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적 소비보다 존재적 소비에 치중해야 한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년 2월 2일)
어제는 임인년이 시작되는 설날이었다. 설날은 '낯설다.‘의 설에서 유래한 처음 맞이하는 ‘낯 설은 날’이라고 하는 뜻과 ‘서럽다’는 뜻의 ‘섧다’에서 '늙어감이 서럽다'는 뜻이 있다 한다. 또 다른 유래는 '삼가다'라는 뜻을 지닌 '사리다'의 '살'에서 비롯했다는 설도 있다. 각종 세시풍속 책에는 설을 '신일(愼日)'이라 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표현하고 있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조신하게 하여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뜻이라 한다. 즉 설날은 일년 내내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행동을 조심하라는 깊은 뜻을 새기는 명절이다. 그런데 그만 과식을 하고, 저녁에 배가 아파 힘들었다. 그런데 한 밤중에 딸이 사다 준 소화제와 가스 활명수를 막고 마셨더니 아침에 컨디션이 좋다. 오늘부터는 3소(少)를 실천할 생각이다. 적게 먹고, 적게 마시고, 적게 소비할 생각이다.
'설' 을 언제부터 쇠기 시작하였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잘 알 수가 없지만, 중국의 사서에 있는 "신라 때 정월 초하루에 왕이 잔치를 베풀어 군신을 모아 회연하고 일월신(日月神)에게 배례했다" 는 내용으로 보아 상당히 역사가 오래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구한말인 1895년에 양력이 채택되면서 그 빛이 바래기 시작했고, 1985년 "민속의 날" 로 지정, 이후 설날 명칭을 되찾아 사흘 간의 공휴일로 결정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아직도 구정(舊正)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구정이란 이름 그대로 옛 '설' 이란 뜻이다. 구정은 일제가 한민족의 혼과 얼을 말살시키기 위해 '신정(新正')이란 말을 만들며 생겨난 것이다. 모두 일본식 한자어이며 설날이 바른 표현이다. 조선 총독부는 1936년 <<조선의 향토오락>> 이란 책을 펴 내 우리의 말, 글, 성과 이름까지 빼앗아 민족문화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이 때부터 '설' 도 구정으로 격하해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제부터는 꼭 설날이라 하고, " '설' 잘 쇠십시요, 쇠셨습니까?" 라고 해야 한다.
어제 너무 많이 먹고 탈이 난 떡국은 나이 한 살 더 먹으라는 게 아니라, 희고 뽀얗게 새로이 태어나라고 만든 음식이다. 순백의 떡과 국물로 지난 해 묵은 때를 씻어 버리는 것이다. 즉 순백의 계절에 흰 한복을 입고 흰떡을 먹으며, 묵은 그림을 버리고, 하얀 도화지에 한해의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그래 설낭에 내리는 눈을 우리는 '서설(瑞雪)'이라 한다. 어제는 그 축복의 눈, 상서로운 눈이 내렸다. 아마도 올해로 코로나가 종식될 것 같다. 모든 것을 덮고 새로 시작하자는 하늘의 너른 마음의 표현을 나는 읽었기 때문이다. 그 서설로.
올해도 나는 새롭게 주어진 하얀 도화지에 부지런히 점을 찍으며 어떤 상황에 서든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살 생각이다. 그러면서, 나는 또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존재적 경험과 배움의 기회를 갖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잊고, 다시 말하면 노골적으로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일상을 지배하면서 장기적으로 '좋은 삶'을 살아가면 된다. 그러한 삶의 구조를 만들려면, 돈은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의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으므로, 돈을 버는 데 집중되었던 자원을 적절히 재배치 하여야 한다. 우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일들은 금전적 가치 외에 비금전적 가치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활동과 관계를 의도적으로 늘려야 한다. 재화의 소비측면에서, 소유적 소비보다 존재적 소비에 치중해야 한다. 존재적 소비란 훌륭한 인물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다. 가까이에 뛰어난 인물들이 많을수록 우리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와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내 주변 커뮤니티의 모임에 올해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오늘의 시를 한 편 공유하고, 어제 못다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쯤에 어울리는 정일근 시인의 <나무기도>가 오늘의 시다. "새해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우리 나무와 나무로 만나 숲을 만들자/그런 사랑이 만드는 새로운 숲이 되자."
나무 기도/정일근
새해에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우린 너무 빠르다, 세상은
달려갈수록 넓어지는 마당 가졌기에
발을 가진 사람의 역사는
하루도 편안히 기록되지 못했다
그냥 나무처럼 붙박여 살고 싶다
한 발자국 움직이지 않고
어린 자식 기르며 말씀 빚어내고
빈가지로 바람을 연주하는 나무로 살고 싶다
사람들의 세상은 또 너무 입이 많다
입이 말을 만들고 말이 상처를 만들고
상처는 분노를 만들고 분노는 적을 만들고
그리하여 입 속에서 전쟁이 나온다
말하지 않고도 시를 쓰는 나무의 은유처럼
온몸에 많은 잎을 달고도
진실로 침묵하는 나무가 되고 싶다
침묵으로 웅변하는 나무가 되고 싶다
삶은 베풀 때 완성되느니
그늘 주고 꽃 주고 열매 주는 나무처럼
추운 아궁이의 뜨거운 불이 되어 주기도 하고
사람의 따뜻한 가구가 되는 나무처럼
가진 것 다 주는 나무로 살고 싶다
새해에는 그대를 위한 나무가 되고 싶다
그대는 나를 위해 나무가 되어다오
우리 나무와 나무로 만나 숲을 만들자
그런 사랑이 만드는 새로운 숲이 되자
나머지 이어지는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기 바란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정일근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 #설_명절 #디지로그 #죽음 #이어령의_미지막_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