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입춘은 24 절기 중 한 해를 여는 첫 번째 절기로, 옛 사람들은 입춘부터 '진짜' 새해가 시작된다고 보았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2. 3. 09:29

3094.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2월 3일)

1.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제철에 있다면 계절마다 '아는 행복'을 다시 느끼는 거다. 봄에는 봄에 해야 좋은 일을 하고, 여름에는 여름이어서 좋은 곳에 가는 것이다. 제철을 즐기는 거다. 제철 과일이 ㅆ고 제철 음식이 있는 것처럼 제철 풍경도 있고 제철에 해야 좋은 일들이 많다. 제철은 '알맞은 시절'이란 말이다. 장마가 지나면 수바은 싱거워진다. 때를 지나 너무 익은 과일은 무르기 시작한다. 다 제철이 있다. 알맞은 시절을 산다는 것은 계절의 변화를 촘촘히 느끼며 때를 놓치지 않고 지금 챙겨야 할 기쁨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 보는 일이다. 비 오는 날과 눈 내리는 날 어디에 있고 싶은지 생각하며 사는 것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보는 거다. 

올해는 김신지 작가가 보여준 연례 행사를 따라가 볼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내년에는 나 만의 "제철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다.  그러면 나 만의 일상에 나만의 '기다려지는 일들'이 쌓일 것이다. 작가의 아이디어처럼, 나도  '제철'의 단위를 사계절이 아닌, 24 '절기(절기)'로 여긴다. 한 달에 두 번씩 이다. '절기'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한 해를 24로 나눈, 계절의 표준이 되는 것', 더 나아가 '한 해 가운데서 어떤 일을 하기에 좋은 시기나 때'이다.

2. 
'절기'는 1년 동안 하늘을 지나가는 해의 발걸음을 24 걸음으로 나눈 섬세한 계절력 이다. 각 절기에는 우수, 경칩처럼 그 무렵의 날씨나 동식물의 변화 등을 담은 이름을 붙였다. 절기를 살피면 언제 봄이 오는지, 언제 더위가 한 풀 꺾이고 서리가 내릴 지를 가늠할 수 있었으므로 옛 사람들은 절기에 따라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수확을 했다. 제철 음식으로 건강을 챙기고 집 안팎을 돌보았다. 모든 '때'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며, 해의 걸음에 발맞춰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

참고로, 24절기의 이름은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 지방의 기상 상태에 맞춰 붙인 이름이다. 그러므로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의 황경이 0°인 날을 춘분으로 하여 15° 이동했을 때를 청명 등으로 구분해 15° 간격으로 24절기를 나눈 것이다. 따라서 90°인 날이 하지, 180°인 날이 추분, 270°인 날이 동지이다. 그리고 입춘(立春)에서 곡우(穀雨) 사이를 봄, 입하(立夏)에서 대서(大暑) 사이를 여름, 입추(立秋)에서 상강(霜降) 사이를 가을, 입동(立冬)에서 대한(大寒) 사이를 겨울이라 하여 4계절의 기본으로 삼았다. 그 절기는 다음과 같다.

▪ 입춘(立春): 2월 4일 또는 5일, 봄의 시작
▪ 우수(雨水): 2월 18일 또는 19일, 봄비 내리고 싹이 틈
▪ 경칩(驚蟄): 3월 5일 또는 6일, 개구리 겨울잠에서 깨어남
▪ 춘분(春分): 3월 20일 또는 21일, 낮이 길어지기 시작
▪ 청명(晴明): 4월 4일 또는 5일, 봄 농사준비
▪ 곡우(穀雨): 4월 20일 또는 21일, 농사비가 내림
▪ 입하(立夏): 5월 5일 또는 6일, 여름의 시작
▪ 소만(小滿): 5월 21일 또는 22일, 본격적인 농사 시작
▪ 망종(芒種): 6월 5일 또는 6일, 씨 뿌리기 시작
▪ 하지(夏至): 6월 21일 또는 22일, 낮이 연중 가장 긴 시기
▪ 소서(小暑): 7월 7일 또는 8일, 더위의 시작
▪ 대서(大暑): 7월 22일 또는 23일, 더위가 가장 심함
▪ 입추(立秋): 8월 7일 또는 8일, 가을의 시작
▪ 처서(處暑): 8월 23일 또는 24일, 더위 식고 일교차 큼
▪ 백로(白露): 9월 7일 또는 8일, 이슬이 내리기 시작
▪ 추분(秋分): 9월 23일 또는 24일, 밤이 길어지기 시작
▪ 한로(寒露): 10월 8일 또는 9일, 찬 이슬이 내리기 시작
▪ 상강(霜降): 10월 23일 또는 24일, 서리가 내리기 시작
▪ 입동(立冬): 11월 7일 또는 8일, 겨울 시작
▪ 소설(小雪): 11월 22일 또는 23일, 얼음이 얼기 시작
▪ 대설(大雪): 12월 7일 또는 8일, 겨울 큰 눈이 옴
▪ 동지(冬至): 12월 21일 또는 22일, 밤이 연중 가장 긴 시기
▪ 소한(小寒): 1월 5일 또는 6일, 겨울 중 가장 추운 때
▪ 대한(大寒): 1월 20일 또는 21일, 겨울 큰 추위

