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중지 곤괘>가 주는 메시지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4. 17. 14:47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4월 17일)

오늘은 <중지 곤괘>가 주는 메시지도 정리를 해 본다.
▪ " 빈마지정(牝馬之貞)", 땅 위를 달리는 어미 말의 마음으로 그리고 땅이 가진 힘처럼, 군자는 넓고 후덕한 마음으로 만물이 자라도록 돕고 품어 안는다.  이를 "후덕재물(厚德載物)"이라 표현했다. 그러니 인종, 민족, 종족, 국가, 종교 등으로 나뉘어 있는 이 지상의 인류를 어떻게 포용해야 하는가? 이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군자의 과업(課業)이다.
▪ 음과 양은 단순한 이분법이 아니라, 서로 대립하고 반대되는 힘과 가치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조화를 이루는 기반이라는 것이 주역의 세계관이다. 음과 양은 단순히 남 여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반영하는 짝이다.  이 짝은 서로 반대되거나, 대립되거나, 시간적으로 단절되거나 혹은 서로 논리적인 연관을 가지는 내용끼리 맺어진다. 예컨대, 하늘과 땅, 사랑과 결혼, 물과 불, 혁명과 안정, 믿음과 실천, 완성과 미완성과 같이 찍을 맺는다. 하늘의 짝이 땅이다.
▪ <하도(河圖)>>를 보면,  강에서 용마(유니콘)가 나와서 괘의 기본을 그려준 것이다. 오래전 사람들은 용을 상상하듯이 용마도 자유롭게 상상했다.
▪ 동물의 성질에서 교육심리를 읽는 연구가 있다.
- 코알라맘: 아이를 하나하나 챙겨주는 부모의 심리 현상
-  캥거루맘: 나이 든 아이들을 집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왜곡된 사랑을 보이는 심리현상
- 울프 대디: 아빠 늑대는 자기 몸이 부서져라 가족을 돌보고 새끼들의 교육에도 참여해서 강하게 키우는 아빠이다. 캥거루 맘은 아이를 너무 약하게 키우고, 울브 대디는 지나치게 강하고 냉혹하게 키운다.
- 유니콘 맘: 말의 특성을 교육에 적용하는 것이다. 어미 말은 새끼 말에게 달리라고 말하는 대신, 새끼 말이 달릴 때 같이 달려준다. 어떤 일이든 강요하지 않고, 새끼가 뭔가 하려고 할 때 함께 해주는 교육을 선보인다. <곤괘>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坤(곤)은 元(원)코 亨(형)코 利(이)코 牝馬之貞(빈마지정)이니 君子(군자)의 有攸往(유유왕)이니라. 先(선)하면 迷(미)하고 後(후)하면 得(득)하리니 主利(주리)하니라." 이를 해석하면, '곤은 크고 형통하고 이롭고 암말(빈마)의 바름이니, 군자의 갈 바가 있다. 먼저 하면 미혹되고 뒤에 하면 얻을 것이니, 이로움을 주장한다'이다. 옛 사람들은 말과 더 가까이 지냈고, 말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해왔기 때문에 말과 땅의 관계, 말과 교육, 작고 여린 것들에 대한 이해가 더 깊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곤괘>의 단사에서 이렇게 표현한다. "牝馬(빈마)는 地類(지류)니 行地无疆(행지무강)하며 柔順利貞(유순이정)이 君子攸行(군자유행)이라." 이 말은 '암말은 땅의 무리니 땅을 다님에 지경이 없으며, 유순하고 이정함이 군자의 행하는 바이다" 직역하지만, 나는 '어미 말은 딸과 같은 성질이 있어서 땅 위를 한 없이 달리지만, 성품이 유슌하고 곧음을 본받아, 군자는 이처럼 행동해야 한다'로 해석하고 싶다.
▪ <건괘>의 군자가 세상에 대한, 선한 삶에 대한 집착으로 물러설 줄 모르는 반면, <곤괘>의 군자는 훨씬 더 신중하게 세상을 바꾸되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할 일만 하고 물러선다. 그래 "六三(육삼)은 含章可貞(함장가정)이니 或從王事(혹종왕사)하야 无成有終(무성유종)이니라'라고 말한다. '육삼은 빛남을 머금어 가히 바르게 하니, 혹 왕의 일을 좇아서 이룸은 없되 마침은 있다'로 해석된다. 좀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아름다운 마음을 가슴에 품고 가히 바르게 왕을 위해 봉사하면 개인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할 수 있지만 공적인 일은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거다.
