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정치권의 갈라치기 패거리 문화가 가장 심각하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3. 6. 10:20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3월 5일)

3월 들어 첫 토요일이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춥지만, 한 낮은 봄바람을 느낄 수 있다. 드디어 나는 오늘부터 주말농장에 나갔다. 땅을 갈아 엎고, 퇴비를 뿌리고 왔다. 내 밭 옆 동료는 벌써 튤립을 심어, 오늘 아침 사진처럼, 새싹이 새의 부리처럼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해가 뜨기 전, 봄날의 새벽에 밭에 나가면, 땅 속에서 얼었던 물기가 반짝이는 서리가 되어 새싹처럼 땅 위로 피어난다. 이게 봄 서리다. 흙은 늦가을 서리에 굳어지고, 봄 서리에 풀린다. 김훈은 "봄 서리는 초봄의 땅 위로 돋아나는 물의 싹"이라고 말한다. (김훈, <자전거 여행 1>) 풀 싹들은 헐거워진 봄 흙 속의 미로를 따라서 땅 위로 올라온다. 흙이 비켜준 자리를 따라서 풀이 올라온다. 이건 놀라운 생명의 힘이다. 생명은 시간의 리듬에 실려서 흔들리면서 솟아오르는 것이어서, 봄에 땅이 부푸는 사태는 음악에 가깝다. 경이(驚異)이다.

이런 경이 속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집에 와 샤워를 하고 즐거운 낮잠을 잤다. 그러다가 오후에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읽었다. "국민을 기만해 정권을 잡고 정권을 연장하려는 잘못된 무력 패거리들의 버르장머리를 제가 확 뜯어고쳐 주겠다"면서 시민들을 향해 "버르장머리 없는 머슴들을 이번에 갈아치워 달라"고 호소했다. 문맥 없이 잘라낸 언설이지만, 참 걱정이다. 마음이 출렁거렸다.

정치권의 갈라치기 패거리 문화가 가장 심각하다. 동네에서도 그렇다. 내 편, 우리 동지만 맹목적으로 챙기고, 상대를 배척하고 멸시하는 낡은 폐습이 지배하는 정치문화의 폐해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도 크다. 가장 시급한 것이 존경 문화를 회복해야 한다. 나부터 바꿀 생각이다. 어쨌든 이번 주면, 길고도 지루했던 제20대 대통령 선거전이 막을 내린다. 오는 9일 밤이나 10일 새벽엔 새 대통령 당선인이 결정된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후보들이 출마한 대선'이라는 꼬리표가 붙긴 했지만 어쨌든, 누가 됐든 오는 5월부터는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에서 우리 국민은 향후 5년간 동거해야 한다. 새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옭아맸던 비호감 이미지를 일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낙선한 후보를 위로하고 함께 선거운동을 펼쳐 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진정성 있게 표시하는 것으로부터 ‘존경 문화'를 세우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마음을 잡았다. 어떻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듣고나서 이다. "때때로 사람들이 보내는 비판, 질투 혹은 도발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은 말주변이 없거나 용감하지 목해서가 아니다. 단지 무지한 사람이 말할 때, 똑똑한 사람은 웃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경멸을 받을 때 침착함을 유지하기란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무지한 사람들이 질투하고 비난할 때, 현명한 사람들은 무시하거나 웃어 넘긴다. 왜냐하면 결국 무지한 사람들은 본인의 무지함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난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비난은 자존심으로 지탱하는, 미묘하고 개인적인 균형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비판이 깊은 무지에 근거한다면, 결코 자존심 상해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설명해도 듣기를 거부하고, 설득 당하기를 거부한다면 조용히 그냥 웃고,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무지함은 편견에서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편견은  특히 세가지이다. 종교적 믿음, 정치적 신념, 도덕적 확신이다.

『도덕경』 13장에는 "총욕약경(寵辱若驚)"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총애를 받거나 반대로 치욕을 당하더라도 깜짝 놀란 듯이 경계하라'는 뜻이다. 좀 풀어서 말한다면, 총애를 받아도 그 총애가 네 것이 아니다. 너에게 있는 어떤 점이 총애를 해주는 사람의 그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 점이 그저 총애를 해주는 사람의 맘에 들었기 때문일 뿐이다. 그것이 달라지면, 총애가 비난으로 바로 바뀐다. 누가 너를 비난하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마라. 네가 받은 비난이 사실은 네 것이 아니다. 잘못되었 다기보다도 너에게 있는 어떤 점이 비난하는 사람의 그것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애이건 비난이건 사실은 다 네 것이 아니다. 총애하는 사람과 비난하는 사람 자신의 감정 표현일 뿐이다. 거기에 좌우되지 않아야 자신을 지킬 수 있다. 평판에 쉽게 좌우되는 한 자기 자신은 없다. 좀 비틀면, 다른 사람을 총애하거나 비난하는 일보다도 먼저 자신을 살피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뜻도 된다. 어떤 사람을 칭찬하는 일 대부분은 자신의 맘에 든다는 것 이상이기 힘들다. 어떤 사람을 비난하는 일 대부분은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 이상이기 힘들다. 이렇게 되면, 자신은 없고 자기에게 박힌 특정한 가치만 있는 꼴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확신에 차서 즉각적으로 아주 강하게 상대를 칭찬하고 비난하는 일을 하게 하는 것 세 가지가 있다. 종교적 믿음, 정치적 신념, 도덕적 확신이다. 최진석 교수의 글에서 만난 것이다. 그 사람과 어떤 수준의 교유를 했고, 어떤 깊이의 대화를 했더라도, 갑자기 맘에 들지 않고 서운한 마음이 들면 자신이 그 사람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박힌 정치적이고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믿음들에 빠져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나를 경계하는 좋은 삶의 지혜를 아침에 만났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사람들을 가치관이 아닌 우리에 대한 행동으로 평가"하는 거다. 누구나 각자의 가치관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곁에 둔다면 긍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낙관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관은 삶을 해석하는 방식이 될 수 있지만 유일한 방식은 아니다. 존중심을 갖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면 여러 이점이 있다. 이건 그들의 가치관 때문이 아니다. 나를 수련 시키는 좋은 통찰이다. 특히 함께 하는 공간에 넘지 않을 선을 알아야 한다.그래도 속은 답답하다. 아직 덜 수련이 안 된 거다. 모두를 동무로 받아들일 다짐으로 오늘 아침 시를 공유한다.

어머니 말씀/나종영

배고플 때 양손에 든 떡 가운데
오른손에 더 큰 떡을
동무에게 내밀어 주거라
한여름 동무랑 먼 길을 갈 때
동구 앞 우물에 달려가 네가 마시기 전에
물 한 바가지 동무에게 떠다 주거라
머리 위에 따라오는
뭉게구름의 그늘도 내어주고
나뭇잎 사이로 부는 시원한 바람 한 자락도
양보하거라
아가, 동무 간의 우정은 그런 거란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여기서 멈춘다. 나머지 이어지는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기 바란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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