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곤괘>의 땅의 마음도 무시하지 않을 생각이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4. 16. 16:00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4월 16일)

매주 금요일 오전에는 노자 <<도덕경>>에 이어, <<주역>> 함께 읽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중천 건괘(하늘)>를 지나, <중지 곤괘(땅)>를 읽고 있다. 하늘에 이어 땅을 공부하고 있다. 한 구절 한구절이 보석 같다. 우연히 대청호 주변의 미원이라는 곳에 여행을 하다가, 마을 책방에서 김재형이라는 분의 <<시로 읽는 주역>>이라는 책을 사게 되었다.  그 책에서 <<주역>>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여러 부분을 만났다. 오늘 아침 공유한다.

<충천 건괘>가 주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중천(重天) 건괘>는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는 무한한 하늘 저 너머에 대한 이야기이다.
▪  역(易)은 아직 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 부호로 소통하던 시대의 경험을 담고 있다. 하나의 소통 방법이다. 인디언 소통 방법과 비슷하다. 사람의 이름이나 계절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 그대로를 부르는 방법 말이다. 예를 들면, 구르는 천둥, 늑대와 함께 춤을, 서 있는 곰, 마음을 움직이는 달 등이다.
▪ <건(乾)괘>는 상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신앙의 대상으로 하느님(天)이 필요하여 제1괘로 했지 않았을까?  <건괘> 로 시작하는 <<주역>>은 애니미즘을 넘어 하늘(天) 신앙이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하늘 신앙을 가졌던 사람들이 꿈꾼 세상이 "군룡무수(群龍無首)"이다. '여러 마리의 용들이 있지만, 우두머리가 없다'는 말은 누구를 지배하거나 따르거나 하는 일 없이 누구나 자기의 본성대로 삶을 사는 세상을 상징한다.  하늘의 마음을 가지 사람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우두머리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天德不可爲首也, 천덕불가위수야). 여러 마리의 용들이 앞서지도 뒤쳐지지도 않으면서 함께 손잡고 높은 하늘 위로 날아올라간다는 거다. 여기서 용은 하늘처럼 밝고, 맑고 따뜻하고 위대한 내면(元亨利貞, 원형이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건괘>의 군자, <건괘>를 본받으려는 사람은 다음과 같다.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깊은 지혜를 준다.
▪ 우선 자신을 낮추고 세상을 피해 실력을 쌓아 간다. 이를 "잠용무용(潛龍無用)"이라 한다. '물 속에 잠겨 있는 잠용은 쓰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직 때가 아니다. 실력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거다.
▪ 이어, 세상의 흐름을 잘 살펴 나아가고 물러섬을 판단하고 선택한다. 이를 "현룡재전, 혹약재연(見龍在田 或躍在淵)"이라 했다. '드러난 용이 밭에 있다'는 말이다. 이런 용은 '대인(大人)을 보는 것이 이롭다'고 했다. 이를 "이견대인(利見大人)"이라 표현한다. 실력 있는 인재들과 만나 미래를 준비하라는 거다.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일상적인 긴장의 상태에서 늘 자기 삶을 돌아보다가, 자기 범위를 벗어나는 시도를 해보지만, 무리를 하지 않는다. 이를 "종일건건, 석척약(終日乾乾, 夕惕若)" 그리고 "혹약재연(或躍在淵)"이라 표현한다. 혹시나 하고 뛰어 보지만 연못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 그러다 보면, 좋은 세상과 좋은 사람을 만나 자기 꿈을 실현하기도 한다. 이를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이라 했다. 용이 하늘을 나는 거다.  즉 실력을 가진 사람이 자기 실력을 충분히 밝힌다는 거다. 그리고 서로를 알아보는 실력 있는 인재들을 만나게 된다. 이때 실력 있는 사람은 같은 소리끼리 화음을 이루듯이(同聲相應, 동성상응), 같은 기운이 서로를 찾듯이(同氣相求, 동기상구), 물이 습한 곳으로 흐르듯이(水流濕, 수류습), 불이 건조한 곳에서 일어나듯이(火就燥, 화취조), 용이 구름을 타듯이(雲從龍, 운종용), 호랑이가 바람을 타듯이(風從虎, 풍종호), 성인은 만물의 어울림(聖人作而萬物覩, 성인작이만물도)을 찾는다는 거다. 멋진 문장이다.
▪ 그러다가 또 어떤 때는 너무 강한 의지를 드러내다가 실패하기도 한다. 이를 "항용유회(亢龍有悔)"라는 말로 표현한다. 너무 높이 오른 용은 후회하게 된다는 거다. 가득찬 것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높이 올라 귀하게 되었지만 자리가 없고(貴而無位, 귀이무위), 따르는 사람도 없다(萬而無民, 만이무민). 지혜로운 사람은 낮은 자리에 있어 도와줄 수 없구나(賢人在下位而無輔, 현인재하위이무보). 이런 조건에서 움직이면 후회할 일만 남는다(是以動而有悔也, 시이동이유회야).
▪ <건괘>에서 내가 갖고 싶은 메시지를 김재형이라는 분이 다음과 같이 잘 정리했다. "꿈을 가진 사람은 성공과 실패를 충분히 겪고 난 뒤에 성공과 실패를 넘어 앞서는 것도 없고 뒤처지는 것도 없는 새로운 길에 대해 꿈꾸게 된다. 상대를 이겨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거기에 더 높이 가는 길을 찾고자 한다. 내가 가진 여의주를 내 뜻대로 사용해서 세상을 지배하기보다는, 모두가 자기의 여의주를 사용해서 뜻하는 바를 함께 이루길 바란다."
▪ 끝으로 이런 좋은 세상에 대한 꿈은 "밤낮없이 일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거다. 그게 "君子終日乾乾, 夕惕若, 勵無咎(군자종일건건, 석척약, 려무구)"이다. 그리고 천지 건(乾, 하늘)의 모습처럼,  "자강불식(自强不息)"하여야 그 뜻을 이룰 수 있다. 하늘이 힘 있게 움직이는 것처럼, 군자도 쉬지 않고 스스로 힘을 내서 일하여야 한다는 거다.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해 하늘같은 본성이 실현되는 삶을 살아가는 거다. 끄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건괘의 군자는 세상에 대한 선한 삶에 대한 집착으로 물러설 줄 모른다는 거다. 그래 동시에 필요한 땅(곤괘)의 마음도 지녀야 한다. 곤괘의 군자는 훨씬 신중하게 세상을 바꾸되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할 일만 하고 물러선다. 곤괘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含章可貞, 惑從王事, 無成有終(함장가정, 혹종왕사, 무성유종)". 말 그대로 하면, 아름다운 마음을 가슴에 품고 왕을 위해 봉사하면 개인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수 있지만 공적인 일은 끝까지 해낼 수 있다. 아름다운 마음을 품어야 일이 시작될 수 있고(含章可貞, 以時拔也 함장가정, 이시발야), 왕을 위해 봉사할 때 지혜가 크게 빛날 수 있다(惑從王事, 知光大也, 혹종왕사, 지광대야). 사심없이 자기 지혜를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 같다.

