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2. 1. 10:03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1월 31일)

벌써 2022년도 1월이 다 지나간다. 오늘이 1월의 마지막 날이고, 월요일인데, 설 연휴로 세상이 조용하다. 코로나 확진 자가 사흘 연속 1만 7000명 대이다. 보통 설 전날에는 고향에 가는데, 역병으로 사람을 안 만나는 게 미덕이 되었기 때문에 집에 머물고 있다. 세상은 3월 9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로 온통 시선이 빼앗기고 있다. 내일부터는 2월이 시작된다. 2월 하면, 나는 오세영 시인의 시 <2월>이 생각난다.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벌써 2월/지나치지 말고 오늘은/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세계는/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드러내 밝힌다."

오늘 <인문 일기>는 어제에 이어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삶과 죽음에 대한 그 빛나는 이야기"란 부제를 단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읽기를 한다. 우선 어제 하지 못했던 스승 이어령이 말하는 영성 이야기로 이어간다. 소제목 "인사이트는 능력 바깥의 것"이라는 말을 하려 한다. 사람의 능력을 따질 때 어릴 때는 먼저 체력을 본다. 그 다음엔 천자문, 구구단, 기억력, 아이큐 테스트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이 영성이다. 영어로 하면, body, mind 다음이 spirit이다. 그는 신의 가장 가까운 자리가 영의 세계라고 하시면서, '앞을 내다 볼 수 있는 인사이트는 내 능력 바깥의 것"이라 했다. 무언가를 구하고 끝없이 탐하면, 자기 능력을 초월하는 영감이라는 게 들어온다고 했다. 물론 기본적인 노력과 능력을 우선 갖추어야 한다. "빛이 물처럼 덮치듯 신도 갑작스럽게 우리를 덮친다.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영적이다. 모든 사물, 모든 현실 속에는 엷은 막(inframince, 미세한 차이)이 있는데, 그것을 뚫는 게 영성이다. 다시 말하면 엷은 막을 뚫고 저 너머의 것을 보는 거다. 영성은 바깥에서 오는 거다. 다만 흡수할 수 반사판이 있느냐 없는가에 차이이다. 필름의 감광지처럼 빛을 받아서 반응할 수 있는가 없는가 이다. 스승은 그걸 '영적 판'이라 했다. 인화지가 있어야 셔터를 눌렀을 때 빛이 담기는 것처럼 말이다.종이 넣고 아무리 셔터를 눌러봐야 거기에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0,001초의 셔터를 끊어주는 그 짧은 순간에 감광지에 비치는 모습, 그게 영의 세계라 했다. 오늘의 화두는 '흡수할 수 있는 반사판'이다.

이어서 스승은 배우이자 평창 동계 올림픽 개,폐막식을 총지휘했던 송승환 이야기로 이어갔다. 송승환은 올림픽이 끝난 후에 눈이 멀었지만, 오히려 시력을 잃고 나서 더욱 활화산처럼 자기 인생을 녹여낸 진실한 연기를 <더 드레서>에서 보여주었다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스승은 실제로 위기 상황에 닥치면 인간은 두 가지로 갈라진다고 했다. 고난 앞에서 네거티브로 가면 인간은 짐승보다 더 나빠지고, 포지티브로 가면 초인이 된다. 고난이 자신의 그릇의 넓이와 깊이를 재는 저울이 된다는 거다. 인간은 고난을 통해서만 자기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거다. 스승은 고난에 처했을 때 인간은 비참 해지거나 숭고 해지거나 두 부류로 갈린다면, 그것을 가르는 것이 영의 일이라 했다. 육체와 지성, body와 마인드로 살아가는데 극한에 처했을 때나 죽음에 임박했을 때 spirit, 영적인 면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인간은 기껏해야 눈, 귀, 코, 입, 피부와 뇌를 도구로 가지고 살지만, 위급할 때는 가끔 육체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자신을 초월한 영성은 궁극적으로 몸의 바깥에서 온다. 기도를 통과해 서든, 고통을 통과해 서든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힘이다. 그 힘은 필록테테스가 섬에서 고통을 통과하며 숭고한 사람이 된 것을 보고 아킬레우스의 아들이 했던 고백이다. "그의 활만 훔쳐갈 수는 없다. 그의 상처와 활은 똑같은 것이다."

그리고 스승은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다"고 했다. 인간이란 존재는 바깥에서 나를 바꾸도록 용납하지 않는다는 거다. 인간이란 존재는 남을 가르칠 수도 없고, 남에게 배울 수도 없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게 실존이다. 우리는 혼자이다. 자기는 '남에게 배울 것도 없고, 남을 가르칠 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휩쓸려 다니는 것은 자기가 없으니까 자꾸 변하는 거다.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그게 자족이다. 자족에 이르는 길은 '자기-다움'이다. 남하고 관계없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지를 우리는 군자라 한다. 스스로 배우고 가르치고, 스스로 알고 깨닫는 자, 홀로 자족할 수 밖에 없는 자가 군자이다. 그래 군자는 필연적으로 외롭다.

인사이트를 한국어로는 통찰(洞察)이라 한다. '본질을 꿰뚫어 봄'이란 뜻이다. 시를 한 편 감상하고, '본다'는 것에 대한 사유를 이어갈 생각이다. <겨울 숲>에서 "겸상"을 본 시인의 은유의 힘을 기르고 싶다. 딸의 걷기 운동을 독려하려고, 어제와 오늘 계속 밖을 나간다. 오늘 아침 사진은 우리 동네에 있는 카이스트의 교정에서 찍은 거다.

겨울 숲/조향미

마른 가지들 듬성듬성한 숲
짙은 그늘에 가려
늘 눅눅하게 젖어 있던 흙이
고슬고슬 햇볕을 쬐고 있다
볕살은 묻힌 뿌리까지 깊숙이 비춘다
따뜻한 흙 속에서
뿌리도 꼼지락거리며 몸을 편다

오종종한 자식들 틈에
밥 한술 느긋이 못 들던 노부부
막내까지 다 출가시키고
겸상으로 느지막이 조반을 드신다

나머지 이어지는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기 바란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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