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에 이어 오늘도 <<주역>> 이야기를 한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2. 5. 09:59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2월 1일)

어제에 이어 오늘도 <<주역>> 이야기를 한다. 남루한 차림으로 오는 행운을 어떻게 알아볼 것이며, 화려한 치장으로 다가오는 재앙의 유혹을 어떻게 간과할 것인가? <<주역>>은 이를 간파하는 안목과 지혜를 기르기 위한 장치들이다. 지금 읽고 있는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저자 이상수는  "그림자(음효) 속에서 행을 읽으라"고 한다. 지금부터는 <<주역>>을 읽는 장치들을 정리해 본다.

(1) <<주역>>의 막대들을 '효(爻)'라고 부른다. 이 '효'는 두 가지로, '양(볕)효'와 음(그늘)효'이다.

양효=볕
남성적, 외향적
능동적 에너지
남성, 동물의 수컷, 식물의 수술
불쑥 튀어나온 것, 양전자, 창, 공격, 홀수
남성적인 것, 드러난 것, 굳센 것, 앞서 나가는 것, 주도적인 것, 능동적인 것, 적극적인 것, 외향적인 것, 공격적인 것 등

음효=그늘
여성적, 내향적
수동적 에너지
여성, 동물의 암컷, 식물의 암술
움푹 들어간 것, 음전자, 방패, 방어, 짝수
여성적인 것, 숨어 있는 것, 부드러운 것, 뒷받침 해주는 것,
호응하는 것, 수용적인 것, 소극적인 것, 내향적인 것, 방어적인 것

여기서 양효와 음효, 선악의 개념으로 하나는 좋은 것이고, 하나는 나쁜 것이 아니라, 다시 말하면, 어느 하나가 늘 길하고, 다른 하나가 늘 흉한 것이 아니라, 양효(볕)이라고 해서 늘 길하지도 않고, 음효(그늘)이라고 해서 늘 흉하지도 않다. 예컨대, 어떤 상황에서는 남성적이고 능동적인 힘을 써서 돌파하는 것이 주효할 수 있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사태를 악화시키거나 더 큰 반발을 사서 치명적인 반격을 당할 수도 있다. 반대로 여성적이고 수동적인 에너지는 어떤 상황에서는 사태를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 다닐 수 있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맞서는 두 세력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바탕을 마련할 수도 있다. <<주역>>에서 양효와 음효 가운데 어느 것이 일방적으로 길하거나 흉하지 않다.

노자 <<도덕경>> 제28장이 소환된다.
知其雄(지기웅) 守其雌(수기자) 爲天下谿(위천하계): 남성 다움을 알면서 여성 다움을 유지하면  천하의 계곡이 된다.
爲天下谿(위천하계) 常德不離(상덕불리) 復歸於嬰兒(복귀어영아): 천하의 계곡이 되면, 영원한 덕에서 떠나지 않고 갓난아기로 돌아간다.
知其白(지기백) 守其黑(수기흑) 爲天下式(위천하식): 흰 것을 알면서 검은 것을 유지하면 천하의 본보기가 된다.
爲天下式(위천하식) 常德不忒(상덕불특) 復歸於無極(복귀어무극): 천하의 본보기, 사표가 되면 영원한 덕에서 어긋나지 않고 무극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知其榮(지기영) 守其辱(수기욕) 爲天下谷(위천하곡): 영광을 알면서 오욕을 유지하면 천하의 골짜기가 된다.
爲天下谷(위천하곡) 常德乃足(상덕내족) 復歸於樸(복귀어박): 천하의 골짜기가 되면 영원한 덕이 풍족하게 되고 순박한 통나무로 돌아가게 된다.
樸散則爲器(박산즉위기) 聖人用之(성인용지) 則爲官長(즉위관장) 故大制不割(고대제불할): 통나무를 쪼개면 온갖 그릇이 생겨난다.  성인은 통나무의 질박한 가능성을 잘 활용하여 세상의 진정한 리더가 된다. 그러므로 훌륭한 리더의 다스림은 자질구레하게 자르지 않는다.

웅(雄, 수컷)과 자(雌, 암컷), 백(白)과 흑(黑), 영(榮)과 욕(辱)의 양면에서 화려한 전자의 덕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후자의 초라하고 어둡고 억울한 자세를 지킬 줄 아는 역량, 그 인격을 갖추라는 말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절제이다. 잘 나갈 때 멈추는 거다. 노자가 말한 수컷 다움, 백(흰색), 영예로움은 모두 드러난 것이고, 또 암컷 다움, 흑(검음), 욕됨은 모두 숨은 것이다. 겉보기에 화려해도 그것이 악마일 수 있고, 겉보기에 남루해도 그것이 천사일 수 있음을 아는 우리들은 수컷 다움, 백, 영예로움이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그것 에만 현혹되지 않고, 때로는 암컷 다움, 검음, 욕됨의 가치도 발휘할 수 있어야 함을 안다. 이런 안목을 기르기 위해 우리는 <<주역>>을 읽는 것이 아닐까?