<건괘>를 나는 그냥 하늘의 마음으로 이해하려 한다. 일이 뜻대로 안 되고, 힘이 빠질 때면 하늘을 나는 용을 꿈꾸며, 하늘을 볼 생각이다. 내 일상도 하늘 냄새가 났으면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곤괘>의 땅의 마음도 무시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 최근에 애정 하는 단어가 "건순(乾順)"이다. <건괘>처럼 건강하고 힘 있게, 그렇지만 동시에 <곤괘>의 땅의 마음처럼 '순함(順)'을 잃지 않고 순리(順理)에 따르는 거다. "건순"은 '우주의 원리'이다.

법정 스님이 쓴,  <사람이 하늘처럼>이라는 시가 있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하늘 냄새를 맡는다." 나는 이 시에 나오는 친구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하늘 냄새를 모르는 사람이 나를 괴롭히면, 그런 사람은 무시하고,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들과 살 생각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하늘을 배경으로 은행 나무들이 막 싹을 틔우고 있는 거다.

사람이 하늘처럼/법정 스님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텃밭에서 이슬이 내려 앉은
애호박을 보았을 때
친구한테 먼저 따서 보내주고
싶은 생각이 들고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피어 있는
들꽃과 마주쳤을 때
그 아름다움의 설렘을
친구에게 먼저 전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메아리가 오고 가는
친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의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벗이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장점을 세워주고 쓴 소리로
나를 키워 주는 친구는
큰 재산이라 할 수 있다.
인생에서 좋은
친구가 가장 큰 보배이다.

물이 맑으면 달이 와서 쉬고
나무를 심으면
새가 날아와 둥지를 튼다.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은 그런 친구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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