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3. 5. 10:47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3월 1일)

九五는 양위(陽位)에 양효(陽爻)가 있으니 득정(得正)이고, 당위(當位)이다. 九五의 효사는 "飛龍在天(비룡재천)이니 利見大人(이견대인)이니라"이다. 드디어 하늘을 제어하고 있는 비룡(하늘에서 날고 있는 용)이 되었다. 모든 것을 성취한 제왕(帝王)의 모습이다. 인간세에서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는 성취의 상이고, 시중(時中)의 모습이지만, 인간세의 가장 아름다운 포지션이란 아름답게 유지되기가 어렵다. 하늘을 제어하는 비룡(飛龍)이라는 자만감에 빠지지 말고, 자신을 끊임없이 일깨워 줄 큰 인물을 만나야 한다(利見大人, 이견대인). 그 길만이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다.

앞에서 말했지만, 九五는 양자리에 양으로 바른 자리에 있고, 또한 외괘에서 중을 얻었으니 중정(中正)한 상태이다. 그러니 덕과 기량을 갖춘 용이 승천하는 것과도 같다. 그렇지만 九五 자신을 보필하여 천하사(天下事)를 같이 도모할 대인(九二)을 만나는 것이 이롭다. "비룡"의 모습은 "대인(大人)"을 만나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다. <문언전>에서 이 대인에 대하여 정확한 규정을 내리고 있다. "비룡이 만나야 하는 대인이라는 인격체는 만물을 덮고 또 만물을 싣는 천지의 덕성을 지니며, 해와 달의 밝음과도 같은 명철한 맑은 정신을 지니며, 춘하추동 시기가 돌아가는  운행에 자기의 행동을 맞추며, 또 귀(鬼)와 신(神)의 작용에 따라 길흉을 판단할 능력을 지닌다." 이러한 올바른 정신을 가진 대인이 옆에서 날고 있는 용을 보좌하지 못하면 비룡을 추락하고 만다. <<주역>>의 <건괘>는 九五를 예찬하는 데 있지 않고, 上九를 말했다는 데 있다. 上九가 없으면 九五는 빛나지 않는다. 九五에서 "비룡재천(飛龍在天)"이라는 말만 할 뿐, 길흉의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비룡(飛龍)이 된다는 것은  길흉의 평가를 벗어나는 것이다. 단지 그것은 "이견대인"을 통해서만이 유지되는 것이다. 대인의 역할이란 구오의 단계가 상구로 넘어가지 않도록, 그 중(중)을 지키는 데 있다. 비룡 은 반드시 자만하며, 반드시 느슨해 지며, 반드시 타자의 욕망에 의하여 중도를 지나친다. 여기서 "항(亢, 지나칠 항)"이라는 것은 '극(極)'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항룡"은 자기 분수를 지나친 용, 더 나아갈 데 없는 극한에 달한 용이다.

上九의 효사는 "亢龍(항룡)이니 有悔(유회)리라"이다.  '지나치게 높이 올라간 용이니, 후회할 것'으로 읽는다. 굳센 덕경을 발휘하는 것도 지나치면 허물이 될 수 있다. 이제 용의 덕성은 점차 밝게 드러나던 상황에서 거꾸로 숨어들어가는 상황으로 바뀐다. <건괘>뿐만 아니라, 괘가 전반적으로 길할 때는 마지막 효가 흉한 경우가 많다. <<주역>>은 긍정적인 사태나 부정적 사태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뒤바뀌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주역>>을 읽는 거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자만이나 좌절에 빠지지 말라는 심각한 경고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기 때문이다. <건괘> 上九가 그렇다. 하늘을 나는 것이 가장 큰 재주인 용일지라도 '너무 높이 올라가면 후회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거다. 이 上九가 있기에 "중용"의 덕성은 빛나는 거다. 중용은 거져 '가운데'가 아니라, 上九로 가지 않으려는 九五의 끊임없는 분투, 자기 제어, 욕망 억제를 의미한다.

