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기운'으로 사는 것이 분명하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3월 16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구나)인가? 아니면 춘래불래춘(春來不來春, 봄은 왔으나 내 마음 속에는 봄이 오지 않는구나)인가? 어쨌든 꽃이 눈에 들어 오지 않는 봄이다. 그렇다고 일상이 거꾸로 흐르는 건 아니다. 할 일들은 여전하다. 어제도 별 일 없이 서울 강의를 잘 다녀왔고, 새롭게 시작된 주민 자치회도 큰 희망과 흥미를 주지 않는다.
사람은 '기운'으로 사는 것이 분명하다. 힘이 안 생긴다. '기운'에는 한자가 없다. 다만 기(氣)에서 왔을 것으로 본다. '기운'은 비슷한 뜻인 '힘'보다 더 근원적인 것을 부르는 말 같다. 영어로 '기'는 energy로, '힘'은 force가 된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기운이 외부에 밀거나 당기는 힘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 힘을 나는 '신바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신바람이 안 난다. 세상이 네가 바라는 대로 흐르지 않아서 그렇다.
인간은 정(精), 기(氣), 신(神)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세 가지가 비슷비슷한 말로, 정신(精神), 정기(精氣)라는 말처럼 서로 어울려 인간의 정신 작용을 뜻한다. 그러나 약간의 뉘앙스(미묘한 차이)는 있다.
▫ 정(精)이 '정력(精力)'이라고 할 때처럼 성인(成人)의 활동력을 지탱해 주는 기본적인 요인이고,
▫ 기(氣)가 '기운(氣運)'이나 '원기(元氣)'라고 할 때처럼 사람을 건강하고 힘차게 살아가게 하는 힘, 에너지라면,
▫ 신(神)은 '신난다'고 할 때처럼 사람에게 활기와 흥을 돋워 주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가 '기'이고, 그 에너지의 활동은 '정'이고, 그 결과로써 '신'을 얻든 데, 그 때 우리는 '신바람이 난다'고 하는 것 같다. 한문으로 '신명(神明)'이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신'이란 '하늘(天), 그리스어의 '프시케(psyche)'나 그리스 철학에서 말하는 '다이몬(daemon)'이나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Henri Bergson)이 말하는 '엘랑 비탈(elan vital)'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정은 질료(質料)라 한다. 질료가 있어야 우리가 그걸 가지고 변형을 한다. 그게 신장에서 만들어진다 한다. '정'은 우리 안에 액체로 이루어진 모든 것을 말한다. 사람을 만들고, 문명을 건설하고, 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 정이라는 질료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다음 이 질료를 움직이는 엔진이 '기'이다. 그걸 주관하는 장기가 폐라 한다. 폐로 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신장에서는 남성의 정액이나 여성의 생리 혈 같은 원초적 질료가 구성이 되고, 폐에서는 호흡을 통해서 이걸 계속 순환을 시켜야만 우리는 살아 있는 거다. 순환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만 해서는 살 수 없다. 이 질료와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쓸 것인가 중요하다. 그 방향이 없이 살면, 정과 기를 그냥 자기도 모르는 방식으로 막 쓴다. 우린 이걸 맹목(盲目, 이성을 잃어 적절한 분별이나 판단을 못하는 일)이라 한다. 맹목은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이 아니고, 다 파괴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방향을 설정한다, 이게 '신'이다. 그건 심장이 주관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정, 기, 신은 기본적으로 생명, 욕망, 신체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있어야 우리가 살아간다고 하는 거다. 문제는 정과 기는 이해하는데, '신', 즉 삶의 방향을 소홀히 한다. 이미 행복, 성공, 이런 것들의 방향이 정해져서 정과 기를 그쪽으로 쓰면 된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것이 '신'이다. 신은 우리들의 삶의 방향이다. 사람이 방향이 없이 살 수 없는데, 이 부분은 보이지도 않고 티도 안 나고, 내가 무슨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모르는 체, 우리가 캄캄한 암흑 상태에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오늘은 큰 일정이 없어, 주말 농장에 가 봄을 맞이할 생각이다. 그리고 기운을 차릴 생각이다. 오늘의 시를 한 편 공유하고, 1993년에 초묘(楚墓)에서 발견된 죽간(竹簡)에 나오는 <<태일생수(太一生水)>>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오늘 아침 시는 봄에 관한 시이다.
봄/김기택
바람 속에 아직도 차가운 발톱이 남아있는 3월
양지쪽에 누워있던 고양이가 네 발을 모두 땅에 대고
햇볕에 살짝 녹은 몸을 쭉 늘여 기지개를 한다
힘껏 앞으로 뻗은 앞다리
앞다리를 팽팽하게 잡아 당기는 뒷다리
그 사이에서 활처럼 땅을 향해 가늘게 휘어지는 허리
고양이 부드러운 등을 핥으며 순해지는 바람
새순 돋는 가지를 활짝 벌리고
바람에 가파르게 휘어지는 우두둑 우두둑 늘어나는 나무들
오늘부터 글을 두 가지 버전으로 쓰다. 길게 사유한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면 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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