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心齋): 마음 굶김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매주 목요일은 좋은 친구들과 <장자> 원문을 함께 읽고, 성찰하는 날이다. 어제는 제4편 "인간세"의 11장-14장을 읽었다. 심재(心齋, 마음 굶김) 라는 좋은 말을 깊게 생각해 보았다.
안회는 자기가 인의(仁義)를 갖추었기에, 요즈음 말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이기에, 겉으로 나마 굽실거려야 할 때는 굽힐 줄 아는 타협심과 유연성도 있고, 필요할 때엔 옛말이나 고사(古事)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인용해 쓸 수 있을 만큼 고전에 박식하고 학문적으로도 뛰어나니 더 이상 뭐가 모자라는지 자기는 도저히 생각해 낼 수 없다고 고백한다. 이런 도덕성, 참신성, 진취성, 두뇌, 학연, 건강, 젊음 등 모든 것을 다 갖추었는데도 아직 모자라다니, 제발 무엇이 모자라는지 가르쳐 달라고 한다.
이에 공자는 한마디로 '재(齋)하라'고 한다. '재'란 말은 '굶다'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비우는 것이 아니라, 취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목욕재계(沐浴齋戒)'라 할 때처럼 의식으로 하는 재는 물론 술이나 고기, 파, 마늘 등 자극성 음식을 피하는 것이다. 안회는 그런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자기는 본래 가난해서 굶기를 밥 먹듯 하나 굶는 것이 정치에 참여할 자격이라면 자기보다 나은 적격자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공자가 말하는 '재계'란 그런 육체적인, 혹은 의식(儀式)적인 재계가 아니라 바로 '마음의 재(心齋)'라고 못박았다. 여기서 '재(齋)'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재계(齋戒)'한다고 우리는 말한다.
그래서 '심재'의 적합한 번역은 '마음을 굶기다'이다. 그냥 비우는 것보다 더 적극적인 행위이다. 이는 제2편에서 말한 '오상아(吾喪我)' 그리고 제6편에 나오는 '좌망(坐忘, 앉아서 잊어버림)'과 함께 <장자>의 가장 중요한 사상이다. 표현은 다르지만, 다 같이 우리의 욕심, 분별 심, 이분법적 의식(意識), 일상적 의식, 자기 중심 의식인 보통 마음을 완전히 버리고 이를 초월하는 초 이분법적 의식, 빈 마음, 새로운 마음을 갖는 방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은 오전에 마을공동체 공모 사업에 심사가 있어, 인문 일기 쓰기가 늦어졌다. 오늘 사진은 어제 동네 연구소 앞에서 찍은 목련이다. 지금 한창이다. 순백이다. 목련을 보면 이문재 시인의 <봄날>이 생각난다.
봄날/이문재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 찰칵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 것이다
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튀어 나간다
계란탕처럼 순한
봄날 이른 저녁이다
그리고 심재를 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고 한다. "瞻彼闋者(첨피결자) 虛室生白(허실생백) 吉祥止止(길상지지) 夫且不止(부차부지) 是之謂坐馳(시지위좌치)" 이 건 한편의 시이다.
"저 빈 곳을 보라
텅 빈 방에 밝은 햇빛이 찬다.
행복은 고요함 속에 머무르는 것
고요함 속에 머무르지 못하면
이를 일러 '앉아서 달림(좌치)이라 한다."(오강남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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