상구의 어리석음에 대하여 <문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항(항)'의 언어됨이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나아감만 알고 물러남을 모르며, 가지고 있을 줄만 알지 없앨 줄을 모르며, 얻어 채우려고만 하고 비울 줄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한 덕성을 반성할 줄 아는 자는 오직 성인밖에는 없을 것이다. '진퇴존망'을 때에 따라 알고, 그 정도의 카이로스를 잃지 않는 자는 오직 성인뿐일 것이다." 도올 깅용옥 교수의 번역이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는 말이 있다.  날개가 있기 때문에 추락할 정도록 높이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 모든 존재가 추락하는 것은 아니다. "황룡유회"는 우리가 오만과 권력욕과 탐욕 때문에 추락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일깨우는 경고의 소리이다. 경고는 예언이 아니다. 우리가 미리 조심하고 스스로를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경고의 메시지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주역>>을 제대로 읽는 법이다. 한나라 때의 학자 유향이 지었다는 <<설원>>에 나오는 것을 공유한다. "신분이 높으면 뜻을 낮추어야 하고, 벼슬이 높으면 마음은 더욱 조심하여야 하며, 녹봉이 충분히 많으면 신중하여 감히 더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대가 이 세 가지를 삼가 잘 지킨다면 충분히 초나라를 잘 다스릴 것입니다."

디금까지 살펴 본 <건괘>의 효사가 들려주는 메시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건괘>가 말하는 것은 강인한 실천이 필요한 상황이며, 억센 용의 기질을 가진 군자가 주인공이다. 강인 성품의 군자는 잠룡의 단련 시기를 이겨내야 하고, 밑바닥 현장을 마다하지 말아야 하며, 자신의 강인함과 과신하지 말고 더 큰 사람이 도움을 얻어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 이 군자는 강인한 의지로 "종일건건"하는 굳센 실천을 이어가야 하지만 혼자서만 앞서가는 대신 "석척약"의 반성을 통해 사람들과 교감하고 공감하며 함께 가야 한다. 작은 성취에 만족하지 말아야 하며, 거기 머무르지 말고 단호하게 떠나 새로운 세계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높이 올라가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갱길 수 있기 때문에 가득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신 조금 모자라는 데서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오늘은 새롭게 시작하는 3월 1일이다. 나는 적어도 이 날만큼은 1919년 3월 1일, 3·1 만세 운동을 기억하고 싶다. 그 당시 나라면 만세 운동에 나갔을까? 다 잘 아는 것이지만, 다시 한 번 공유한다. "일제 강점기에 있던 조선인들이 일제의 지배에 항거하여 1919년 3월 1일 한일 병합 조약의 무효와 한국의 독립을 선언하고 비폭력 만세 운동을 시작한 사건이다."(위키백과) 기미년에 일어났다 하여 '기미운동'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한제국 고종이 독살되었다는 고종 독살설이 소문으로 퍼진 것을 계기로 고종의 장례일인 1919년 3월 1일에 맞추어 한반도 전역에서 봉기한 독립운동이다. 3,1 운동을 계기로 다음 달인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수립되었다. 대한민국 제헌 헌법에서는 3,1운동을 대한민국 건국의 기원으로 삼아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것을 천명하였다.

그런데 오늘부터 연휴이다. 이 연휴가 끝나면, 이젠 본격적으로 올해의 일들을 해야 한다. 그런데, 4월 10일에 있을 총선으로 나라는 엄청 시끄럽다. 그러나 인문 운동가로서, 나는, 오늘 아침 사진 처럼, 모든 순간을 "다아 꽃 봉오리"로 생각하고 살아갈 것이다.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 봉오리"처럼 말이다. "역(易)"을 믿으며, 도올 김용옥 교수의 <<도올주역강해>> 책과 유튜브 강의를 듣는 것이 최근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요즈음 세태에 답을 주는 위로의 글이다. "역(易)은 변화이며, 변화는 우주생명의 창진(創進, creative advance)이며, 우주생명의 창진이란 우주를 구성하는 기(기)의 끊임없는 순환을 의미한다. 역은 곧 우주이다. "우(宇)"는 사방상하(四方上下), 곧 공간을 의미하고, "주宙"는 왕고래금, 곧 시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공연속체를 동방의 고대인들은 "역"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은 별도의 절대적 존재가 아니라, 역이라는 생성의 변화 속에 얽혀있는 방편이다. 역은 변화이며, 시공이며, 우주이다. 그러므로 우주 속의 어떠한 존재도 시공을 벗어나는 것은 없다. 우주, 그 전체는 역(易) 속에 있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건괘>를 믿고, 모든 순간을 "꽃봉오리"처럼 사는 3월이고 싶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은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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