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기본을 닦아야 하고, 몰입과 집중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2월 4일)
모든 영광은 하루아침에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그건 '기본기'이다. 기본기는 한 걸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에 두 걸음씩 건너뛰지 못한다. 성실함, 치열함, 지겨울 정도의 반복 훈련을 요구하는 것이 기본기이다.
언젠가 손흥민 아버지, 손정웅이 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책을 꼼꼼하게 읽은 적이 있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는 거다. 기본기를 익힐 때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 언정 그 다음 단계에서 부터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적응한다. 바보같이 '하나'만 죽어라 하면, 하나 다음에 둘, 둘 다음 셋을 완성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 이후의 성장세는 놀랍게 이루어진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잎이 난다. 이 잎을 내고 꽃을 피우기 위해 나무는 겨우내 땅 밑에서 수분을 끌어올리고 인내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다. 대나무 와도 같다. “대나무는 땅 밑 뿌리 작업에만 5년의 시간을 보낸다." 아버지 손웅정은 아들 손흥민에게 7년간 볼리프팅 등 기초만 닦도록 한 것을 비교한 것이다. 나무가 위로 뻗어 나갈 것만 생각하면 사소한 태풍에도 무너지지만, 뿌리가 튼튼한 대나무는 하루에 20~30cm까지 자란다. 그는 기본기만 훈련한다고 불안 해하는 학부모들에게 말한다. “무엇이 불안한가? 당신들의 욕심이 늘 불안한 것 아닌가?”라고. 우리가 잘 알다시피, 모소대나무라는 것이 있는 데, 4-5년 동안은 뿌리를 내라는 데 몰입하므로 이 기간에는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뿌리가 넓고 깊게 퍼져 나가고 있는데도. 뿌리가 다 자라면 하루 아침에 갑자기 자라기 시작한다. 모소대나무는 뿌리가 사방으로 퍼져 있어 웬만한 가뭄이나 비바람에는 전혀 문제 없다. 모소대나무는 우리에게 말한다. 더디게 자란다고 낙담하지 말라.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니.
위로 뻗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처럼, 기본 작업을 깊고 넓게 해야 한다.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아무리 빨리 예쁘게 띄운 싹이 보고 싶다 해도 뿌리가 튼튼한 게 먼저다. 보이는 위쪽보다 보이지 않는 아래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욕심이 차면, 그 틈새로 따라 붙는 것이 불안과 초조이다. 그것은 우리를 행복하지 못하게,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에 적힌 글을 비틀어 본다. "나는 욕심을 버리고, 크게 원하지 않는다. 그래 나는 아무 것도 두렵고 불안하지 않다. 그래 나는 자유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것이 삶의 가치이다.
나무를 밸 시간이 여섯 시간 주어진다면, 네 시간 동안 도끼날을 갈겠다는 링컨의 말처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본기에 오랜 시간 매달리는 사람을 보며 미련하다고 폄훼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본기 야말로 그 어떤 방법보다 높은 효율성을 지녔다. "하나'를 하고 나면 '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셋'을 기대하며 자발적으로 '둘'을 훈련하게 된다. 그러면 재미가 나고, 동시에 실력이 붙는다는 거다.
모든 것은 기본을 닦아야 하고, 몰입과 집중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열자>>에 나온다는 다음 이야기가 흥미롭다. 기창이라는 명사수가 스승을 찾아간다. 스승은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먼저 눈을 깜박이지 않는 법부터 익혀라." 기창은 그 말을 듣고, 아내의 배틀 아래에 누워 실뭉치가 눈을 찌르듯이 오고 가도 똑바로 쳐다보는 훈련을 거듭했다. 2년이 지난 뒤, 송곳의 끝이 눈앞까지 다가와도 눈을 깜박거리지 않게 되었다. 스승을 찾아가 알렸으나, 스승은 "아직 멀었다. 다음 단계로는 보는 배워야 한다. 작은 것을 봐도 큰 것처럼 보고, 희미한 것을 봐도 뚜렷한 것처럼 보이게 해라"라고 말했다. 기창은 이 한 마리를 잡아서 실로 묶어 창문에 매달아 놓고 뚫어지게 쳐다보는 훈련을 했다. 밤낮없이 바라보자, 그 작은 이가 점점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콩알만 하게 보였고, 얼마 지나자 엽전만큼 크게 보였다. 그리고 3년을 훈련하자 실에 묶어 놓은 이가 수레바퀴만큼 크게 보였다. 다른 물건을 보아도 모두 동산만큼 크게 보였다. 기창은 이만하면 되었다 싶어 화살로 이를 쏘아 보았다. 화살은 이의 심장을 관통했으나 이를 묶은 실은 끊어지지 않았다. 기창은 스승에게 말하니 그제야 "이제 활 쏘기를 배울 수 잇겠구나"라고 말했다 한다.
