째이다.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 들어 있다. 입하 지난 오월은 폭풍 성장하는 사춘기(思春期)기 아이들과 비슷한 계절이다. 4월이 ‘아프릴리스(아프로디테),’ 즉 개화(開花)의 달이라면 5월은 ‘마이아,’ 즉 성장의 달이다. 그런 만큼 5월이 되면 봄은 성큼 성장하여 여름을 대비한다. 5월은 또한 분주함의 계절이다. 추위는 물러나고 그렇게 덥지도 않아 밝고 따뜻한 햇살 아래 나들이나 여행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유럽에서 5월에 여행과 상업을 관장하는 헤르메스의 어머니 ‘위대한 여신’ 마이아의 이름을 붙인 것이 새삼스레 의미심장하다.  오월이 지나면 화사한 봄꽃들이 거의 다 지고 신록의 부드러운 잎들도 짙은 녹색으로 단단해 진다. 점차 뜨거워지는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식물들의 왕성한 성장은 열매 맺힘, 즉 ‘열음’의 계절에서 절정을 이룬다. 고대 로마인들에게 여름의 첫 번째 달인 6월은 제우스의 아내 헤라에 해당하는 유노의 달이었다. 유노는 결혼과 가정의 수호여신이다.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6월 초여름은 청년기에 해당한다. 고대에는 대개 청년기의 모든 남녀가 결혼으로 맺어졌다. 그리고 그 결혼의 가장 큰 결실은 무엇보다 아이들이었다.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성숙한 후 때가 되면 알아서 짝을 짓고 후손들을 생산한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순환주기는 계절의 순환주기와 많이 닮아 있다. 계절의 주기에서 신생의 봄은 성숙의 여름을 지나 결실의 가을과 쇠락의 겨울을 지나 또 한 번의 주기가 완성될 때까지 우리 모두를 다그치고 몰아간다. 이런 순환 속에서 나의 <인문 일기>는 시간 여행자인 내가 잠시 머물고 있는 그 시대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일이다. 당시의 상황이 내 영혼에 어떤 공명을 일으켰는지를 기록하는 일이다. 글은 편지를 병에 담아 바다에 띄우는 일이다. 이 이야기가 누구를 향해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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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지 작가는 입하에 '입하연꽃'이 제철이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 동네는 길이 환하다. 연두와 초록 그 사이 어디쯤의 나뭇잎들 사이로, 짙은 향을 바람결에 날려 보내는 하얀 꼿들 때문이다. 그리고 눈을 돌리면 신록(新綠)이다. 새로운 초록, 올해 처음 돋는 잎에서 보이는 초록들이 눈을 정화 시킨다. 그래 오늘 오후는 딸과 세종시에 있는 <금강수목원>에 가 맨발 걷기를 하고 왔다.

나무가 늘 한자리에서 계절에 따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도, 우리는 해마다 새로운 나무를 만난다. 이맘때 가까운 숲에 가면 이 모든 것을 누린다. 일반적으로 이맘때면 공기가 푹신하고 햇살은 따스하며 풍경에선 윤기가 나는데, 오늘 오후는 좀 쌀쌀했다. 그리고 구름이 많았다. 우리 사회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날씨도 그렇다.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의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 여름’이란 뜻의 맹하(孟夏), 초하(初夏)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맹(孟)'은 '맏이'라는 말이다. 김신지 작가는 '보리가 익는 계절이니 보리로 만든 맥주를 마시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애외에서 맥주를 마신다고 했다. 나도 오늘 저녁 시간에는 맥아 향이 가득한 맥주를 마실 생각이다. 한 해를 보내는 동안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절기에 따라 작은 이벤트를 하는 것이 아마도 행복이 아닐까? '제철 행복' 말이다.

입하의 하(夏)는 여름 제사 때 관을 쓰고 우아하게 춤추는 모양에서 ‘여름’의 뜻을 나타내고 있으며 전(轉)하여 ‘크다’의 뜻도 나타내고 있다. 입하에 이르면 그간 일교차가 크고 변화가 많던 날씨는 안정이 된다. 이때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농가 일손이 바빠진다. 나무들은 마지막으로 싹을 틔우며 들에서는 온갖 나물이 돋아나 입맛을 돋운다.

입하 관련 속담으로는 ‘입하 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 등이 있다. 전자는 입하가 다가오면 모 심기가 시작되므로 농가에서는 들로 써레를 싣고 나온다는 뜻이며, 후자는 옛날 재래종  벼로 이모작을 하던 시절에는 입하 무렵에 한창 못 자리를 하므로 바람이 불면 씨나락이 몰리게 되는데 이때 못 자리 물을 빼서 피해를 방지하라는 뜻이다. 이어지는 '입하' 이야기는 내일 더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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