다음 사상(四象) 이야기는 내일로 넘긴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음과 양을 태극도로 풀어 본다. 오늘 아침 사진이 '태극도'이다. 또는 '태극도설'이다.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에서 가져온 것이다. 인문학의 핵심은 나는 어디서 와서, 지금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를 묻는 일이다. <<성학십도>>의 <제1도>는 "태극도"라고 말한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를 묻는 태극도에서 우주의 중심을 '태극'이라 한다. 그러나 그 중심을 '무극'이라고도 한다.  그곳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고,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매이지 않는다. 이 중심의 활동으로부터 우주가 시작된다. 이 것에서부터 온갖 생명이 태어나고, 계절과 사건이 시작된다. 이것은 일종의 의지로서 물질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몇 가지를 공유한다.

(1) 태극의 중심을 '이(理)'라 한다. 물질은 음양이 시작되면서 나오고 이를 기(氣, 에너지)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둘이 뚜렷하게 분리되지 않고,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2) 태극의 발동으로 음정양동이 이루어진다. 이 말은 태극이 움직여 양이 되고, 정지하여 음이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자연은 서로 맞서는 두 성질의 분화와 교대, 대치와 협력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음과 양의 동적 긴장이 자연의 크고 작은 변화를 낳는다. 변화는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다. 반드시 음양은 자신의 극점에서 반전, 회귀하고, 고유의 사이클을 갖게 된다.

(3) 동양철학의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을 보면, 우주에 상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극도 존재하고, 상극이 없으면 이 우주의 원활한 운행도 불가능하다고 본다. 오행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이다. 목은 화를 낳고 화는 토를 낳으며, 토는 금을 낳고 금은 수를 낳는다. 이에 반해 목은 토를 극(極)하고 토는 수를 극하며, 수는 화를 극하고, 화는 금을 극한다. 이러한 관계를 상극관계라고 한다. 우주에는 상생관계만 있어도 안 되고, 상극관계만 있어도 안 된다.

(4)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도덕경>> 제40장): 도의 핵심 내용은 반대 방향을 지향하는 운동력, 즉 반反이다. 어떤 것도 변화하지 않거나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동양 철학이고, 이를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해석한다.

(5) 음양의 2차 분화로 오행이 일어난다. 오행은 일정한 질서 속에 있다. 스피노자처럼 유교는 자연의 내재적 필연성이 곧 신이라고 생각한다.

(6) 그 다음은 건도성남(乾道成男), 곤도성녀(坤道成女)라고 말한다. 자연의 활동적 힘(하늘의 강건)은 수컷을 만들고, 수용적 자세(땅의 수용)는 암컷을 만들었다. 여기서 수많은 생명이 면면히 재생산을 거듭한다. 양성은 기의 변화의 결과이다. 인간 또한 남녀 양성을 통해 재생산 된다.

(7) 만물화생(萬物化生): 이제 분화된 각각의 암수를 통해 가족을 이루고, 세대를 전승하며, 종족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이는 "흡사 맷돌 속에서 곡식 가루가 흘러나오는" 것과 같다. 맷돌의 가루처럼, 생명에는 치우친 것과 바른 것, 정밀한 것과 조악한 것이 있다.

(8) 종합적으로 각일기성 이만물일태극야(各一其性, 而萬物一太極也): 각각의 생명들은 나름의 생물학적 특성을 보인다. 양은 결합(合)하고, 음은 변형(變)된다. 이를 통해 물, 불, 나무, 쇠, 흙(수, 화, 목, 금, 토), 즉 오행이 생겨난다.

2월이다. 어제 이호준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만난 문장이다. "2월이 반가운 이유는 그 끝에서/3월을 만날 수 있기 때문/휘파람 불 듯 입술 동그랗게 말아 봄, 하고 불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젠 봄을 준비할 시간이다. 오늘 아침은 언젠가 적어 두었던 것을 공유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부음포양(負陰抱陽)/박수소리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이다.
우주의 원리이다.
만물은 음을 등에 업고, 양을 가슴에 안는다.
기가 서로 합하여 조화를 이룬다.
음기를 지고 양기를 껴안는다.
음양 양극을 있는 그대로 포용한다.
자연 만물과 현상은 서로 상응하는 음기와 양기를 조화시키며 변화한다.

인간사 또한 양지와 음지가 있다.
음지와 양지, 양쪽을 포용하려면 좋고 나쁨의 생각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모든 상황에서 자유로워진다.
과거도 미래도 좋고 나쁨이 없으므로 과거와 미래는 잊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즐기는 자세를 갖게 된다.
그러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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