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이야기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타이틀을 바꾸었습니다.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2021년 3월 15일)
매주 월요일은 이야기를 공유하기로 했다. 오늘 아침은 '거이'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미나리>이야기를 공유한다. 오늘 아침 생각은 '평범하고 시시하게 오늘을 사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삶'을 생각했다. 아침 사진은 주말농장 가는 길이다. 이런 안개를 몬 적은 아주 드물다. 그러나 저 끝에는 보리 씩이 나고 있다.
난 어젯밤에 혼자 노트북으로 <미나리>를 보면서, "거이(居易)"라는 말을 제일 먼저 떠올렸다. 이 말은 중국의 옛 시인 백거이(白居易)라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은 『중용』 제14장에 나오는 "군자거이사명(君子居易俟命, 군자는 평범한 자리에 살면서 천명을 기다린다)"라는 말의 거이(居易)를 말하는 것이다. '거이'는 '거할 거와 범할 이'가 합쳐진 말이다. 그러니까 '평범한 곳에 거한다'는 뜻이다. TMI! 시인 백거이가 그런 이유로 지산의 이름 지은 거란다. 또 그의 자가 낙천(樂天)이라 한다. 이는 『주역』의 "계사편"에 나오는 "낙천지명고불우(樂天知命故不憂, 천명을 즐기고 알기 때문에 근심하지 않는다)"라는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시인은 낙천적이며 긍정적인 사고로 생활했기 때문에 중앙정치 무대의 격심한 당쟁에 휘말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시인은 아마도 평범한 일상을 지향하면서, 다가오는 운명이 어떤 것이든 그에 맞는 가장 최적의 인생 방법을 찾아낸 고수라는 생각이 든다.
캐나다로 이주한 성우제라는 분이 <경향신문>에 썼던 칼럼이 겹쳐졌다. 그는 영화 <미나리>가 불편했다고 한다. 나도 불편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뭔가 드라마틱하고 심금을 울리는 신파조의 내용"이나 '막장" 드라마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블루를 넘어 코로나-19 레드로 심리적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예전부터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설은 현실을 떠난 '그럴듯한' 서사의 매끄러움에 시간을 죽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처럼, 문학을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들은 좋은 소설이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심히 흘러가는 현실에서 나를 깨워주는 읽기 어렵고 불편한 소설이 고전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LH 땅 투기 사건으로 몸살을 앓는다. 진작에 터져야 할 고름이었다. 내 주변을 보면, 땅이나 아파트 투자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의 "빅 마우스"가 술 자리의 판을 독차지 하고, 다른 이들은 그들을 부러워 한다. 이번 기회로 땅과 주거의 공개념 문화를 확산시키고, 힘들이지 않고 얻은 경제력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수치심으로 느끼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영화 <미나리>에서 남편이자 아버지인 제이콥(스티븐 연)은 아칸소 농장에서 농사지을 준비를 하면서 아내와 함께 병아리 부화장에 나가 암수 감별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곳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감별을 빨리 해서 (캘리포니아에서) 돈 많이 벌었겠는데?" 캘리포니아에서든, 아칸소에서든 부부가 병아리 감별이라는 단순노동에 종사해도 먹고살 수는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제이콥은 "돈을 많이 벌" 정도의 감별 능력자이고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집에서 개인 훈련까지 하는 노력 파이니까 말이다.
여기서 나를 되돌아 보았다. 성우제 캐나다사회문제연구소 소장에 의하면, 한국 이민자들은 단순노동을 직업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들이 있다고 한다. "한국 이민자 중에는 어제와 내일의 상황이 별로 다르지 않을 단순노동을 꿈의 실현을 위하 중간 과정쯤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성우제)고 한다. 영화 속에서 "제이콥이 50에이커 농장에서 농사를 지어 "[아내가] 3년 후에는 부화장에 나갈 필요가 없는" 목표를 가졌듯이 한국 이민자들은 대체로 더 나은 삶을 살려는 꿈을 늘 꾸고 있다"(성우제)고 한다. 내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며 산다. 내 아버지도 돌아가시면서 나보고 말씀하셨다. "10년 가까이 유학을 보내주었는데, 술장사를 하다니, 어서 그런 단순 노동을 하지 말고 더 나은 일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난 지금이 즐겁다.
성공한 어느 컨설턴트가 한 휴양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중이었다. 그의 곁에는 마을 어부가 고기를 잡고 있었다. 컨설턴트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좀 더 열심히 하면 훨씬 성과가 좋을 텐데요." 나에게도 주변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어부는 컨설턴트에게 되물었다. "성과가 좋으면 뭐가 좋은데요?" 컨설턴트는 한심한 듯 대답했다. "성과가 좋으면 돈을 많이 벌고, 돈을 많이 벌어 투자하고 벌만큼 벌면…" 어부가 말을 자르며 물었다. "그 다음에는 요?" 컨설턴트는 무식하다는 듯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 다음에는 좋은 곳에 가서 쉬면서 사는 거지요." 어부가 말했다. "나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데요." 나도 쉬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 그 어부처럼.
어부처럼, 세상이 혹은 타인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성공보다 스스로 흡족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욱 즐긴다. 내가 좋아하는 파울로 코엘료가 자신의 소설 <순례자>에서 했던 말을 실천하다. "충만하게 즐기는 것이 삶의 목적이다." 게다가 딸과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지내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밤에는 "꿈을 낚는 어부"이다.
밤/김동명
밤은
푸른 안개에 싸인 호수
나는
잠의 쪽배를 타고 꿈을 낚는 어부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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