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구비 중에서 귀가 가장 복잡하고 특이하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1월 13일)
오늘 아침도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삶과 죽음에 대한 그 빛나는 이야기"란 부제를 단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읽기를 이어간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화두를 잡고 싶다. (1) 가장 중요한 것은 비어 있다. (2) 풀을 뜯어 먹는 소처럼 독서하라. 어쨌든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목구비 중에서 귀가 가장 복잡하고 특이하다. 눈, 코, 입은 성형 수술하면 다 똑같아진다. 그러나 귀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귀가 얼굴의 지문이다. 사람의 인체는 모든 게 정돈되어 있는데, 귀와 배꼽만 정돈이 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날을 '귀 빠진 날'이라 한다. 그리고 어머니 몸에서 끊어낸 탯줄의 똬리가 배꼽이다. 배꼽은 몸의 중심에 있다. 시체를 해부하는 검시관들에 의하면, 시체를 해부할 때 반드시 배꼽 중심을 배를 가른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에 똑같은 배꼽은 없다고 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배꼽은 내가 타인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물이라는 거다. 배꼽은 비어 있는 중심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어 있다. 생명의 중심은 비어 있다. 다른 기관들은 바쁘게 일하지만, 오직 배꼽만이 태연하게 비어 있다. 비어서 웃고 있다.
비움의 철학자 하면 노자이다. <<도덕경>> 제11장을 소환한다. "서른 개 바퀴살이 한 군데로 모여 바퀴통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가 비어 있음으로 수레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가 비어 있음으로 그릇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가 비어 있음으로 방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그러므로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지만 없음(비어 있음)은 쓸모가 생겨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덕경>> 구절이다. 제16장에 나온다. "완전한 비움에 이르십시오. 참된 고요를 지키십시오, 온갖 것 어울려 생겨날 때 나는 그들의 되돌아감을 눈여겨봅니다”라고 한다. 원문은 이렇다 “致虛極, 守靜篤, 萬物竝作, 吾以觀復(치허극 수정독 만물병작, 오이관복)” 이다.
나는 이 문장을 만날 때마다 "되돌아 감"을 나는 늘 주목한다. 도(道)의 핵심 내용은 반대 방향을 지향하는 운동력, 즉 반反이다. 어떤 것도 변화하지 않거나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동양철학이고, 이를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해석한다. 이를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도덕경> 40장)라 한다. 나는 오늘 아침도 '되돌감'을 되새긴다. 달도 차면 기울고,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된다. 아주 더운 여름이 되면 다시 추운 겨울로 이동하고, 심지어 온 우주도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 이 모든 것은 어느 한 쪽으로 가다가 극에 도달하면 다른 쪽으로 가는 '도'의 원리에 따르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너무 그리워하지 말자. 때는 기다리면 온다.
끝으로 비움을 강조하고 있는 <<도덕경>> 제48장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 도의 길은 하루하루 비워가는 것. 비우고 또 비워 함이 없는 지경[無爲]에 이르십시오. 함이 없는 지경에 이르면 되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원문은 이렇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위학일익, 위도일손.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무위이무불위)." 여기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덜어내고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고, 무위하면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無爲而無不爲)"는 말이다. 여기서 무위를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무슨 일이건 그냥 되어가는 대로 내버려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노자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위가 아니라 무불위(되지 않는 일)라는 효과를 기대하는 거였다. 어쨌든 비우고 덜어내 텅 빈 고요함에 이르면, 늘 물 흐르듯 일상이 자연스러워진다. 그런 사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뿐 포장하지 않으며, 순리에 따를 뿐 자기 주관이나 욕심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 결과 그의 모든 행위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항상 자유롭고 여유롭다. 샘이 자꾸 비워야 맑고 깨끗한 물이 샘 솟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만약 비우지 않고, 가득 채우고 있으면 그 샘은 썩어간다. 그러다 결국은 더 이상 맑은 물이 샘솟지 않게 된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을 자꾸 비워야 영혼이 맑아진다.
글이 길어진다. 여기서 멈춘다. 나머지 이어지는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기 바란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공광규 시인의 <속빈 것들>이다. 오늘의 화두에 닿는 시이다.
속 빈 것들/공광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들은 다 속이 비어 있다
줄기에서 슬픈 숨소리가 흘러나와
피리를 만들어 불게 되었다는 갈대도 그렇고
시골집 뒤란에 총총히 서 있는 대나무도 그렇고
가수 김태곤이 힐링 프로그램에 들고 나와 켜는 해금과 대금도 그렇고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회의 마치고 나오다가 정동 길거리에서 산 오카리나도 그렇고
나도 속 빈 놈이 되어야겠다
속 빈 것들과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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