▪ 그리고 그가 물러설 수 있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질 가치와 정신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곤괘>의 用六(용욱)은 利永貞(이영정)하니라"이다. '용육은 오래 바르게 함이 이롭다'거다. <중지 곤괘>의 여섯 음을 씀에 있어서, 음은 순한 덕을 갖추어야 하니 오래 바르게 함이 이롭다. 이는 64괘 384효 가운데 절반인 192효의 음효 모두에 해당하는 일반적인 원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상전은 다음과 설명하고 있다. "象曰(상왈) 用六永貞(용육영정)은 以大終也(이대종야)라" 했다.  상전에 말하였다. '용육이 오래 바르게 하면 이로운 것은 크게 마치는 것이다'라는 거다.  음의 도는 양보다 앞서 주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양보다 뒤에 해서 양이 이루는 것을 마쳐야 한다. ‘앞서면 아득하고 뒤에 하면 얻는다’라고 했고, ‘혹 왕의 일을 좇더라도 이룸은 없고 마침을 둔다’라고 했으며, ‘누런 치마면 길하다’고 하였다. 음으로서 길이 바르게 하면 양(陽)의 일, 즉 하늘의 역사를 땅에서 크게 마치게 된다.
▪ 세상은 권력과 투쟁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 <곤괘>에서 "上六(상육)은 龍戰于野(용전우야)하니 其血(기혈)이 玄黃(현황)이로다'라 했다. 이 말은 '상육은 용이 들에서 싸우니 그 피가 검고 누르도다'라는 거다. 순음의 <중지 곤괘>에서 상육은 맨 위에 있기 때문에 음 기운이 극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천기(天氣)와 지기(地氣)는 상호 교류를 통하여 만물을 화육해야 하는데, <중지 곤괘> 상육효는 바로 천기와 지기의 교감작용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하고 있다. 용은 <중천 건괘>의 여섯 용이고, 들(野)은 <중지 곤괘>의 땅을 의미한다. 땅의 음기가 맨 위에서 극한 상태에 있으면서 하늘의 양기를 불러들이니, 하늘의 여섯 용이 땅에 내려와 음기와 교감하는 것이 "용전우야"이다. 땅의 누런 음기와 하늘의 검은 양기가 섞이게 되니, 그 정혈(精血)이 검고 누런(玄黃) 색으로 된다. 상육효에 대해 효상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象曰(상왈) 龍戰于野(용전우야)는 其道(기도) 窮也(궁야)라" 했다. 상전에 말하였다. “'용이 들에서 싸우는 것은 그 도가 궁한 것이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용이 들판에서 싸우니 그 피가 검고 누렇다. 용이 싸우는 것은 곤의 마음이 다했기 때문이다. <곤괘>가 가진 순응하는 마음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 갈등과 투쟁이 시작된다. 그러니 세상은 권력과 투쟁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용이 들에서 싸운다’는 것은 음의 도가 극해서 궁해졌기 때문이다. 상황과 기운이 극에 이르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 그가 오랜 시간의 변화를 기다릴 수 있는 것은, 서리가 내리면 곧 겨울이 온다는 것을 알아차리듯이 작은 변화를 통해서도 멀리 일어날 일을 마음에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곤괘>의 "初六(초육)은 履霜(이상)하면 堅冰(견빙)이 至(지)하나니라"이다.   초육은 순음(純陰)으로 되어 있는 <중지 곤괘>의 맨 아래에 있다. 곤(坤)은 땅의 형세라 하였다. 지구가 공전하면서 나타나는 계절변화, 즉 춘하추동 사시에 있어 음기(陰氣)가 응결되는 자연현상이 서리(霜)이다. 맨 아래에서 음기인 서리가 엉기니, 그 서리를 밟아 가면 굳은 얼음이 된다는 것을 알고 기다리는 거다.
▪ 결국 오랜 시간이 걸리고 아름다운 문화가 있어야 조금씩 나아진다. 육오에 나오는 상전이다. "象曰(상왈) 黃裳元吉(황상원길)은 文在中也(문재중야)라." 상전에 말하였다. “누런 치마면 크게 길한 것은 문채가 가운데 있는 것이다.”  ‘누런 치마면 크게 길하다’는 것은 육오 군자가 신하로서 중도(中道)있게 위와 아래를 잘 화합하니, 그 아름다운 문채가 중심에 있는 것이다.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노란 치마를 입으니 크게 길하다. 문화의 힘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땅의 상징 색인 노란색이 화려하게 드러나듯이 문화적 삶이 아름답게 펼쳐진다는 거다.