3. 
서양에는 7일을 주기로 생활했으나 중국과 우리나라는 24절기를 이용해서 15일을 주기로 생활하였었다. 실제도 음력에 따르는 것이 농경 사회에 적합했다. 왜냐하면 해를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달을 기준으로 하면 어김없이 15일 주기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와 달의 순기가 1년을 기준으로 서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하루하루의 편리성은 달을 기준 삼는 것이 좋지만, 양력으로 짜 맞추어진 절기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과는 차이 난다는 단점이 있다. 달이 지구를 1번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9.5일이고, 12번이면 354일이 된다. 하지만 지구가 해를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65일로 11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24절기의 배치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고 각 계절을 다시 6등분하여 양력 기준으로 한 달에 두 개의 절기를 배치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즉,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일조량, 강수량, 기온 등을 보고 농사를 짓는데, 순태음력(純太陰曆)은 앞서 말한 대로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태양의 운행, 즉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길인 황도(黃道)를 따라 15°씩 돌 때마다 황하 유역의 기상과 동식물의 변화 등을 나타내어 명칭을 붙인 것이다.

입춘(立春)은 봄이 일어서기 시작하는 한 해의 첫 번째 절기이다. 올해는 2월 3일이다. 곧 봄이 도착한다. 우리는 계절에 들어서는 데 4 번의 '입절기'를 맞는다. 입춘, 입하, 입추, 입동. '입절기'는 '배웅'과 '마중'의 시간이다. '입춘'은 따나가는 겨울을 시간 들여 배웅하고, 다가오는 봄을 마중 나갈 때이다.

4. 
입춘, 봄이다. 동지(冬至)가 지나면 노루 꼬리만큼 씩 하루 해는 길어지고 추위의 절정인 대한(大寒)을 지나면 응달 진 골목에 드는 햇살에서도 온기가 살아날 것이다. 겨울은 아직 자리를 내줄 생각이 없는지 한기를 뿜어내고 있지만, 봄은 물러설 것 같지 않은 겨울을 헤치고 따스한 빛으로 찾아올 것이다. 사람들은 입춘에 날씨를 보며 그해 농사가 풍년일지 아닐지 점쳐보았고,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고 써 붙이며 한 해 동안 무탈하기를 기원한다.  나는 대단한 것을 원지 않는다. 그냥 자연의 변화, 즉 순리(順理)대로 돌아가는 것이 세상임을 알고 있기에, 나는  혹여 넘어진다면 다시 일어설 힘을 남겨 달라고 빌고 싶다.

입춘(立春). 들어갈 입(入)자를 쓰지 않고 '설 입(立)'자를 쓴다. 입춘이란 중국 황제가 동쪽으로 나가 봄을 맞이하고 그 기운을 일으켜 제사 지낸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기운, 숨결, <<장자>>에서는 '野馬'라고 표현하는 우주의 기운이 돌아야 봄이 시작된다. 어떤 이는 한문의 입(立)자가 '곧', '즉시'라는 뜻도 있어 이제 곧 봄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입춘이란 '봄 기운이 막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춥다. "입춘에 물독(오줌 독) 터진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입춘 추위에 입 돌아간다." 이런 말들이 있는 것 보니, 옛날에도 입춘 무렵에는 추위가 찾아왔나 보다. 그래서 이런 말들이 있겠지. 사실은 24 절기 명칭이 중국 주나라 때 화북 지방, 지금의 황하 유역 기후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한반도 기후와 다소 다른 데서 발생한다.