"기회는 준비가 행운을 만났을 때 생긴다." "자신이 선택해서 자기 의지를 발휘하여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지 않으면 자신을 잃게 된다.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뛰어난 축구 선수가 되는 게 아니라, 주도적인 삶을 이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거기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늘도 마음 비우고 욕심 버리고 승패를 떠나서 행복한 경기 하고 와라." "삶을 멀리 봐라. 그리고 욕심을 내려놓아라." 이게 손흥민 아버지가 아들에게 했던 말이란다. 훈련할 때 재미있게 하고, 경기할 땐 욕심내지 않는 거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일상을 즐겁게 보내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욕심을 줄인다.
기본 기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성경>>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 다윗이다. 그는 9척 거인인 골리앗을 혼자서 기적처럼 쓰러뜨렸다. 그것도 오로지 다섯 개의 조약 돌을 가지고서, 우리는 그 그적의 승리 원천이 다윗의 '기본 기'였다고 본다.
들판에 양 떼를 몰고 나간 소년에게는 온종일 무료한 시간이 펼쳐졌을 것이다. 그때 조약 돌은 그의 친구였으리라. 그는 돌을 가지고 혼자서 실컷 놀았을 것이다. 이렇게도 던져보고 저렇게도 던져보다가 어느 날, 늑대가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양들을 헤치려 맹수가 나타났는데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었을 테고 오직 사신만의 힘으로 그 상황을 타개해야 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심장이 콩알만 해지도록 놀랐을 것이다. 그러다 물러설 수 없는 상황임을 알았을 때,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를 집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힘껏 던졌을 것이다. 맹수를 물리치고 더욱 연습에 몰두하여 '나에게 조약돌 다섯 개만 있으면 그 어떤 맹수가 나타나도 거뜬히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골리앗을 상대한 것이다. 왕은 물론이고 모든 장수들과 병사들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일개 양치기 소년인 다윗이 나섰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그는 조약 돌 다섯 개를 들고 나섰다. 다른 무기는 업었다. 갑옷도 필요 없었다. 평소에 자유자재로 다루던 돌멩이니까. 다섯 개 중에 하나는 내가 저 놈의 이마를 맞출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해냈다.
이것이 기본기이다. 기본기는 기본적으로 연마해야 한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경쟁에 내몰리며 기본을 잃었다. 최진석 교수는 여러 번 말했다. "사람이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기본’이다." 그러면서 그는 늘 이렇게 주장했다. 누구나 기본만 갖추고 있으면, 세속적인 일에서나 영적인 일에서나 모든 일을 잘 이룰 수 있다. ‘기본’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기본’이 없이 하는 일은 어떤 것도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 기본 가운데 기본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그건 '바로 독립적 주체로 성장하려는 문을 연다'는 뜻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 바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근본 질문 옆에 조금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몇 개의 질문들이 포진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인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
내가 몇 년 전부터 아침 마다 <인문운동가의 인문일지>를 길게 쓰고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것은 최진석 교수가 고향에 내려가 학교를 지은 이유와 같다. 나는 이 글을 매일 쓰면서, '더 나은 나'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 점점 더 글이 길어진다. 그러나 하루도 빠지 않고 글을 공유하는 이유는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더 나은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하나 밖에 없는 내 딸 이름이 '나은'이기도 하다.
장자도 "참된 사람이 있고 난 다음에 참된 지식이 있다"고 말하였다. 이를 원문으로 말하면, "유진인 이후유진지(有眞人 而後有眞知)"이다. 그러니 참된 사람이 되려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이 달라지면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지면, 삶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며, 그에 따라 사람의 태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이 했다는 말들이다. "축구보다 사람이 먼저다!" "아무리 기술과 실력이 좋아도 자신의 감정을 잡지 못하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없다." "나에게 스포츠맨십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바로 리스펙트다.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 같이 뛰는 선수들에 대한 존경." "모든 경쟁은 결국 자기 자신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에 달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지고 훌륭하다."
한국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기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이기려면 축구를 좋아하고 즐겨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축구를 잘 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앞뒤가 바뀌어 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했던 말이다. 오늘 아침은 언젠가 적어 두었던, 장석주 시인의 <축구>라는 흥미로운 시를 공유한다.
축구/장석주
어린 시절 공을 차며 내가
중력의 세계에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알아야 할 도덕과 의무가
정강이뼈와 대퇴골에 속해 있다는 것을,
변동과 불연속을 지배하려는
발의 역사가 그렇게 길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초록 잔디 위로 둥근 달이 내려온다.
달의 항로를 좇는 추적자들은
고양이처럼 예민한 신경으로 그 우연의 궤적을
좇고, 숨어서 노려본다.
항상 중요한 순간을 쥔 것은
우연의 신(神)이다. 기회들은
예기치 않은 방향에서 왔다가
이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굼뜬 동작으로 허둥대다가는 헛발질한다. 헛발질: 수태가 없는 상상임신.
내 발은 공중으로 뜨고
공은 떼구르르르 굴러간다.
마침내 종료 휘슬이 길게 울린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연금술사들은
스물두 개의 그림자를
잔디밭 위에 남긴 채 걸어 나온다.
오, 누가 승리를 말하는가,
이것은 살육과 잔혹 행위가 없는 전쟁,
땀방울과 질주, 우연들의 날뜀,
궁극의 평화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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