맘도 두지 말고/주미경

빈 땅을 보면
노는 땅 아깝다 그러지 말고

딱정벌레 방 내주고
풀꽃이나 피우면서
한 해 놀게 두자

집도 짓지 말고
콩도 심지 말고
맘도 두지 말고

지금부터는 평소의 생각인 '문화의 힘' 이야기를 한다. 문화로 먼저 교류를 틀면, 정서적으로 친밀도가 높아져서 다른 분야의 교류로 잘 이어지게 된다. 그게 문화의 힘이다. 문화 예술은 사회통합, 나아가, 사상과 이념을 아우르는 데 긍정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문화 교류를 통해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면, 차이와 이질감을 해소하는데 그것이 크게 기여한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이 문화이다.  그래 문화의 두께가 두꺼워야 사회가 두터워진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다." 자연과학, 나라의 부강함이 이 문화의 힘에서 나온다. 행복, 정의, 자유, 사랑같은 덕목이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의 높이가 바로 문화적이고,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단계이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님에 의하면, 문화적이 되면 남을 모방하지 않는 힘이 발휘된다고 한다. 즉 독립적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독립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을 하여야 한다. 이 판단은 철학적 시선에서 나온다. 그 시선은 남들이 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꿈'이다. 그러니까 꿈이 없으면 종속적인 사람을 살게 된다. "노예가 노예로 사는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놀랍게도 자신의 다리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서로 자랑하기 시작한다.//어느 쪽의 쇠사슬이 더 빛나는지./어느 쪽의 쇠사슬이 더 무거운지.//그리고 쇠사슬에 묶여 있지 않은/자유인을 비웃기까지 한다." (Amiri Baraka, 미국 극작가)

이런 꿈을 가지려면, 시대의식을 포착하고, 포착된 시대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자각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폐쇄적인 시선을 벗어나 시대를 들여다 보고, 거기서 문제를 발견하려고 덥빈다. 어떻게? 대다수가 공유하는 관념에서 이탈하여 자신만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발동시키는 것이다. 그런 호기심이 발동될 때 인간은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독립된 주체, "단독자"(들뢰즈)라고 한다.

단독자는 대답하는 일보다 질문부터 시작한다. 질문은 궁금증과 호기심이 자신의 안에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질문할 때에만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고유한 존재가 자신의 욕망을 발휘하는 형태가 바로 질문이다. 질문은 미래적이고 개방적이다. 반면 대답은 우리를 과거에 갇히게 한다. 대답과 질문은 다른 차원이다. 대답은 기능이지만, 질문은 인격이다, 다시 말하면, 대답은 기능의 차원이지만, 질문은 인격적인 문제이다. 질문은 궁금증과 호기심이라는 내면의 인격적 활동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도식이 가능하다. 질문-독립적 주체-궁금증과 호기심-상상력과 창의력-시대에 대한 책임성-관념적 포착-장르-선도력(리더십)-선진국. 선진국에서는 "너 참 독특하다 Your are so unique."라고 칭찬한다. 이러한 자신만의 독특한 특징을 근거로 자기 삶을 꾸리면 자기 주도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만 생각하지 않는 윤리적인 삶이 필요하다. 나만 생각하지 말고 더 좋은 우리의 삶의 터전을 위해 집단지성에 기여해야 한다. 집단 지성을 높이는 방법은 우리가 사회 발전 방향에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 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뒤에서 비평만 하는 것은 멈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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