5. 
우리는 어떤 계절이든지 함께 도착한다. 더 빨리 가거나 뒤처지는 사람 없이, 보이지 않는 계절이 선을 나란히 넘어온다. 그래 우리는 다 같이 '오늘이 입춘 이래' 하는 말을 나눌 수 있다. 절기가 해의 스물네 걸음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우리는 절기를 '해의 약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약속을 어기는 법 없ㄴㄴ 해는 꼬바꼬박 예정된 걸음을 걷고, 그 움직임에 따라 계절의 변화가 나타난다.

나는 이 때쯤 부터 나의 주말 농장 "예훈"에 나간다. 그 곳에 가는 길에 나서면, 새들의 움직임이 활발해 진다. 소리로 먼저 느낄 수 있다. 아직 새잎들은 돋기 전이다.  한문으로 '봄'자인 '춘'을 파지하면, 풀 초(초)와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그린 '둔(둔)'과 '일(일)'이 합쳐진 단어이다. '춘(춘)' 자 안에 따스한 봄 햇살을 받고 올라오는 새싹과 초목이 함께 들어 있는 셈이다.

동지(冬至) 이후로,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한 해가 지구를 천천히 데운다. 지구는 너무 커다란 집이라 데우는 데 시간이 걸릴 뿐, 기다리면 바닥부터 서서히 따뜻해 지리라는 걸 안다. 그래 연중 가장 긴 밤을 지나 낮이 다시금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를 '하늘의 봄', 그 후 햇볕이 땅에 차곡차곡 쌓인 다음 찾아오는 입춘을 '땅의 봄'이라고 부른다. 입절기는 땅에 번지기 시작한 새로운 계절(절)의 기운(기)을 가리킨다. 이춘이 오면, 봄기운이 이미 곳곳에서 일어서(입) 있다.

6. 
입춘은 24 절기 중 한 해를 여는 첫 번째 절기로, 옛 사람들은 입춘부터 '진짜' 새해가 시작된다고 보았다. 이런 풍습으로 이날 시간에 맞추어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글 귀를 써 놓은 격문을 대문 앞에 붙인다. 그 뜻은 "입춘에는 크게 좋은 일이 있고 새해가 시작됨에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이다. 이를 우리는 '입춘첩(입춘첩)'이라 한다. 혹시 모를 불운은 막고, 행운을 불러오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풍습이다. 새봄의 시작과 새해의 시작이 같은 날이니 평소보다 더 많은 희망이 필요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봄이 오니 큰 행복이 찾아오고, 따스한 기운을 받아 기쁜 일이 많기를'이라는 뜻을 담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외에 '산처럼 오래 살고 바다처럼 재물이 넉넉하기'를 이라는 뜻의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재앙은 봄 눈처럼 사라지고 행복은 여름 구름처럼 일어나기를' 뜻하는 "재종춘설소 복축하운흥(災從春雪消 福逐夏雲興)" 등이 있다. 입춘첩에는 단순히 좋은 문구가 아니라 한 해를 어떻게 살아보고자 하는 각자의 마음가짐을 담아야 한다. 딸이 선생님에게 얻어 온 입춘 첩이다.

 

7. 
농사의 기준이 되는 첫 번째 절기인 만큼 농부들은 이날 '보리 뿌리 점'을 통해 한 해 운을 점쳤다. 입춘이면 지난 겨울에 심은 보리가 뿌리를 내리는 데, 보리 뿌리를 캐 봐서 세 가닥이 넘으면 풍년, 두 가닥은 평년,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보았다. 그걸 떠나 뿌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혹한을 견뎌낸 보리가 튼튼히 잘 자라고 있다는 뜻일 테니 무탈하게 자라는 모습에서 그해 수확 량도 많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입춘에 풍작을 점치는 또 다른 방법이 '오곡으로 점 치기'이다. 콩, 메밀, 수수, 팥 등 오곡의 씨앗을 낮은 솥에 넣고 볶아서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 해 풍작이 될 거라 믿었다.

