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정원과 텃밭은 다르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5. 1. 10:45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오늘은 5월1일이고, 토요일 아침이다. 날씨가 좋으면, 토요일 아침은 주말 농장에 간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흐리더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춥다. 야채들이 걱정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지난 주 농장에서 찍은 겨자채 꽃이다. 고라니가 우리 농장에 내려오면, 제일 먼저 먹는 것이 겨자채이다. 아마 맛이 제일 좋은 가 보다. 나도 상추 중에 겨자채를 제일 좋아한다. 알싸한 겨자향이 매력적이다. 사람들은 야채는 꽃이 피지 않는 줄 안다. 모든 채소는 잎과 뿌리를 먹으니까 꽃은 아예 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정원과 텃밭은 다르다. 문화적으로 앞선 나라에는 정원 문화가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나라에는 텃밭 문화 밖에 없다. 정원은 쓸모 있는 땅에 쓸모 없는 것을 심는 것이고, 텃밭은 쓸모 있는 땅에 쓸모 있는 것을 심는 거다. 그러나 내 밭은 정원 같은 텃밭이다. 과거에는 정원과 텃밭의 모종들이 별개였다. 정원엔 다양한 볼거리 위주의 꽃이었고, 텃밭에는 먹을 채소 종류를 심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꽃과 채소의 구분을 굳이 하지 않는다. 점점 텃밭의 비중을 넓히고 채소와 허브를 주로 심는다. 잎이 자라면 가을까지 잎을 따서 샐러드 요리를 하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시간이 지나면 채소는 꽃이 피고 씨를 맺는다. 과거에는 꽃대가 올라오면 기를 쓰고 꽃대를 꺾었다. 잎을 오랫동안 먹어야 하기 때문에 꽃을 맺고 씨 만드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 이제는 잎을 뜯어 먹을 만큼 먹고 꽃이 맺히면 그때부터 꽃을 즐긴다. 채소 꽃들이 그렇게 예쁜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배추의 노란 꽃은 향도 좋다. 치커리의 파란 꽃은 오래도 갔지만 품위가 있다. 당근, 상추, 부추, 파, 루꼴라 등 모든 채소의 꽃이 정원용 꽃에 뒤지지 않는다. 각자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노동자의 날이다. 프랑스는 이날 일반 직장이 쉬는 것은 물론 대중교통까지 운행을 중단한다. 버스와 트램을 책임지는 사람들도 모두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노동하는 자가 위대한 사회를 만든다. 그들을 위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랑스는 노동절에 은방울꽃을 지인이나 동료에게 선물한다. 이 꽃을 프랑스에서는 뮈게(Muguet)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결혼하는 신부를 위한 부케로 사용하는 전통이 있다. 꽃의 모습이 신부와 같이 아름답고 우아하다. 이 꽃말은 "틀림없이 행복해 집니다"이다. 사실 잘 보면, 우리들의 호의호식은 모두 노동자들 덕분이다. 그들에게 감사하는 날이다. 그들이 행복해야 사회가 건강하다.

메주 토요일은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몇일 전 연세메세나치과 최인복 원장의 글을 읽었다 와인을 아이스크림에 비유했다. 우리는 딸기 아이스크림의 기본적인 맛을 알기 때문에 처음 맛보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기 전부터 기대를 하며 맛을 평가하는 즐거움 누린다. 와인도 까베르네 소비뇽의 맛을 알면 다른 품종의 와인을 마실 때도 차이점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와인을 즐길 때는 각 품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중요하다. 그리고 와인의 행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와인 소믈리에들의 80% 이상이 와인의 행을 중요시 한다. 우리의 음식에 대한 기억도 대부분이 향에 대한 기억이다. 와인을 마실 떼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는 향을 느끼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다양한 와인 글라스가 있는 것도 향을 최대한 느끼게 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이쯤에서 오늘의 시를 한 편 읽고, 토요일마다 하는 와인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는 매월 1일이면 오세영 시인의 것을 공유한다. 오늘도 그의 시이다.

5월/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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