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 인생의 시간은 물의 시간이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3. 17. 08:25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3월 17일)

어제는 특별히 누구를 만나야 할 일이 없이 보낸 하루였다. 대부분의 일들은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전화를 하고,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하고, 메일을 보내면 일이 끝난다. 그 틈에 남는 시간을 잘 보내야, 마음의 상태가 균형을 이룬다.

어제는 여러가지 할 일이 있었지만, 우선 순위를 '걷기'에 두고, 주말 농장에 나갔다. 아무도 없었기에 마스크 벗고, 봄빛과 데이트를 했다. 옮겨 심은 상추와 치커리 모종이 자리를 잡느라고 몸살을 앓고 있었다. 뿌린 씨앗이나 감자와 콩은 아직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채소는 주인의 발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그래 상추 모종 주위를 돌며, 물을 흠뻑 주었다.

마침 어제 <인문 일기>에서 이런 글을 막 쓴 후에 주말 농장에 나간 거다. "우리 인생의 시간은 물의 시간이다. 우리는 물과 더불어 살고 물과 더불어 투쟁한다. 물이 없어도 죽지만, 물이 너무 많아도 죽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태일생수(太一生水, 태일(太一)은 물을 생한다)>>의 저자가 이 세계의 가장 보편적인 현상의 기조를 "물(수)"이라고 보았지만, 그 물은 태일(태일, 도의 다른 이름)과의 관계에서 천지만물의 모든 현상을 생성시키는 비실체적 사건일 뿐, 그 나름대로 원질을 형성하는 존재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는 점이다. 그런 데 그 물의 궁극적 귀결처가 '세(歲)'이다. 여기서 '세'라는 것은 일 년이지만, 농경사회에 있어서 일 년은 곧 영구한 시간을 의미한다. 계절로 이루어지는 세의 반복이 곧 시간이 것이다. 고로 물은 곧 시간의 창조주인 것이다." ""도생일(道生一)"은 "태일생수"와도 같은 것이다. 도가 태일이고, 물(水)이 곧 일(一)이다. 일은 동시에 태일(=도)을 반보(反輔)하여 하늘(天)을 생성시킨다. 이 과정이 곧 "일생이(一生二)"인 것이다. 그러나 하늘은 동시에 태일을 반보하여 지를 형성시킨다. 이 것이 "이생삼(二生三)"인 것이다. 이 삼(도, 천, 지)이 갖추어지면 만물이 생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삼생만물(三生萬物)"이다." 물이 우리들의 삶의 시작이다. 상추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방점이 "반보"이다. 생의 과정은 모든 단계에서 동시적으로 상보(相輔), 또는 반보(反輔) 관계를 이루고 이룬다. 더 나아가 "생(生)"의 과정은 반드시 "복상보(復相輔)"라고 하는 역의 관계를 동시에 수반한다. 이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흥미롭다. '"복상보"의 논리'에 따르면 내가 나의 자식을 생한다면, 나의 자식은 동시에 나를 생하여야 한다는 거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있는 우리 동네 주막 공원에는 산수유 꽃이 활짝 피어 하늘이 노란 물이 들었다. 작가 조용호는 꽃기행 산문집 <<꽃에게 길을 묻다>>에서 “산수유꽃은 두 번에 걸쳐 피어난다”고 했다. “처음에는 알에서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듯 겉 꽃잎이 먼저 피고, 겉 꽃이 열리면 다시 속 꽃잎이 별처럼 화사하게 터져 나온다.” 그러니 산수유꽃은 자세히 들여다봐야 제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오늘 아침에 공유하는 사진을 보면 그렇다. 봄이 되면 김훈의 산문집 '자전거 여행'을 읽는다. 반복했기 때문에 어떤 문장은 외울 수 있다. 가령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나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 피어난다' 같은 말은 이제 특정 꽃을 보면 바로 몸속에 스민다. 소설가 백영옥처럼,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도무지 의욕이 나지 않고 괴로울 때, 암송할 수 있는 문장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부쩍 지치거나 눈가의 주름이 유난히 깊어 보일 때, 내가 비타민처럼 섭취하는 문장이 있다.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어린 날이다. 자신만의 좋은 문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자다. 나만의 문장은 안전지대의 울타리를 만드는 일이다." 요즈음 나에게는 노자의 <도덕경>>이 그렇다. 오늘은 제9장을 깊게 읽고 사유를 공유할 생각이다. 그 글은  블로그로 옮긴다. 제9장의 화두는 '적당할 때 멈추는 것이 집착에서의 해방'이라는 거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이 거다.

金玉滿堂(금옥만당) 莫之能守(막지능수): 금과 옥이 집을 가득 메우면 그것을 지킬 길이 없다.
富貴而驕(부귀이교) 自遺其咎(자유기구) : 돈이 많고 지위 높다 교만하면 스스로에게 그 허물을 남길 뿐이다.

저 산수유꽃/이은봉

등불 환히 켜 놓고 걷는 하늘길이다
길 끊긴 곳, 빈 공중을 향해 내뿜는
샛노란 물줄기다 절벽 끝까지
몰려와 삐악거리는 저 병아리 떼
산기슭 어디에도
나아갈 길 없다 종종거리며
치마끈 풀어 헤치는 봄, 자궁 속으로
뜨거운 모가지, 처박을 수밖에 없다
무른 버짐 피어오르는 얼굴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며
꽃이여 그만 등불을 꺼라
끝내 네가 되지 못한, 지난겨울의 꿈
산골짜기 시린 물그늘 속으로
조용조용 스며들고 있다 이울고 있다.

이젠 글을 두 가지 버전으로 쓰다. 길게 사유한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면 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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