8. 
입춘 날 또 다른 세시 풍속으로 과 '아홉 차리'와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라는 게 있었다. 글방에 다니는  아이는 천자문(天字文)을 아홉 번 읽고, 나무꾼은 아홉 짐 나무를 하며, 노인은 아홉 발 새끼를 꼬았다. 나물 아홉 바구니를, 아낙들은 빨래 아홉 가지를, 길쌈을 해도 아홉 바디를 삼고, 실은 감더라도 아홉 꾸리를 감았다. 또 밥을 먹어도 아홉 번, 매를 맞아도 아홉 번을 맞았다. '아홉 번 한다'는 뜻은 우리 조상이 '9'라는 숫자를 가장 좋은 양수(陽數)로 보았기 때문이다. '아홉 차리'가 지니는 뜻은 꼭 아홉 번을 해야 한다 기보다는 각자 맡은 일을 부지런히 해서 그동안 부족했던 것들을 보충하고 새롭게 일 머리를 잡아가자는 뜻이 담긴 것이 아닐까?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서 이웃에 게나 자신에게 덕이 되는 삶을 살라는 조상들의 슬기로움이 입춘에 숨어 있는 깊은 뜻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일을 요령 부리지 않고 묵묵히 하며 실력을 갈고 닦는 일이 결국 그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복을 부르는 길이라 여겼을 것이다.

'적선 공덕행'은 입춘이나 또는 대보름날 전날 밤에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해야 일 년 내내 액을 면한다는 풍속이었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가 건너 다닐 징검다리를 놓는다 든지, 거친 길을  곱게 다듬어 놓는다 든지,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 일 따위를 실천하는 것이었다. 특히 이 '적선 공덕행'은 아무도 몰래 해야 하는데, 나중에 죽어서 염라 대왕에게 '적선 공덕행'을 했는지 심판 받는다고 믿었다. 그것을 떠나, 좋은 행동을 하면 좋은 마음을 갖게 된다 것이 아닐까? 복이란 가만히 기도하여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움직여 만들어내는 것임을 일찍이 알았던 풍속이 아닐까?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남을 위함이 곧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는 거다. 스스로 움직여 만들어낸 '마음에 품은 온기'가 사는 내내 우리 자신을 지켜 줄 것이다. 마음에 품는 온기. 따뜻함이 중요하다. 

9. 
절기의 풍속은 겉을 따라 할 때가 아니라 그렇게 행한 마음을 헤아릴 때에 의미 있는 법이다. 요행을 따르기 보다 삶에 성의를 다하며 좋은 기분을 챙기고, 겨우내 언 마음을 스스로 녹이는 것이다. 더 좋은 일이 생기기를,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기쁜 일들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바람을 행동으로 옮기며 오지 않은 시간에 다시 한 번 희망을 찾아 보는 것이다. 그러면 입춘을 희망을 키우는 거다. 희망은 어디 숨겨져 있어 찾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하는 사람의 마음에 새 것처럼 생겨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10. 
입춘에 '포란(抱卵)'이라는 말을 소환한다. 사전적 정의는 "부화하기 위하여 조류의 암컷이 알을 품어 따뜻하게 하는 일"이다. 알을 낳은 후 부화될 때까지 자신의 몸체를 이용하여 알을 따뜻하게 하거나 보호하는 행위이다. 사람을 또 사람끼리 품에 껴안는 포옹(抱擁)도 일종의 포란 행위가 아닐까? 포옹의 두 번째 의미는 "타인을 아량으로 너그럽게 품어 주는 것이다. 1917에 나온 에곤 실레의 작품 <포옹(the embrace)>이 기억난다. <재원 명화 브로이드 -02>이다.
 

봄은 생명이 서로를 품는 계절이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에곤 실러까지 소환했다. 땅도 포란을 한다. 날이 따뜻해 져서 얼음이 녹는 게 아니라 땅이 얼음을 알처럼 품은 시간 때문일 것이다. 봄이 오면 냉이부터 캐던 할머니는 땅 밑에서 봄이 온다고 했다. 바야흐로 생명이 서로를 품게 하는 계절이라, 바람은 바람끼리 품고 나무는 나무끼리 품는다. 개구리는 개구리를, 사람은 사람을 품는다. 이소연 시인의 다음 글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한 거다. "품었던 마음이 바스러지면 안 되는데,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 누군가에게 매일 전화를 넣는다는 것, 사소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저녁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새 떼를 궁금해하고, 큰비라도 내리면 저것들은 어디에서 비를 피할까. 새로 지은 거미집은 잘 있을까. 봄이라서 별 걸 다 품어본다." 이런 마음으로 오늘은 주말 농장에 가 볼 생각이다. 밭에 쌓인 지난 푸들을 제거하고 땅이 숨을 쉬게 할 생각이다. 그 생각을 하니 서정홍 시인 시가 떠 올랐다.

 
내가 가장 착해질 때/서정홍
 
이랑을 만들고
흙을 만지며
씨를 뿌릴 때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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